[칼럼_국어] "키워드 선별-일대일 대응"식 독해. 옛날 기출은 잘 풀리는데 왜 이제는 안 풀리죠? 당신의 잘못된 국어 공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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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번 게시물에 이어, 사실상 찐 본론인, 학원 강사를 하며 느꼈던 독해력의 한계에 대한 경험을 가져왔습니다. 최근 기출을 2회독 이상 돌려보신 수험생분들이라면,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을 이미 가지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2021년 초, 저는 학생들에게 ‘기존의 기출 독서’ 지문을 읽을 때, ‘키워드 선별 – 일대일 대응’의 방식으로 수업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미 위 방법에 대해 알고 계시겠지만, 혹시 아직 기출을 제대로 돌려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예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아! 혹시 칼럼을 빨리 슉슉 읽으시는 분들을 위해 주의사항을 말씀드리자면,,,
※여기서부터는 ‘키워드 선별 – 일대일 대응’의 예를 들어드리는 것이지, 절대로 올바른 독해 및 접근 방법을 알려드리는 게 아닙니다!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키워드 선별 – 일대일 대응’의 방식으로 지문을 읽을 때는, ‘이해’보다는 ‘기억’에 초점을 둡니다. 문제 선지에 출제될 만한 키워드들이 어디쯤에서 설명되고 있는지 손으로 표시해두거나 기억해둡니다. 그리고 문제를 풀 때, 각 선지에 등장한 키워드와 지문의 키워드를 대응시켜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아래 문제는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의 독서지문 문제인데요, 2020년에 시행되었으니 2021년 이전의 ‘기존의 기출 문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래 지문이 제가 위에서 정의한 ‘기존의 기출 독서’의 한 예시입니다.
키워드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해당 문장에서 이른바 ‘가장 핵심이 되는 말’이 키워드니까요.
정답은 ④번 선지인데, 나머지 4개 선지의 ‘키워드 선별 - 일대일 대응’을 예시로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간단하죠. 그리고 지문에서 키워드를 대응하면, 눈으로도 진위 여부를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로, 오로지 시각에만 의존하여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물론 추론 문제가 아예 없었다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전 기출 중 상당수의 문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유형과 같다는 것일 뿐입니다)
이른바, '키워드 좀비'도 문제를 풀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키워드 좀비는, 지문을 대강 읽은 후 선지에서 요하는 키워드만! 머리 속으로 되뇌며(키워드... 키워드... 키워드... 어딨어) 지문으로 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진짜 only 시각에 의존하여 지문에서의 일대일 대응만 문제 풀이 방식으로 여기는 것이죠.
순수 독해력을 배제하고 '키워드 좀비'식으로 공부하던 저는 이 방법을 제가 고3때였던 2016년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여 수능에서 백분위 99%로 1등급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국어 강사로 활동하며 학생들에게도 ‘키워드 선별 – 일대일 대응’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독서 숙제 역시 '근거 찾기'가 핵심이었고요.
헌데, 6월 모의고사 해설 준비를 하던 도중 처음으로 풀게 된 독서지문인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 독서 지문은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미리 말씀드리겠지만,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은 수많은 예시 중 하나일뿐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 근 2개년 기출을 모두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위에서와의 같은 방식으로 몇 개의 선지만 한번 봐 볼까요?
단, 눈으로만 따라오지 마시고, 선지와 지문을 집중해서 봐주셔야 합니다.
키워드 좀비들은 제대로 박살납니다.
10-①
지문에서 빨간색으로 되어 있는 부분과 한 번 비교해보시면, 완벽하게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고, 우선 '공동체'가 '사회'로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패러프레이징은 물론 이전의 기출에서(※ 처음에 봤던 지문 17-③ 중 '혜택'을 '특권'으로 패러프레이징 한 것을 예시로 들 수 있겠네요!)도 빈번하게 등장하였지만, '공동체를 이루는 합의를 유지하는 법'과 '사회의 형성과 지속을 위한 법'은 ‘시각적인 문제 풀이’에만 익숙해져있는 키워드 좀비같은 학생에게 진위 여부를 판단을 상당히 어렵게 만듭니다.
이른바, 패러프레이징이 기존보다 심하게 사용되어 있는 선지라는 것입니다.
10-⑤
지문에서 파란색으로 되어 있는 부분과 선지를 비교해보시면 일대일로 대응할 수 없고, '양도의 범위'와 '양도된 자유의 총합'을 비교해야 합니다. ‘자유의 총합=주권’, 즉 '주권을 넘을 수 없다-와' 같이 해석하여 선지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 문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시각적인 문제 풀이’만으로 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
주권자가 법을 시행하는 주체인 것인가? 라는 과정이 지문에 명시되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문맥상, 당연히 그러하다"-와 같이 "납득"의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11-④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뭐 사실, 일대일대응 때도 키워드가 지문에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분산 되어 있는 경우는 이전에도 출제 되었습니다만, 문제는 그것이 아닙니다. 지문 그 어디에도 ④번선지의 키워드가 그대로 명시된 부분은 없습니다. 이를 추론할 수 있는 문장만이 있을 뿐입니다.
뇌를 빼고 키워드 좀비처럼 키워드에만 혈안이 된 채 찾으려고 지문을 뒤적대고 있다면 ‘원하는 대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른 선지와 문제도 공부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패러프레이징이 전보다 심해졌고, 오로지 ‘기계적'인, '시각적'인 방식만으로는 처리할 수 없이 이른바 ‘지문에 녹아 있는’ 선지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추론 문제들의 빈도와 난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요.
위의 내용을 토대로,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을 좀 정리하자면,
이른바 위에서 정의했던 ‘이전 기출’을 공부하고 있다면, 일대일 대응으로 문제를 풀고, 공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지문을 완벽히 분석하여 내 것으로 만든 다음에 지문을 최대한 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전 기출문제 독서 정답률이 높다고, 결코 독해력이 높은 것이 아닙니다.
특히, 본인이 위에서 말한 ‘키워드 좀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시는 수험생분들은 당장 각성해야 합니다. 선지나 지문을 제대로 독해하지 않은 채, 키워드만 독립적으로 골라내어 지문에서 침흘리며 '키워드…키워드 어딨어…' 하며 찾는 방법으로는 절대 ‘최근 평가원’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키워드 좀비식 국어 강사로 활동하던 저는 독해력을 요하는 방향으로 수능의 판도가 바뀌었음을 직감하였죠...
타 수험생과 별다를바 없던 제 부족한 독해력의 한계를 깨닫고,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한 연구에 돌입하지 않을 수 없었죠. 저와 제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서요.
물론!
지금은 당연히 그 부단한 연구의 결과물들로 학생들과 '독해력의 본질'을 쉽게 깨치고 적용하는 방법들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ㅎㅎ
다음 게시물에서 이렇게 깨우치게 된 저만의 노하우인
"번역"에 대해서 다루어보고자 하니, 여러 의견 계속해서 함께 나누고 도움을 받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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