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18-07-27 13: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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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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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휴가를 내 쉬면서 속세를 떠났다.

한국 뉴스는 그 기간만이라도 보기 싫었다.


근데 틀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이재명과 조폭이라니 이건 뭐?!

설렘 반 기대 반으로 봤다.


본 소감은 하기와 같다.

'그알'은 저널리즘의 기본을 망각했다.


그것이 알고 싶어 봤더니

저것만 알려주었다.


언젠가부터 시사프로는 저널리즘을 버리고 영화의 길로 들어섰다. 

몰입을 방해하는 몇 가지 팩트를 버린 플롯은 시청률, 영향력, 입신(立身)을 안겨준다.


지난 주 강타한 '이재명 조폭'은 저널리즘의 기본을 망각한 전형이다. 조폭을 변론하는 것은 조폭과 유착해서가 아니라 조폭에게도 인권은 있기 때문이다.(나도 조폭 쓰레기따위 인간 미만으로 취급하지만 그들조차 변호권은 있다.)


사진을 같이 찍은 것이 경솔하고 못난 행동이더라도 그게 유착한 결정적 증거는 아니다. 조카도 사실은 양아치라 변론했다는 마지막 읍소를 절묘하게 짜맞추어 억지로 끌어가는 서사는 조악하다.


'그알'은 기본적으로 편집방향을 정해놓고 방해되는 팩트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프로그램의 밋밋함은 그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부분이니까. 그렇다 해서, 기득권자라 해서,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진 수도권 지사라 해서 그들을 맘대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을 넣는 게 제법 괜찮은 야마이긴 한데 결정적 물증이 없자 결국 그알은 영화(아수라)에 논거를 의탁한다. "현실은 놀랍게도 비슷했습니다."라는 진술이 증거가 되는 세상. 그들은 그렇게 시청자를 우습게 알았다.


1시간 동안 긴 호흡을 끌어가기 위해 어느정도의 서사는필요하다. 

그러나 짜맞춘 결론에 방해되는 팩트를 버리고 대중영화를 채워넣은 제작진의 태도는 시청자 기만의 극을 보여준다.


현실이 '아수라'는 맞는 듯 하다. 감독이 허구라 해도 끝까지 믿으려 달려드는 이들이 있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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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통수 · 538779 · 18/09/02 17:16 · MS 2014

    아니 정말..... 필력이 너무 좋으시고 깊은 생각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팔로우하고 정독할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