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능장에서 유쾌한 사수생 만난 썰 3. SULL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16875135
6)
그는 창밖을 내다보며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 사람 옆에 자리를 잡고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 저.. 아침부터 쭉 봤는데요, 왜 그렇게 악수를 하시는 거예요? "
그는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앞을 보고 있었다.
이윽고 말을 했다.
" 많이 불행한가 봐요. "
왓...?
그는 말을 계속해 나갔다.
" 올해까지 4번째 수능을 보는건데, 매년 참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잘 안됐어요.
뭐가 문제일까 많이 생각해봤는데,
공부만 열심히 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했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이라는 게 단순히 제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라,
저를 만나는 모든 사람을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올해는 더 잘해주고 싶었고.. 뭐 꼭 그게 합격을 좌우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야 올해는 붙을까 해서 ㅎㅎ.. "
순간 큰 울림을 느꼈다.
나도 재수생이라는 타이틀을 쓰고선,
공부라는 한 가지만 보고 주변을 너무 소홀히 대했나 싶었다.
스스로 반성을 하던 중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 그럼 아침에 합격 수기는 왜... ? "
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그걸 보셨어요 ???? "
당연히. 무슨 A4에 대문짝만 하게 쓰면서..
" 그냥 수능 볼 때마다 루틴 같은 거예요. 하하..
그리고 또 말하는 대로 된다고 하잖아요.
누가 알아요, 정말 그 글처럼 될지. 물론 지금까지는 뭐... "
나는 말을 낚아챘다.
" 올해는 꼭 잘 되실 거예요. "
" 감사합니다. 그쪽도 잘 되실 거예요. ㅎㅎ. "
더 이상 질문은 하지 않았다.
사실 하기 미안했다.
그렇게 우리는 눈물 아닌 눈물을 함께 흘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7)
마지막 시험을 마치는 종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어김없이 남아있는 모든 사람들과 악수를 했다.
수고하셨어요. 잘 되실 거예요.
심지어는 감독관님께도 악수를 청했다.
마지막으로 나와 악수를 했는데,
서로 말없이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어둑해진 초저녁의 하늘을 바라보며,
친구들과 교문을 나섰다.
" 근데 아까 그 사람 웃기지 않냐? 무슨 악수를 해 ㅋㅋㅋ "
" 그러게, 재밌네. 근데 한편으론 조금 씁쓸하네. "
" 뭔 개소리야, 피방이나 가자 ㅋㅋ "
길었던 하루가 저물어 갔다.
8)
나는 열심히 하지 않았던 탓인지,
사람들에게 악수를 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가 공부를 하던 중,
누구보다 유쾌했던 그 사람이 생각났다.
합격을 했는지, 아니면 다시 수능을 도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악수를 하면서까지 간절했던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 진실했다.
올해 수능에서는 나도 그 사람처럼 악수를 해볼까 한다.
혹시 같은 교실에서 그런 사람을 본다면, 아마 그게 나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올해는 잘 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
부족한 글임에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쓰다 보니 마지막편은 유머글이 아니네요. 하하..
++
주작이라고 하시는 몇몇 분들에게,
아무래도 유머글이기 때문에 저의 감정 묘사나 비유 같은 부분들 몇 개를 추가했을 뿐.
있는 그대로 썼습니다.
저도 저런 분을 만난 게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아요 !
+++
많이 웃읍시다.
행복해지려고 이렇게 다들 열심히 하는 건데.
현재가 아무리 나빠도, 언제까지나 나쁜 건 아니잖아요 :D
일희일비 노노.
우직하고 꾸준하게.
0 XDK (+220)
-
100
-
10
-
100
-
10
-
슈바 집 정전됨 0
눈 많이 와서 그런가 밖에서 번쩍하면서 우웅하더니 정전됨 냉장고 shut down...
-
리 3
리
-
버 0
버
-
풀 0
풀
-
결과가 끝까지 만족스럽지 않지만 떠나야 할 때가 왔구나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
2026 수능! 겁내지 말고 주어진 시간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 되길!!
-
올해 수능을 쳤고요 수능을 정말 심하게 망쳤습니다.. 6,9모때는 중경은 대부분...
