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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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______^
2015년에 저희 동네에 있는 메이저 재수학원에서 재수를 했었고, 지금은 경희대 한의대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재수가 끝나고 대학에 합격한 이후에는 학원의 부탁으로 학원에서 3달 정도 재수생들 상담을 해주었고, 1년이 지난 이번 겨울에도 학원에서 다시 한 번 저를 불러주셔서 다시 상담을 해주고 있습니다.
2년 정도 많은 재수생들을 상담해주면서 여러 가지 느낀 점도 많고,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들도 있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직접 상담받지 않을 오르비 여러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족한 글 솜씨지만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1. 재수를 가볍게 보지 마라.
저와 상담을 했던 많은 학생들이 재수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나도 재수쯤이야', '재수하기만 하면 좋은 대학 가겠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재수를 해서일까요. 어쩌면 오르비 같은 수험생 커뮤니티의 책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직접 재수를 해본 입장으로서 재수는 그리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닙니다. 정말 힘듭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겁니다. 몸도 마음도 피폐해집니다. 저 자신을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저도 내가 왜 이런 곳에 있어야 하나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었고, 화장실에서 혼자 운 적도 있습니다. 하루는 약간 무리해서 일요 자습을 하고 집에 걸어가는데 갑자기 코피가 흘렀습니다. 집에서는 공부를 하지 않던 저는 학원에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았고, 휴지도 없었습니다. 주머니를 찾아보니 서점에서 수능완성을 산 영수증이 있어서 그걸로 코를 막고 초라하게 집에 뛰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재수로 인해 희생해야 하는 기회비용들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1년 동안 약 1000만 원 이상의 돈을 희생해야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또 놀기 좋다는 스무 살을 희생해야 합니다.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며 대학생활을 즐길 때, 나는 책상에서 고독히 공부해야 합니다. 막말로 돈이야 나중에 벌면 되는 거지만, 인생에 한 번뿐인 스무 살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부모님 마음에 큰 걱정거리도 안겨드려야 합니다. 보통 재수학원에서는 부모님들에게 “학생들 관리는 저희가 할 테니 걱정 마시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자식이 걱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것들을 한 번만 생각해 본다면, 결코 재수를 가볍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재수를 생각하고 저를 만난 학생들의 대다수가 이런 것들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말이겠죠. 안타깝습니다. 부디 재수를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절박하고 치열하게 임하길 부탁합니다. 재수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반드시 나를 좋은 대학으로 보내주는 것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 만큼만 한다면 점수 역시 고등학교 때 만큼만 나옵니다. 재수해도 수능 때 현역 때랑 점수 똑같이 받는 사람들 의외로 많습니다. ‘정말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이 정도는 너무 과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 만큼 공부해야 성공합니다.
재수생의 1분 1초는 이렇게 수많은 것들의 희생으로 인해 만들어진 1분 1초입니다. 그 시간의 가치를 알고 긴 여정을 시작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2. 내가 왜 재수를 해야 하는 지를 생각해보아라.
쉽게 말해서 꿈을 가지라는 말입니다. 저에게 상담 받으러 온 대다수의 학생들은 특별히 꿈이 없습니다. 가장 많이 듣기도 하고, 들을 때마다 가장 답답한 대답이 “그냥 최소 중경외시(혹은 인서울)만 갔으면 좋겠어요.”입니다. 꿈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실패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재수할 때 꿈은 내가 지칠 때마다 나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재수생활은 정말 힘듭니다. 그래서 반드시 버팀목이 필요합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에 공부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효과는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꿈을 꾸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꿈은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인서울’ 이런 식으로 목표를 흐리지 말고 ‘어느 학교에 어느 과를 가고 싶다!’라고 명확한 목표 지점을 설정하세요. 그리고 그 방향으로 열심히 뛰어가세요. 목표가 흐려지면 뛰어가다가 길을 잃게 됩니다. 목표 지점이 명확해야 길을 헤매다가도 금방 똑바른 방향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는 공부에 크게 뜻이 없었던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던 제가 재수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갑자기 한의대에 가고 싶다는 꿈이 생겨서였습니다. 이 때문에 현역 때 운 좋게 수능에서 24232 등급을 맞고(이게 1년 중에 가장 잘 본 시험이었습니다.), 또 운 좋게도 숭실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라는 좋은 곳에 전화찬스로 합격할 수 있었음에도 저는 등록하지 않고 재수를 택했습니다. 아마 한의대라는 꿈이 없었다면 감사합니다하고 등록했을 겁니다.
저는 욕심이 많아서 한의대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으로 가기를 원했습니다. 플래너나 교재에는 항상 저의 이름 옆에 ‘경희대학교 한의예과 16학번’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재수학원에서 새로 친구들을 알게 될 때마다 저의 꿈을 말하고 다녔습니다. 저희 학원 책상은 플라스틱 재질이라 연필로 뭘 적으면 1주일 후에 사라졌는데, 그 책상에다가 정말 수도 없이 목표를 적으며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모두가 속으로 비웃었을 것입니다. 24232로는 지방 한의대를 목표로 잡기도 힘드니까요. 하지만 무슨 상관입니까? 꿈을 잡는 데에 나 자신을 한계 짓지 마세요. 저 역시 보란듯이 말하는 대로 이루어 냈습니다. 꿈을 한계 짓게 되면. 딱 그 정도의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만큼만 공부하게 됩니다. 남 시선 신경 쓰지 말고, 그곳이 아무리 높더라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곳이라면 당당하게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그에 걸맞은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겠죠. 내 꿈이 부끄러워진다는 것은 그에 걸맞은 노력을 안 하고 꿈만 꾸었다는 증거입니다.
3. 그럼에도 소중한 경험이다.
물론 힘든 경험이 맞습니다. 고통스러운 경험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소중한 경험이라고 여기는 까닭은, 나 자신이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도전을 하지 않아왔기 때문일까요? 저는 이전에는 인생에서 크게 실패라고 할 만한 경험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 년간의 재수 생활을 통해서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실패를 딛고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목표를 향해 도약했던 이 과정은, 결과를 떠나서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큰 도움이 될 귀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공부는 누구도 함께할 수 없는 외로운 행위입니다. 자연스레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는 재수 생활은 내면적으로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도 재수가 끝나고 저에게 하셨던 말씀이 "엄마는 네가 좋은 대학에 간 것도 기쁘지만, 일 년동안 철이 든게 더 기쁘다."였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일 년 동안 공부 외적으로 배워가는 것이 참 많을 것입니다. 물론 좁게 본다면 저처럼 목표를 이루고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제가 재수에 대해서 희생만을 강조한 것 같아서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의미로 적어봤습니다.
재수를 결심한 여러분들에게 올해 겨울은 여느 겨울보다 추운 겨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그 언제보다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 년 후에 멋지게 꿈을 이루고 돌아와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오늘의 자신을 추억하기로 저와 약속합시다.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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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면 서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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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다니던 학교는 22
다 이과 얘들이 훨씬 잘했나요? 보통 1학년 통합 1등은 다 이과감?
너무 한줄 한줄이 가슴에 꽂히는것 같네요... 제 마음가짐을 반성하고 좀 더 치열한 태도로 재수에 임해야겠습니다ㅜ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