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쓰는 3인칭 관찰자 시점 이야기.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11080370
이건 제 친구 '꼬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걸 왜 썼냐고 하면 이런 친구를 두 번 다시 못사귈거라는 느낌이 들어서에요. 이런 친구가 있다면 꼭 사귀세요. 술 마실때 친구에게 해 줄수 있는 썰이 한 100개쯤 생깁니다. 이것도 그 중 하나고요.
꼬마는 문자 그대로 꼬마였습니다.
내면적으로는 너무나 하얀 아이였습니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특히 여자들에게) 그렇다고 다가가지도 못합니다. 감정을 숨기지도 못했죠. 화나면 화난게 얼굴에 보였고 좋으면 좋은게 얼굴에 보였죠. 거리 조절을 잘 못한다고 해야하나요, 사람을 사귀는 방법을 잘 모르는 아이였지만 그래도 굉장히 착한 아이였어요. 그렇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롤할때는 욕하더라고요.
외견적으로는, 키는 160cm인데 여드름 하나 없는 백옥같은 피부에 머리는 곱슬머리지 얼굴은 아기 분유모델처럼 생겨서 이론적으로는 여자들의 인기를 독차지 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가진 애였죠. '이론적으로는'. 물론 그 아이는 인기 있었습니다. 정확히 '갑자기 학교 교실에 나타난 쓰다듬고 싶은 복실복실한 털을 가진 강아지 한 마리' 정도의 인기였죠.
진짜로요.(진지)
여자애들은 그 160cm짜리 강아지 한 마리를 참으로 좋아했습니다. 이성적 매력이 아닌, 마치 학급 우리속의 햄스터 한 마리를 보고 좋아하는 그런 느낌으로요. 아마 저희 반에서 '여자아이들에게 쓰다듬받은 횟수' 1위일겁니다. 자기는 싫어했다만 뭐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꼬마와 저는 동아리 친구였고 피시방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아이를 꽤 잘 알았고 그렇기에 그 아이의 고충을 잘--알고 있었죠.
꼬마는 한 학년위의 선배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만날때마다 선배와 했던 얘기들을 저에게 늘어놓고는 했죠. 그런데 가까워지질 못한다고 투덜대던 횟수도 손발가락 다 합쳐도 세지 못할 정도고요. 뭐 만나서 놀자는 얘기를 할려고 시도를 몇번이고 했는데 실패해서 둘러대고 끝났다나요. 그래서 그 아이는 항상 선배와 가까워질 기회를 노렸습니다.
때는 2학년 6월이었고 시험도 조졌겠다 기분전환 겸 동아리 선배들까지 껴서 (비록 수능은 얼마 안남았었지만) 에버랜드를 갔죠. 물론 꼬마가 좋아하는 선배님도 포함이었죠. 꼬마는 가까워지거나 고백할 기회라면서 하늘에게 감사했죠.
자 근데 여기서 비밀은, 그 선배를 좋아한다는건 롯데월드 멤버 전체가 다 알았다는거죠. 꼬마가 고백하려는 그 선배까지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꼬마는 자기만의 짝사랑을 하고있었죠. 자기만 몰랐어요. 근데 이걸 어쩌나요. 선배 옆에 있을때마다 꽈배기마냥 몸이 배배 꼬이면서 좋아 죽는게 눈에 보이는데. 적어도 싸구려 연애소설 한 편만 봤어도 밑줄긋고 짝사랑이라고 쓸 수 있을만한 뻔 한 상황인데.
'여기서 꼬마의 심정으로 올바른것은?' 이라는 5지선다 질문이 있다면 1점에 정답률이 100%에 육박했을겁니다.
하여간 일심동체로 저희들은 꼬마의 고백작전에 암묵적으로 도움을 줄 것을 다짐했습니다. 선배님도 조금 짓궃게 굴기로 다짐하셨죠. 사실 이 때 선배님은 입이 귀에 걸리고 계셨습니다. 꼬마가 정확히 선배님 취향에 맞아서 말이죠. 그동안 내색만 안했을 뿐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거죠.
롤러코스터나 자이로드롭을 탈 때 옆자리에 같이 앉은 그녀와 손이 스쳐서 당황했는데 그 때 하강! 내려와보니 꼭 마주잡은 손! 꺄아아아아부끄러워어어어
뭐 그런거요.
그렇게 다 끝나고 (저는 꺄아꺄아하는 그 과정을 못봤습니다. 선배님들이 둘이 그 상태로 돌아다니게 냅둬서 ㅠ) 불꽃놀이의 때가 왔죠. 솔직하게 고백합시다 우리.
마치 시빌워에서 키스하는 캡아를 보면서 아빠미소를 짓는 팔콘과 버키처럼.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를 보는 부모님처럼 저희들은 꼭 모아잡은 두 손에 얼굴도 못든채 간신히 말하는 꼬마의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 어떤것도 견주질 못할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사실 좀 무서운게 6명이서 그러고 있었어요 아무말 없이. 그 상황을 사진으로 남겼어야 했는데.
