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nosCain [10012] · MS 2003 · 쪽지

2013-01-23 07:05:57
조회수 2,089

요즘 수시/정시 논란을 보면서 한번 글써봅니다 (부제: 입시에 대한 상념과 내가 구상해본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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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초창기부터 미리 가입하여 눈팅위주로 살다가, 어언 11년째군요...백만년만에 글 한번 써봅니다.
뭐 한번씩 읽어보시고 서로 의견이 일치하면 된거고,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냥 저 사람과 나는 의견이
다르다는 점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므로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미리 말해두고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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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대학입시와 사교육과열의 근본원인

일단 세부적인 내용을 떠나서 큼직하게 생각해보면 사교육과열의 원인이 수능이라는건 좀 아닌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건 사회에서 대놓고 또는 은근히 대학학벌을 따지고 이에 대해 한국인들이 소신껏 행동하는
사고방식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주위사람들이 다 대학가려고 하면, 자기자신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고교생 대부분이 대학입시에 얽매이는 현상자체가 이상한거죠. 물론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직까지는 중고교(현재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지요)만 이수하고는 직업현장에서 아무리
숙련되어도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인데, 결국 근본뿌리는 바로 이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마이스터고교정책은 아직 초창기지만 좋은 취지이고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뿌리를 수도권밀집
현상과 함께 해결하지 못하면 어떠한 입시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사교육문제는 해소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자 선택사항이 되어야하는데, 현재 대학이 너무 많고 지금도 더 생기고있어
의무교육 비슷하게 변질되고 있죠. 즉, 필요이상으로 많은 대학들을 확 줄이고 대신에 중고교만 졸업해도
직무훈련만 잘 받으면 공정하게 살 수 있는 사회기반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우선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대학입시는 사회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므로 냉정하면서도 차분하게 고려해야할 문제입니다.
가만히 있는 서울대를 건드린다고 바꿀 수 있다는 발상은 다소 피상적인 접근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사실 사회에는 대학전공지식이 굳이 필요없는 직군이 더 많을텐데 대학진학비율이 너무 높은 거죠.
그리고 이에 대해 아직 많은 한국인들이 자기 소신껏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큰 함정이라 하겠습니다.


2. 자, 그럼 요즘 논란이 되는 정시/수시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정시생(특히 재수이상)은 내신보다
수능이 훨씬 공정한 잣대인데 정시문턱이 너무 좁아서 불만이고, 수시생은 자신은 공식적으로 대학이
뽑은 학생이고 사실 능력자도 상당히 많은데 왜 함께 묶여 실력없다고 비난받아야되는지 불만입니다.
일단 저는 정시와 수시(특히 입사제) 모두 취지는 나름 좋고 공존할 필요가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수능은 모두에게 가장 공정한 시험인 것은 사실이고, 수시가 수능점수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학생에
대한 다면적인 평가방법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현재시점에서
대학신입생은 약 정시 2~30%, 수시 7~80%비율이라는 점에서 두 선발방법이 상호보완적이라기에는
너무도 기형적인 비율이죠. 차라리 수시모집의 비공정성에 대해 정시모집이 보완하는 상황이라고
보는게 더 알맞군요. 그런데 대다수가 공정성여부를 따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수시생 7~80%중에서
아무리 봐도 과반수이상이 납득할 수 없는 기준으로 뽑힌 일부비율만 다시 줄이면 평형에 맞춰지죠.
예를 들어 기존에 2~30%를 뽑던 수시생을 7~80%로 늘려봤더니 정시생에 비하여 대학학업능력이
떨어지고 이해할수 없는 선발기준으로 입학한 자가 20%정도 된다고 치면 그 부분만 정시로 돌려서
정시를 4~50%정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지, 굳이 예전 수시2~30%시절로 돌아갈 필요는 없는거죠.
'균형'이 어디서 맞냐가 논점이지, 어떤 전형을 확 줄이거나 늘리자는 극단적인 생각은 자제합시다.
어떤 전형이 더 공정하다식의 논쟁보다는 각자 취지는 인정하고 그 균형맞추는 것에 더 집중합시다.
다만 결국 '같은 조건하의 시험'보다 더 공정한 잣대는 아직까진 없는 것이 현실인건 인정해야죠.
그래서 아직은 수시모집이 정시모집의 수능줄세우기방식에 대해 보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 고질적인 정시/수시싸움을 보면서 제가 구상해본 입시모형을 이제부터 제시해볼게요.



2. 내가 구상해본 입시모형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정도로만 판단하시길)

- 기본컨셉: 간소화, 상호보완

- 현재 수천가지에 이르는 대입전형을 간소화/통합하되 정시/수시개념은 유지한다.
  그리고 수능은 연말에 수능전형응시할 사람만 보는거다. 어차피 그 안에서 상대평가.
  내신전형이나 특기자전형 들어간 사람들과 수능으로 왈가왈부할 필요없도록 한다.

- 전형은 딱 세가지이다:  특기자전형(10~20%선발. 특기자논술 또는 면접시행, 내신/수능 미반영, 재수생 이상도 지원가능)
                                  입학사정관전형(30~40%선발. 학과별 인/적성면접시행. 현재의 농어촌등의 기회균형전형을 여기 통합후 정원외선발폐지)
                                  수능전형(50%선발, 내신 미반영하고 수능을 다시 변별력있게 출제하는 겁니다)

 * 입학사정관전형은 모대학의 '트랙전형'처럼 운영하여 내신트랙/창의력인재트랙/농어촌트랙등의 방식으로 지원자별 유리한 트랙으로 자동선발.
   특기자전형은 대외수상경력을 학생부와 지원서에 기재할 수 있도록 한다.

