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으니 이제 쉬어라. 모두가 너를 비웃을 것이다.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14238703
"timing beats speed, precision beats power"
"타이밍은 스피드를 압도하고 정확도는 힘을 제압한다"
현 UFC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가 오늘로써 무너진 당시 챔피언 조제알도를 이기고 한 말이다.
아름다운 말이다. 스피드와 힘은 타고나는 것인데 알도처럼 핸드스피드와 무지막지한 힘 없이도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저 말은 코너에게만 쉬운 말이다. 코너처럼 페더급 전체에서 가장 긴 리치를 갖고 있고
전형적인 카운터형 복서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저 말은 권아솔 같은 국내 파이터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난 살면서 많은 것을 이뤘던 것 같다. 보잘 것 없지만 대학 시절,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도 많았다. 그런 건 감췄다. 드러내봐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마음아파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 것 같은가. 대부분은 동정, 안쓰러움이다. 1등이 10000등을 위로해주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10000등이 뭐 어때. 다 잘 될 거야"는 솔직히 말해 기만이다. 저런 위로는 날 더 괴롭게 했다.
아픔을 드러내는 게 유행인 적이 있었다. 아파요. 같이 울어주세요.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 것 같아요. 수능 점수가 안 나왔어요.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한 번 더 일어서면 된단다. 아무도 너를 비웃지 않을 거란다. 그 누구도 지금의 결과로 너를 무시하지 않을 거란다. 학벌따위 아무것도 아니란다.
내가 10여년 전 수능을 망치고 하루하루를 숨만 쉬며 살아갈 때, 내게 위로를 건넸던 많은 어른, 문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런 말 하는 사람들은 죄다 고학력, 고스펙으로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었다. 청춘은 아파도 된다던 그 분은 서울대 교수였고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던 승려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미국인이다.
오히려 학벌이 중요하다고 역설한 이는 학벌의 벽을 극복했던 자들이다. 전문대를 졸업한 배달의민족 CEO가 명문대에 관해 어떻게 평가했는지 들어보라. 아픈 게 씻겨버리고 싶은 쓰레기같은 기억으로 남을지 청춘으로 추억될 수 있는지는 현재의 자기 처지에 달려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활약하며 바쁘게 살던 이에게 휴식은 꽤 많은 것을 주지만 원래 멈춰있던 자가 또 멈춰봐야 무엇이 보이겠는가.
독일에서 공부할 때, 역시나 되는 일이 없었다. 익숙지 않은 외국어로 의사표현하기도 바쁜데 현지인끼리의 날선 디베이트에 외국인인 내가 쉽게 끼어들기 어려웠고 학부시절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내가 교수의 질문을 받을까 떨었다. 이 친구들이 알게 모르게 나를 무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도 시인 나르테스크의 구절을 봤다. "고생했으니 이제 쉬어라. 모두가 너를 비웃을 것이다." 이 말은 나의 많은 걸 바꿨다.
저마다 힘든 사정이 있는 이들에게 많은 위로가, 또 그보다 많은 질타와 동정이 있었을 것이다. 이것만 기억하자. 고생했으니 주저앉아도 된다(세련된 문체로 쉬어도 된다)는 말은 모두가 너를 비웃을 수도 있다는 말이 생략됐다.
알아두자. 쉬어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탓해도 된다. 그것 때문이니. 다만, 모두가 너를 비웃을 것이다. 그게 싫으면 무얼해야할지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다는 것도.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2024 10모는 수학 만점자가 ㄹㅇ한명임...
-
으엑...슈크림 붕어빵이 너무 비려요 이거 슈크림 맞아요?? 3
그러면 팥붕으로 드릴까요
-
중3 나이때 첫 수능보고 고등학교 입학함 다들 수시가 정시보다 훨씬 쉽다길래 내신...
-
국어(화작) 표점 110 백분위65 수학(미적분) 표점 119 백분위 81...
-
일주일에 한 번 전화를 하고 부모님이 나에게 편지를 쓰는 거는 괜찮은데 내가 직접...
-
언제하냐
-
vpn 켜서 그런 거였네
-
1컷 88 만표141 예상이였는디 88에 140 물론 만점자수가 좀 많이...
-
생윤 강사 추천 0
노베입니다
-
??
