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예전처럼 [326689] · MS 2010 · 쪽지

2011-02-08 12: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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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아, 공부하기가 참 힘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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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얘들아.

난 이제 20대 후반을 향해가는 사람이니 말 좀 편하게 써도 되겠지.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등학생일테니까..

공부를 위해서 고등학교 시절을 알차게 보내고있는, 예전의 나와 같은 길을 걷고있을 동생들을 위해 내가 몇마디 좀 적어볼게.

예전에도 글을 올린적이 있었지. 그땐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그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은 또 많이 달라.

내 중고등학교 시절을 돌이켜 봐도 후회없을 정도로 난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부해.

공부...라기 보다는 생활이라고 하는게 더 좋은 표현인것 같아.

선생님, 부모님의 눈치 아래서 했던 공부가 아니라 친구들과 정말 합심해서 즐겁게 했던 공부거든.

친구관계도, 그외의 다른 생활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게 열심히 생활했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때 내가 가졌던 열정, 노력, 끈기 이런것들이 사라지더라고.

그리고 지금의 내가 다시 그런것들을 필요로 하고 있어서 옛날을 돌이켜봤는데

10년정도의 시간동안 그래도 생각이 더 깊어졌는지, 10년전의 나에게, 그러니까 너희들에게 꼭 하고싶은 말이 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뭐 진부한 이야기나 하려는게 아니라, 현실적이고 냉정한 이야기들이지.

왜 공부를 할까. 왜 성적이 올라야 할까.

이건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생각에 변함이 없어.

공부,성적,학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선 아주 중요하거든. 풍족하고, 여유있는 생활을 위해서 말이야.

좀 더 근본적으로 인생의 목적에 대해 말해보자면.

격언중에 이런말이 있어. '마침내 깨닳았다. 인생의 목적은 즐기는 것이라는 걸' 외국격언인데 대강 의역한거야.

즐기려고, 행복해지려고 다들 살아가는거지.

그렇다면 즐기고, 행복해지기 위해선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이 필요하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좋은 학벌, 뛰어난 능력 이런것들은 필요조건이야.

잡담이 길어지니까 각설하고 위의 요지는 공부하는데 혹시라도 목표의식을 잃지 말라는거지.

사실 고등학생 때는 그냥 별 생각없이 성적을 위한 공부를 해도 상관없어.

그게 아무리 주입식 교육이니, 수동적이니 해도 대학교 가면 또 알아서 다들 변해가니까.

그러니까 너희들이 할 일은 이제 속편하게, 수능을 치는 그날까지 공부를 하고 성적을 올리는 일이라는 거야.

이제 중요한 얘기지. 애초에 열심히도 안하면서 성적 안오르는 사람들은 제외하고서라도,

고등학교 1학년때 정해진 위치에서 성적이 크게 변하는 사람은 드물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말이지. 왜 그럴까.

내 경험상 몇가지 아주 확실한 이유가 있어.

고등학교 성적이 단순히 고등학교 시절 공부하는 것으로 결정되는게 아니라는게 가장 큰 이유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부터 선수학습하고 과외받아서 기초가 대리석으로 도배된 애들을

고등학교 올라와서 따라가는게 당연히 어려운거야.

그리고 그렇게 탄탄한 애들이 고등학교 와서는 노는 것도 아니고.

시작이 다른데 비슷비슷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의 격차가 줄어들까.

그리고 또, 열심히 한다는 것의 정의는 뭐냐. 열심히만 하면 될까.

열심히 하는 고3은 수두룩해. 반면 스카이 정원은 제한되어 있지.

너희들에게 필요한건 '열심히' 가 아니라 '남들보다 열심히' 이거야.

남들보다 뭐 30분, 1시간 열심히 해서 10등에서 1등으로 바뀌길 절대 꿈꾸지 마라. 절대 그렇겐 안된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정한거야. 1등에겐 자신감, 같은시간 공부해도 이미 있는 지식에 의한 +a 효과의 집중력,가속력, 공부할 때의 요령,

그외 기타 무수한 이점이 있어. 이런걸 그냥 평범하게 공부하다가 뒤늦게 쫓아가보려는 평범한 10등이 어떻게 따라잡아.

내 나름의 '열심히' 라는 것에 대한 3가지 분류를 해볼게.

1. 열심히.
이건 절대적인거지. 어느정도 선을 넘으면 누구나 열심히 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
하지만 이게 누구나 다 한다는 그 '열심히'. 이거로는 제자리걸음.

2. 남들보다 열심히
이건 상대적인거. 이정도는 해줘야지 성적이 오르던지 말던지 뭔가 변화가 있는거야.
적어도 주위 사람들보다는 열심히, 효과적으로.

3. 열심히.
상대적인 남들보다 열심히 하는 단계를 넘어서 다시 절대적인 열심히의 단계.
자기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까지 열심히 하는거야.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은 있을수가 없다는 약간의 자만심까지 더해서.


반에서 10등, 15등하는데 수능 때 가서 전교 10등 안에 들길 바란다면 '3. 열심히' 의 자세로 임해라.

힘들다고 투정부리지도 말고. 시간지나면 별거 아니었다는거 알게 될테니까.

성적이 오를거라는 기대도 하지마. 기대를 한다는거 자체가 부족한 노력을 깨닫고 요행을 바라는 거니까.

정말 최선을 다해서 했다면 성적이 오를거라는 확신을 하겠지.

내 지식이, 실력이 얼만큼 성장했는지 스스로 깨닫겠지. 공부 깨작깨작 해서는 그런거 절대 모른다.

최선을 다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기본적인 것만 공부 잘하는 놈이나 이런 싸이트에서 알아보고

너 나름의 커리큘럼을 세워. 그리고 그대로 밀어붙이면서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계획 수정도 해보고 그러면서 공부해라.

1등하는 애들은 그런거 이미 예전에 해봐서 시행착오 없이 공부 잘 해나가겠지만 사람마다 공부 스타일이 있고

그게 다 다른거라, 너만의 공부방식을 찾는건 너만 할 수 있는거야. 시행착오를 1번하면 좋은거지만 10번한다해도 어쩌겠냐.

너가 꾸준히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너만의 방식을 빨리 터득해야지. 정말 모든 면에서 침착하게 꾸준하게 노력한다면

스스로 깨닫는다. 얼만큼 부족하고 얼만큼 성장했는지.

항상 자신의 객관적인 위치를 점검해봐.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해보고.

공부 다 하고 나서 희망을 가지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그 힘으로 공부를 해라.

공부한 후에 희망이 믿음으로 바뀌면 성공한거고 아직도 희망이면 불투명한거지.

이렇게 되면 무조건 성공하고, 저렇게 되면 무조건 실패하고 이런건 아니야.

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되기 쉽다는거야.

나도 이제 공부하러 가봐야겠다.

얘들아. 희망을 가지는건 좋은데 그보다 더 냉정하고 현실적인 직감을 길러라.

유체이탈 알지. 유체이탈이 됐다고 상상하고 한 무리에 속해 있는 각자의 입장을 평가해봐.

헛된 기대가 뭔지 너희도 다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을거야. 부인하지 마라.

여러번 말했지. 냉정하고 현실적인 머리로 헛된 기대를 깨고 출발해라.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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