- 1년간 입시일정:  8월초순 - 수시모집(특기자전형/입학사정관제)     (그러고보니 이건 예전의 1학기 수시모집이랑 비슷하네요...)
                         11월초순 - 대학수학능력시험
                         12월말경 - 정시모집(수능전형)

- 예를 들면 100명정원의 A학과는 8월중순에 특기자 20명, 입사제30명(내신우수자10명, 창의력인재10명, 농어촌10명)을 수시모집으로 뽑고
  12월말에 정시모집에서 수능성적으로 50명을 뽑는 방식이지요. 각 전형에서 내신, 수능, 특기중 하나씩만 반영하여 확실히 가르고 특목고나
  자사고출신들에 대해 비교내신논란의 소지도 원천봉쇄하는거죠. 내신불리한 학교출신은 어차피 전체인원중 내신선발이 10%정도니까 굳이
  욕심내지않아도 다른 트랙합격되면 그만이니 손해는 아니죠. 물론 고3들어와서 한가지만 파는 사람도 없겠지만 지금처럼 내신, 수능 둘다
  반영하면서 고민하게 만드는 것보단 이런 방식이 차라리 한가지만 잘해도 대학간다라는 취지엔 조금은 더 맞지 않을까 싶네요.

- 내신은 물론 성실성과 집중력을 반영하지만, 솔직히 학교별로 집단,시험수준 모두 다르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반영하지는 않잖아요.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수시모집으로 뽑으면서 학과별로 전공적성기초지식에 대한 면접을 합/불로 보거나 조금 반영할 수 있겠죠.
  내신은 평가요소의 하나일뿐이지, 그것이 중심이 되기에는 공정성의 문제가 있겠죠. 내신좋은 사람은 그거대로 인정하고 일부
  선발하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시모집인원이 너무 적으면 재삼수나 N수생에 대한 기회를 박탈하는 셈이니 다시 
  정원을 좀 늘리는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냥 한 개인의 입시구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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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다시 말하지만 사람간의 의견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 것으로 정답은 없다고 봐요. 서로간의 의견이 다르다면 그것은
         조율해보거나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면 되거든요. 물론 과반수이상이 동의하지 못하는 생각이라면 얘기가 다르긴
         하지만 그것조차도 싸우면서 서로 얼굴붉히면 그때부턴 토론이 아니라 그냥 진흙탕이에요. 대놓고 어그로를 하는 경우
         그냥 저 사람은 그런가보다 하고 조용히 넘어가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그럼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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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쥬스데스크 · 302817 · 13/01/23 08:01 · MS 2009

    내신은 어디까지나 플러스 알파의 요소이지 내신의 불리함 때문에 수능을 착실히 준비한 결과가 '감점'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N수생은 국가적 낭비로 단순 치부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잠재력을 갖춘 예비 인재? 정도로 생각하고 점진적으로 공교육에서도 관리(=지원)해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JenosCain · 10012 · 13/01/23 11:23 · MS 2003

    그렇죠. 그래서 내신과 수능을 함께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별개의 입시전형으로 생각해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재의 입시방식은 N수생이나 사회생활하다가 뒤늦게 대학진학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죠ㅋ

  • ksheer506 · 415272 · 13/01/23 09:24 · MS 2012

    제 생각이지만 현 논술위주의 수시전형체제를 유지한다해도 논술 채점기준, 채점 답안지, 점수 공개해서 투명하게 운영하면 불만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 JenosCain · 10012 · 13/01/23 11:30 · MS 2003

    논술시험에 대해서도 물론 생각해봤는데 채점기준/모범답안/점수공개과정을 추가하여 공정성확보에 도움이 되겠지만
    논술은 수능에 비해 사교육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에 대한 불리함이 커서 하나의 큰 전형으로 두기보다는 평가방법 중
    일부로 포함하면서 천천히 확대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ㅋㅋ그냥 웃자고 서술해본 입시모형이에요.

  • 레바 · 383645 · 13/01/23 12:28

    저도 수시 50~60 정시 40~50정도의 비율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신 열심히 한 학생들을 위한 전형도 필요해요. 그런데 가끔 비정상적인 정시 비율을 정상적으로만 돌리길 원한다고 주장했는데도 막 수시를 깐다면서 뭐라하는 사람이 있는데 참 미치겠어요..

  • JenosCain · 10012 · 13/01/23 12:43 · MS 2003

    그 입학처찾아가신다는 분이군요. 아예 처음부터 정시/수시의 필요성을 모두 인정한다고 전제하에서 논의를
    진행하는데도 글을 제대로 읽지조차 않는 사람들이 많죠(물론 글이 기니까 좀 귀찮긴하죠) 물론 토론이란 결국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이길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수렴하면서 조율해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죠. 차분히 성토의 목소리를 내면서 공감대를 부드럽게 확대하다보면 점차 이해할 수 있겠죠.
    그렇지 못하고 어그로만 끌거나 남의 의견을 포용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애초에 논쟁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 청량산 · 479527 · 13/12/19 15:28 · MS 2013

    아주 합리적인 방안입니다.
    저의 지론과도 일치합니다.
    적극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