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할 때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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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ㅋ 정말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오늘에야 여쭤봅니다ㅋㅋ
광복님의 합격수기에 보면 재수,삼수때는 공부하지 않았다고 나와 있는데..그렇게 공부하지 않으면서도
그 기억을 간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뭔지 궁금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어제 봤던 것도 한 3일정도만 지나도 거의 백지상태가 되는데..전 이부분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광복님께서 만약 어떤 분야(경제학,교육학 등등)이든 혼자 독학으로 하신다고 가정했을때
항상 자신이 꼭 이것만은 지킨다는 원칙이 있으신지요? 예를 들면 기본서를 한번 훓어보고 정독한다. 아님 한번 책을 정독하고
책을 가리고 한번은 암송한다. 등등의 이런 자신만의 기준이 있으십니까?
저의 경우 책을 한 8번정도 정독하지 않으면 거의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기억이 나더라도 거의 흐릿하게만 납니다.
그래서 까다로운 정의를 다루거나 심화적인 개념부분에서는 헷갈리고 명확하게 기억을 할 수 없는지라 공부를 하더라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하고 남들의 비해 아웃풋이 좋지 못합니다.
광복님만의 어떤 공부에 대한 철학이나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면 좀 듣고 싶습니다.
사실 합격수기를 예전에 사서 읽어봤는데 지금도 가끔씩 공부가 잘 안될때는 읽어봅니다. 예전부터 궁금한 질문이었지만
눈팅만 하다가 오늘 한번 질문해 봅니다. 바쁘신데 번거로우시겠지만, 답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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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는데도 망한거면 공부는 내 길이 아니도다
일단 사실 관계 확인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삼수때는 수능 공부를 안 한 게 맞지만 재수때는 1학기 때는 학원 꾸준히 다니면서 공부했었습니다. 2학기부터는 오르비 쪽에 시간 들이고, 모의고사 점수에 조금 자만해서 공부를 별로 안 했지만요.
수능 시험이라는 게 시험 범위가 워낙 적다 보니, 어느 정도 반복해서 공부하면 일부 암기과목을 제외하고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실력 유지가 되는 면이 있습니다. 가령 언어나 외국어 같은 경우는 대단히 휘발성이 약한 과목이라 10년 이상이 지나도 실력이 유지가 되고, 수리 영역도 3~4년 정도는 유지가 되는 것 같고, 저 같은 경우는 이과였는데 물리 같은 경우는 수학과 비슷해서 이해 중심 과목이다보니 실력이 오래 유지되는 편인데 물리1, 물리2를 선택하면 이미 탐구에서도 절반이 해결되니..
어제 봤던 게 3일 후에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그냥 처음 공부하실 때라 그렇고, 수능 범위를 20번째 21번째 공부해 나갈 때에는 별로 감흥도 없고 잊혀지지도 않고 새삼스레 새롭게 알게 되는 느낌도 없고... 그런 게 있습니다.
공부를 할 때 원칙에 대한 물음은 참 유익하고 흥미로운 질문인데요. 저는 다른 분야를 공부할 때에도 만약 그것이 시험 일정이 있고, 일정 구간의 시험 범위가 주어진 것이라면, 어느 정도 공부를 해 보아서 제가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해 나갈 수 있는 속도(하루에 읽고 이해하고 암기할 수 있는 페이지 수라든지)를 측정하고, 시험이 요구하는 기준을 고려해서 미리 계획을 세우고 중간중간에 점검해서 계획을 조절하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시험이건 '이건 시험에 안 나오는 부분이니 스킵' 같은 건 허용하지 않고, 중요한 부분을 두 번 공부하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스킵하느니, 범위 전체를 한 번 보는 쪽으로 공부합니다. 물론 범위 전체를 한 번 읽을 시간조차 없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을 먼저 공부하지요.
일단 공부를 하는 기간으로 정하면 다른 일은 하지 않고 그 날은 먹고 자는 일 같은 생리적인 활동을 빼고는 공부만 합니다.
오르비에 계신 저IMIN 의대생 회원 분들이 가끔 오해하시는 게 어떻게 소문이 난 건지는 몰라도 이번 의사고시에서 제가 무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처럼 알려져 있던데 그렇지 않고 제 성적은 딱 평균 정도입니다. 대신 의사고시에 대비해서 공부한 기간은 정확히 27일이었고, 시험 전날 밤에 시험 범위 전체에 대한 1독을 딱 마치고 시험장에 갔습니다. 27일을 제외하고 남아돌던 본4 때 시간은 결혼 준비나 신혼 생활, 오르비 관련 업무 등등에 적절히 할애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시험 준비 기간을 27일로 잡은 것은 14권으로 구성된 시험 대비 문제집 중 1권을 공부하면서 소요된 시간을 측정해서 할당한 것이었구요. 이 측정이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계획이 들어맞았을 것입니다.
의사고시 이후에 제가 봤던 시험은 정보처리기사였는데 필기는 위처럼 측정해 보니 4일 정도 공부하면 되겠다 싶어서 그만큼 공부했고 실기는 2일 정도 공부하면 되겠다 싶어서 역시 그만큼 공부했습니다. 결과는 60점 이상 합격에 평균 96점, 85점이었습니다. 필요 이상의 점수를 받은 건 아마 1독을 굳이 안 해도 됐는데 시험 범위를 다 공부했기 때문인 것 같구요.
객관식 시험이나 각종 국가고시처럼 60점 이상을 받으면 되는 시험이야 1회독으로도 기준을 충족하는 결과를 충분히 낼 수 있지만, 수능 시험 같이 만점을 목표로 공부해야 하는 시험은 당연히 5번, 6번 공부를 해도 부족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8회독을 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9회독과 10회독을 해야 할 것이고, 그럴 수 있도록 계획을 미리 짜서 그대로 달성해 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제가 오늘 칼럼에 쓴 글에서도 썼지만, 배기량이 좋은 차를 가지고 있으면 목적지에 빨리 도달할 수 있지만, 목적지를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 배기량이 좋은 차는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있어서 높은 지능은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닙니다.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현재 자신이 보유한 자원을 적절히 만족시키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