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변선생 [342667] · MS 2010 · 쪽지

2012-10-18 09:46:25
조회수 12,102

평가원의 변별력 유지를 위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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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EBS가 반영된다는 말에 추상적으로 "반영되는구나 공부해야지" 정도의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게 전략적으로 접근을 하다보면 남들은 알 수 없는 깊이에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재수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평가원 모의고사는 항상 저에게 분석의 대상입니다. 지금도 6월 9월 모의고사를 수시로 들여다 보면서 학생들이 알 수 없는 세계에까지 도달하려고 노력중입니다. 


평가원은 EBS를 반영하면서 한 가지 고민에 빠진 것 같습니다. EBS를 너무 많이 출제하면 내신시험처럼 변별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EBS출제를 안하자니 학생들의 EBS에 대한 관심이 줄까 걱정이지요. 그래서 몇 년간의 흐름을 보면 평가원이 이 줄다리기에서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이 됩니다. 두 마리의 토끼 잡기 - 이게 평가원의 전략입니다. 

일단 수능의 EBS반영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보겠습니다. 작년의 EBS 표면적 반영비율은 50문제 중에서 듣기 15문항 + 독해 18문항이 출제되었으므로 70% 정도의 반영비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듣기의 반영비율은 88% 정도이며, 독해의 반영비율은 54% 정도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독해 영역의 반영비율이 70%인 것은 아닙니다. 원래 수능에서 듣기의 변별력은 높은 적이 없었고 따라서 변별력은 독해에서 주게 되는데, 독해 파트의 EBS의 반영비율이 54%정도이기 때문에 변별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결국 46%의 외부 지문이 변별력을 갖기 때문입니다. 

이제 독해 파트로 자세히 들어가 보겠습니다. 평가원은 EBS를 활용한 문제에서도 변별력을 갖고 싶을 것입니다. 그래서 EBS로 나와도 EBS에서 나온 것의 혜택이 적은 문제 유형에 EBS를 반드시 활용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즉 EBS로 내도 상관이 없는 그런 문제들입니다. 그런 문제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도표입니다. 도표는 나와도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지문 내용은 기억나도 도표 숫자가 기억나는 사람이 어딨을까요? 따라서 도표는 반드시 나옵니다. 나와도 큰 의미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문법 문제입니다. 문법은 내용이 상관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문법을 중요하게 공부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EBS에서 나와도 소용없는 문제가 됩니다. 심지어 강사인 제가 봐도 EBS에서 봤기 때문에 문법이 풀리는게 아니라 문법은 그냥 실력입니다. 따라서 EBS에서 출제하지만 EBS프리미엄이 없는 문제가 됩니다. 문맥 어휘 문제도 어차피 읽어야 하기 때문에 EBS에서 출제합니다. 올해 6/9월도 역시 EBS에서 출제 되었습니다. 어휘문제는 EBS를 보면 약간 유리함이 생깁니다. 내용을 아니깐요. 하지만 역시 뭐가 바뀐 건지 다 읽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평가원이 원하는 학생들 지문 다 읽도록 만들기용 문제가 됩니다. 이에 반해서 EBS에서 출제하기 힘든 유형도 있습니다. 바로 장문입니다. 장문은 이미 EBS것을 쓰게 되면 문제가 겹치는 일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외부지문을 활용합니다. EBS의 단문을 이용해서 원문에서 더 길게 뽑아서 장문을 만든다면, EBS 출제의 의미는 없어지기 때문에 장문은 외부지문이 나올 것입니다. 그렇다고 EBS의 장문이 수능에 출제 안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6월 돌고래 문제는 장문의 요약본으로 문제를 냈었죠. 빈칸은 변별력 유지의 가장 큰 요소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변화에 촉각을 곤두 세워야 하는데, 일단 6/9월 평가원 문제에서 6문제 중에서 3문제가 외부지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3문제가 EBS지문이었는데 EBS지문이라고 해도 오답률이 가장 높게 나오는 사고력을 요하는 것이 출제가 되었으므로 EBS의 프리미엄이 사라졌었습니다. 오히려 외부 지문이 쉬웠죠. 그리고 새롭게 출제 되고 있는 두 단어 빈칸의 경우에는 EBS에서 빈칸 문제였던 것으로 출제를 하였습니다. 작년에는 같은 유형으로 출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이 부분이 깨졌지요. (개인적으로 평가원에 문의한 결과 같은 유형 출제에 대해서는 답변해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즉 올해는 평가원 모의고사 처럼 빈칸에서 빈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ㅋ 사실 저도 이 내용을 최근에 확인한 것이라서 제가 만든 변형문제에는 적용하지 못했습니다.) 이 두 단어 빈칸은 EBS에서 출제 되어도 역시 다 읽어봐야 하는 수고가 드는 문제입니다. 

이런 평가원의 변별력 유지 전략들을 고려하면, EBS가 수능에서 주는 유리함이 분명이 존재하지만, 그게 70%라는 숫자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수능이란 전쟁터에서 만점을 받기를 원한다면 싸움의 기술이라는 실력을 키우고 그 후에 EBS라는 무기를 손에 들어야 할 것입니다. 끝까지 실력 키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마세요! 

평가원은 EBS 출제에 있어서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저의 글도 올해 수능에서 그대로 적중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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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군 · 402152 · 12/10/18 12:57 · MS 2012
    당연한 말씀인듯
  • believe604 · 417669 · 12/10/18 16:53 · MS 2012
    당연한소리
  • Christian · 349917 · 12/10/18 20:30 · MS 2010
    수험생 입장에서, 그냥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네요...
  • 오엘 · 415086 · 12/10/18 22:28 · MS 2018
    치열하게 고민하신 흔적이 보이네요 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
  • 이힝유홍 · 418281 · 12/10/18 22:35 · MS 2012
    결국 EBS 는 저렙들의 푸념.....
  • 오르비으루 · 389045 · 12/10/19 00:11 · MS 2011
    Ebs출처를 안하자니 관심이줄어드는....

    이문장하고본문하고약간모순감이없잖아있는거같네요
  • were339 · 401662 · 12/10/19 16:28 · MS 2012
    70% 반영 비율은 정책이기 때문에 EBS 출제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그걸 가지고 고민할 수가 없죠.
    어떻게 반영할까를 고민하는 것 뿐이죠.
    EBS가 안 중요할 수 없구요, 70% 만큼 아니시라고 분석하셨지만 제가 보기엔 EBS 교재만 완벽히 끝내면 100% 라고 생각해요.
  • 상변선생 · 342667 · 12/10/21 00:40 · MS 2010
    70%라는 숫자가 제가 말했던 변별력과 EBS프리미엄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한 균형점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듣기와 독해의 반영률 차이를 보면 이 두마리의 토끼가 보이게 됩니다. EBS교재를 어떻게 보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내신공부하듯이 한다면 외부지문 뿐만 아니라 EBS지문에서 나온 문제도 틀릴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9월 모의고사 최고 오답률 문제가 EBS 였다는 점도 알아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