-
윤성훈 기출 뭐이리 비쌈 ㅅㅂ 사문 처음 하는데 그래도 좋음?
-
한국사임 39점 이게 공부 안하니까 국자감이 어느 나라 건지도 모르겠더라.. 바로...
-
잇으면… 같이 화이팅해요
-
스투보다 잘함??
-
왜 지금보니까 눈썹위지
-
미드 하우스에 나오는 진단의학과와 제일 유사한 전공 0
정체모를 괴질이 돌았는데 삼성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이게 메르스라고 진단을 해냄...
-
아니면 팀 구성원임
-
뉴런 스블 ㅠㅠ 1
06이고 현역 수능 81점입니다 재수하는동안 수학을 더 제대로 다지고 싶은데 지금...
-
냄새나요?
-
릴스에 있는 기타 연주 영상을 들을 수 있음. 잘 치진 못하지만 또 듣기 싫진 않음.
-
이번에 고3되는 학생입니다. 고1~2 때 계속 2등급 나오다가 한 번 4 뜬 이후로...
-
제발
-
노래 좋네요
-
그러면 정말정말 고맙겟어오...
-
그땐 미쳐 알지못했지…
-
센츄리온 1
내일 나오나요??????
-
재수할 땐 쳐다보기도 싫었음 다시 들어보니까 좋네
-
3년 내신 총합 1.27 6월 11222 9월 11112 수능 21225 최저용으로...
-
마 자신있음 들어온나
-
설의훌리는 아님.. 진짜 궁금해서
-
ㅈㄱㄴ 인터넷에는 pdf밖에 없길래 올려용 문제 배치는 가나형때처럼 1~21 / 22~30로 해놨음
-
바지 글보고 예전에 만족스럽게 산 바지 찾아보려 다시들어갔는데 ㄷ;
-
현역 기하 커리 2
지금은 시발점 본교재로만 공부하고있는데 이거 다 하면 기출로 바로 가야할까요?
-
고점매수에 단단히 물린 기분인데 타과 애들 시간표 짠다 엠티간다 하다못해 단톡방...
-
부엉이가 되자 0
외대생이 되는거야
-
임정환 풀커리에 현돌 기시감이나 유명한 모의고사 하면 되나요?
-
ㄹㅇ 개민폐니까 여기 혹시 그런 사람잇르면 자제좀요.
-
투표부탁드려요
-
재수 고민 0
언미영물1지1 96 97 2 3컷 3컷 시대재종 vs 시대 단과(라이브)듣고 재수...
-
윤도영t가 쁘띠한 드레스 입은거 생각나잖아..
-
이래서야 밥을 이때 먹을수밖에 없잖아
-
"평가원스럽지 않음" 심심하면 풀어보세요 최초 정답자 10,000 XDK
-
당신은 해변의 여자 하지만 너 없이 난 해변의 환자~~~~~
-
사랑에 난 빠져버렸어 혼자인 게 좋아 나를 사랑했던 나에게
-
허락도 안 받았는데 되겠냐고 ㅋㅋㅋㅋ 1도 안 궁금함
-
이 책 잼있네요 올비분들은 어떤단어책 외우시나요???
-
있나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많은 생각을 하기하는 글이네여.
감사합니다 에쎈유로만님..
최근에 읽은 글중에서 가장 느끼는게 많은 글이네요..
ㅠㅠㅠ 좋은 글..
좋은 글입니다
의미가 큰 글이네요
글쎄요?
저런 글들은 회의적으로 다시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일상이라 불리는 삶에대한 역설적인 주장들은,솔깃하지만 종종 유치하고 소모적인 행위를 하게 만들곤 합니다.
저 내용....글쎄요?
역설에 대한 역설같네요
역설적이군요
고생했으니 이제 쉬어라. 모두가 너를 비웃을 것이다.
이게 풀로 나온 시가 어떤거죠? 검색해보고 싶어서요
모두가 비웃어도 나는 고생했으니 내가 아니깐 쉬어도된다 그런의미로 받아들여지네요 . ㅎ 좋은글 읽고가요
이거 그 올드보이에 나오는 구절같다
오..
정말 맞는 말이네요. 저는 병원에서 이 진리를 깨쳤?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