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 겨울 밤에 시 쓰기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2156779
연탄불 갈아 보았는가
겨울 밤 세 시나 네 시 무렵에
일어나기는 죽어도 싫고, 그렇다고 안 일어날 수도 없을 때
때를 놓쳤다가는
라면 하나도 끓여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는
벌떡 일어나 육십 촉 백열 전구를 켜고
눈 부비며 드르륵, 부엌으로 난 미닫이문을 열어 보았는가
처마 밑으로 흰 눈이 계층 상승 욕구처럼 쌓이던 밤
나는 그 밤에 대해 지금부터 쓰려고 한다
연탄을 갈아 본 사람이 존재의 밑바닥을 안다
이렇게 썼다가는 지우고
연탄 집게 한번 잡아 보지 않고 삶을 안다고 하지 마라
이렇게 썼다가는 다시 지우고 볼펜을 놓고
세상을 내다본다 세상은 폭설 속에서
숨을 헐떡이다가 금방 멈춰 선 증기 기관차 같다
희망을 노래하는 일이 왜 이렇게 힘이 드는 일인가를 생각하는 동안
내가 사는 아파트 아래 공단 마을
다닥다닥 붙은 어느 자취방 들창문에 문득 불이 켜진다
그러면 나는 누군가 자기 자신을 힘겹게도 끙, 일으켜 세워
연탄을 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리 수출 자유 지역 귀금속 공장에 나가는 그는
근로 기준법 한 줄 읽지 않은 어린 노동자
밤새 철야 작업하고 왔거나
술 한잔하고는 좇도 씌펄, 비틀거리며 와서
빨간 눈으로 연탄 불구멍을 맞추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 타 버린 연탄재 같은 몇 장의 삭은 꿈을
버리지 못하고, 부엌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 두고
연탄 냄새에게 자기 자신이 들키지 않으려고
그는 될수록 오래 숨을 참을 것이다
아아 그러나, 그것은 연탄을 갈아 본 사람만이 아는
참을 수 없는 치욕과도 같은 것
불현듯 나는 서러워진다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눈발 때문이 아니라
시 몇 줄에 아등바등 매달려 지내 온 날들이 무엇이었나 싶어서
나는 그 동안 세상 바깥에서 세상 속을 몰래 훔쳐 보기만 했던 것이다
다시, 볼펜을 잡아야겠다
낮은 곳으로 자꾸 제 몸을 들이미는 눈발이
오늘 밤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불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나는 써야겠다, 이 세상의 한복판에서
지금 내가 쓰는 시가 밥이 되고 국물이 되도록
끝없이 쓰다 보면 겨울 밤 세 시나 네 시쯤
내 방의 꺼지지 않는 불빛을 보고 누군가 중얼거릴 것이다
살아야겠다고, 흰 종이 위에다 꼭꼭 눌러
이 세상을 사랑해야겠다고 쓰고 또 쓸 것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가정) 화생 x 본인이 할 과탐 선택은? 지1물2는 제외 물2지2는 <<<< 애는 좀
-
최솟값은 구했는데 최댓값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여;;
-
무쌩겨서 울어써 2
우어어ㅓ
-
이제 남은 기출은 독학으로 다때워야 되네 역에보 다 안끝났는데 조졌네
-
집까진 한시간.. 질문받아요
-
. 0
아이스크림 하나 먹어야지 까먹고 있었구먼
-
그거 이루면 뭔가 흔들리지 않음? 별거없어서 약간 뭘 해야되는지 모르겠는 느낌.
-
보통 아들도 큰가
-
나도 오랜만에 질받 12
암거나 ㄱㄱ요
-
. 11
-
team 95 7
안녕하세요
-
가능...? 사실 가능을 논하기 전에 불가능해도 어떻게든 끝내야 되는 것들이긴 함...
-
애가 남캐보고는 다 못생겼다고 하면서 자꾸 여캐를 밝힘...짤녀가 최애래요 흠냐뇨이
-
굳나잇 3
오늘도 새벽을 지키러 가야겠어요 ㅂㅂ
-
아무나...
-
이런거 찾아봐야하나 갑자기 좀 알아놓고싶네
-
이번에 학교에서 지구과학을 시험을 봤는데 애들이 기출은 어차피 다 푸니까 다른대서...
-
슨늠질받 ㄱㄱ 9
ㄱ
-
프사남을 들어주고싶다
-
일단 시대나 강대컨은 한권당 최소 8만원부터 시작이고 모고는 한회당 2만원에 시작인듯 ㅋㅋ
-
다음주도 ㅎㅇㅌ합시다 11
다음주 할꺼 국어 새기분 독서 문학 시작 (1주일분) 자이는 그 날 안 듣는 과목...
-
선넘질 교환해드립니다 34
주거니받거니
-
선넘질 받습니다 9
그냥 질문도 가능 메타탑승 고고혓
-
목표 만점가정으로 물2 강사가 배기범 뿐이 없다고 들음
-
무엇이던 들어드립니다 24
입시고민 학교고민 똥같은 고민 아무 쓸모없는 고민 해결은 모르겠고 들어는 드립니다
-
여러분을 돕기 위해 도움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을 위한 자료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
경기도 평반고 다니는 고1인데 제가 중학교를 자퇴하고 솔직히 좀 놀기만 해서 수학,...
-
처음엔 즐거운 이별이었읍니다. 비록 수많은 오르비언의 욕받이였고 저도 그들중 한...
-
선넘짉ㄱ 6
ㄱㄱ
-
덕코 적선 부탁드립니다..
-
25수능으로 탈출하자 26내신반영 진짜 dog joaT 3
아 ㅋㅋ 서울대 : 장수생 ㄲㅉ 서울대 : 메디컬 탈출 안할 용자들만 모집해요...
-
선넘질 ㄱㄱ
-
몸무게 일정수준 안되면 헌혈 막혀요 그래서 저 장학금 받고싶으면 봉사시간 노가다로...
-
선넘질 ㄱㄱ 9
ㄱㄱ 신상 관련만 아님 받음
-
배불러서더못마심흑흑 취했을때가궁금한데
-
군대는 공군가라 10
진짜 경험자로서.,,,.. 육군 짬통 동물농장 다녀와서 깨달은 것!!! 특히나...
-
질받받습니다 3
넵
-
술한잔 했습니다 어쩌구 (이하생략) 로스쿨 학생입니다. 작년 서울, 연세, 고려 중...
-
그리고 다양한 지역에 기반 저것은 또 뭔뜻이죠
-
수험판 못벗어나면 정신연령 낮아지는건 당연한것일지도 7
하 ㅋㅋ 예비군 n년차 (n은 3이상의 자연수) 그래도 꼰대는 아닌거같아서 다행인거 같기도 하고
-
같은 아파트라 친한가보네 ㅋㅋㅋ
-
개음지질문 다 가능 ㄱㄱ
-
라유란 오르비언의 ㅇㅈ을 저장해놧죠
-
마라탕 먹고십네 3
ㄹㅇ
-
ㄹㅇ 자러갈게요 3
얼버기 해야함
-
줄 덕코는 없으니 이 또한 내 덕코이니라
-
ㅇㅈ 4
-
제곧내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