-
탐구과목은 물1물2 선택했습니다
-
전 2
-
기 0
-
쥐 3
-
모자 쓰고 다녀야징
-
아 눈오네 2
-
뭐냐 나 잔다 6
내일은 또 뭐하지
-
어떻게 위로해주는게 좋을까
-
고데기 할말? 3
스타일링은 못 하고 안하면 90퍼 확률로 머리가 철수처럼 돼서 그거 방지용으로...
-
오드구오의 데뷔 정규앨범 사클래퍼 특유의 날것 그대로의 느낌과 야마가 듣기 좋게...
-
다들 안 자고 머함 10
난 일어난거임!
-
꿈조차 없던 놈의 노랠 이젠 다들따라불러 엄마 랄랄라랄라 1
1년 전 무너졌던 어린애가 아냐 이젠 달라 엄마 난나나난난
-
후후
-
이미지 써드림 25
머리만 말리고
-
잘자 굿나잇 0
-
마감
-
절대로 오르비언들을 놀라게해선 안돼!
-
님들님들 급함 6
프사 추천좀
-
피오르 같은데 말고 메가스터디에서 40만원대에 정시 상담 해주는 거 있는걸로 아눈데...
-
이미지적어드림 30
몇명만
-
좀보이드 해볼까 근데 친구들이 이 게임을 같이 할까
-
지금 반도체가 취업 제일 힘듬. 그냥 똑같이 3d업무 야가다인거 기계가서 설비하는게 취업도 편할듯
-
기분탓인가
-
해파리~ 지역을 지~키자~!
-
작년에 비해 국어수학 표점이 낮으니까 작년과 환산방식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표점...
-
갑자기 유튜브가 너무 재밌다
-
재밌었고 감사했습니다 ㅎㅎ 인증같은거 하지말걸 그랬네요
-
게시글 밀기
-
건대 vs 외대 5
건대 경영이랑 외대 자전 or 경제학과 어디 가는게 낫나요? 문과입니다
-
왜 나만 안돼 5
... 열심히 한 수시도 망하고 열심히 한 정시도 망했는데 그러면 내가 학점을 잘...
-
잔다 6
르크
-
이제 자야지 2
이제부터 오르비는 내 공부 기록용이다
-
한시간 전에 찍은건데 음 오랜만에타니좋네요
-
얼버기 2
그닥 잘 자진 못한듯? 30분 자다 깼다가 다시 3시간반정도 잔듯
-
선착순 10
-
이제 글 그만 쓰시고 주무세요 안그럼 궁금해서 제가 못잠
-
로고는 저의 순수창작물이며, AI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갤럭시노트에서 아이디어...
-
훨씬 남자다워
-
벌써 댓글 400개 씀 ㅁㅊ
-
말해주셈
1
1.5
1.75
1.875
ㅋㅋ좋다 이번엔 내가 악수한다
ㅎㅇㅌ!
스크랩
닥 추
이때 딱 사수생 본인등판 하면...
썰추
좋은글 추
닥추
올해 수능날 특) 악수의 장이 열림
ㅋㅋㅋㅋㅋ악수하다가 손에 힘빠져서 마킹잘못하고 국뚜껑 못열듯
19수능팁) 악수하면 오르비언임
마지막 마무리도 완벽 잘읽었어요 ㅎㅎ
대다나다
이거 실화인가요?
근데 수능당일날 아침 모르는 사람이
악수권하면 당황할듯
훈-훈
훈ㅡㅡㅡㅡ훈
필력 무엇..
이런 반전이.. 너무 둏다
'오직 수능만 생각'하지않고 '사람도 수능과같이 생각'하는 사수생이네요
ㅈㅅ ㅋ
ㅋㅋㅋㅋ저도 함
아 웃을 거 기대하고 왔는데 울고 가네ㅠㅠ
아니 왜 갑자기 이렇게 무거워져
진짜 실화라는게 너무 신기하다 ㅋㅋㅋㅋㅋ
와..
필력 ㅆㅅㅌㅊ
기승전결 ㅆㅅㅌㅊ 필력 이하동문
굿
와 눈물나네
재수생인 저는 꼬박꼬박 감독관님과 주변에 앉은 사람에게 인사했어요.. 그랬더니 반대편에 앉은 놈이 기침으로 광역테러를..ㅠㅠ
소설인줄 알았는데 실화였어...!??
소설추
유머글이 감동글이 되었네요...
묵직한 감동받고 갑니다
감동글
훌쩍
이게 실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