그 둘은 지금도 사귀고 있어요. 꼬마가 반수의지가 있는데 선배님은 기다리겠다고 하셔서 꼬마가 기뻐 죽어나간다고 하는게 그저께 일이네요.
세줄요약: 현실쇼타 고백작전에 참여함.
귀여운 친구는 대부분 착하니 그런 친구를 사귀자.
사실 네가 얼굴이 귀여우면 하는일도 다 귀엽게 보인다.
ㅎㅎ 4시에 이게 뭐하는일이람.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20살인 나는 19살 가을에 아버지와 크게 틀어지고 난 후 300일 가량 연락을...
-
궁금하다 윈터닮은 n수생이면
-
오늘 롤 7시간 2
개재밌었다
-
젠지는 왜 졌고 슈냥은 왜 아직까지 방송 중
-
깨어나지말고 차라리 이대로 죽어줘
-
최저가 3합 5까지는 해볼만 한데 3합 4라 개빡세긴 한데 봐서 카드 남으면...
-
오르비에서 해축갤급으로 실시간 반응 많았는데 진짜 다 뒤지긴했구나 토니 크로스가...
-
김치찌개먹는기분
-
새벽감성 듬뿍 담아 추천
-
왜 너는 나한테만 그렇게까지 매정한거야ㅠㅜ
-
대성마이맥 오류 0
계속 아쿠아플레이어를 계속 재설치하라 하는데 우얍니까?
-
본인 이상형 0
이렇게 생긴 여자에 키 180인 연상 취향이다
-
보정으로 백분위 몇정도 나올까요??
-
극장 ㄷㄷ 2
ㄷㄷ
-
ㄹㅇ
-
공부해야 하나 안해야 하나.. 굳이 적분파트 공부하는 시강 빼면서 까지는 하고싶지...
-
음악이나 앨범 랩레슨 궁금한 거 있으신 분 계신가요? 6
아는 선에서 답해드릴게요!
-
브릿지 쉽다는말들많은데 요즘같은시기에 돈받고파는건데 이런거내놓으면 의미가있나싶음
-
앨범 다 팔면 몇백 되겠네요...ㅋㅋㅋㅋㅋ
-
강사컨으로기왕이면
-
저번주 롤하고나서 1주일을 통째로 놀아부렸네 ㅎㅎ 롤티어도 에메>골드 와버림
-
제발 이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법좀 그냥 공부나 하는게 답인가
-
여름방학동안 대치동이든 어디든 논술학원에서 메디컬 논술 관련해서 수업을 들어보고...
-
난 대구,제주
-
누나 아님
-
사설을 처음 풀어보는데 어럽네요 ;;
-
진지하게 애니 씹덕에서 탈출할까
-
바야흐로 고등학교 3학년때의 김옯붕이는 아침에 맛탱이가 가버린 밥을 영문도 모른채...
-
내 나이 20세. 파릇파릇한 청년의 400만원이 앨범 제작 일주일이면 공중분해 된다.
-
아무리봐도예쁜데
-
피드백만 제대로하고 다시 달려야지
-
난 좋음
-
오르비에서
-
호감고닉 몇분 알아요 의동욱... 말벌 오르빅.. 등등 질문박아요
-
자러 가야겠다 10
내일의 나는 모르겠고 그딴건... 굿나잇 오르비
-
난 n제로 현주간지가 양도 많고 괜찮다고 생각함 작년에 본인은 현주간지랑 간쓸개로...
-
말하는게 더 좋음
-
반수하면서 감 찾는중인데 예전보다 정확도랑 속도가 많이 줄었더라구요 그래도 정확도는...
-
동년배들 다 알만한 래퍼분들이랑 R&B랑 랩 앨범 만들고 있네요 오랜만에 오르비...
-
2개 그릴거시빈다 애니면 더 좋음, 자세나 구도 잡기 편해서
-
주말 저녁 맨시티 경기는 힐링인데... 보고싶다... 걍 수능 끝나고 해축 다 챙겨...
-
약간 글로 배운 공감같음 감정쓰레기통 역할 내가 자처하는데 듣기만하면 미안해서...
-
내신 2학기 때 언매해요! 전형태쌤 언매 강의를 1학년 때 들었었는데 너어무...
-
그냥 나를 쫓아내줬으면 좋겟다
-
강철 체력
-
자해 전시 진짜 두번인가 본 적 있는데 차단박을뻔
-
화1은 정신병 3
탈출은 지능순
큐티성애자? 큐티홀릭? 큐리 패티쉬? ㅎㅎㅎ
아 그 귀여운놈 또보고싶네 ㅎ
ㄷㄷ 중증이시넴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