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수생 출신 대학생이 말하는 장수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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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하다 못해 터져버릴듯한 이 단어 없이는 본인의 인생을 논하기 참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이들은 대학생활을 하든, 군대를 가든 사회적으로 주어진 퀘스트를 하나 둘 깨가는 동안 본인은 10대 후반의 퀘스트판에서 벗어나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아 물론 5수생인 본인이 장수생이라 소개하면 찐으로 6수 7수 하신 성님들이나 예전에 아프리카에서 공부방송하시던 엉가님 같은 분들이 어린애라고 코웃음칠지 모른다. 장수의 기준은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 그렇기에 일단 내가 생각하는 장수의 기준부터 말하고자 한다.
간단하다. 4 이상부터는 장수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입시판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거두고 손절쳤을 때 그나마 피해가 적은 것은 3수가 마지노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외국에 오래 나가 산 경험이 없어서 외국은 어쩌고 저쩌고를 할 수는 없다. 다만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있는 것은, 나이 한살로도 형이네 아우네 따지고 빠른년생으로 족보를 따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동년배들의 평균적인 생활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큰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재수...친척들이 들으면 보통은 응원해준다. 삼수...말 꺼내기가 좀 무섭지만 보통 '그래...꿈이 있으면 도전하는거지'등의 덕담을 들을 수 있다. 사수? 여기서부터는 내가 내 소개를 하기가 무서워진다.
이 간단한 예시 하나로도 3과 4 사이에는 큰 벽이 존재한다. 근데 이것만 있을까?
군면제/여자 기준 4수로 입학시 보통의 졸업나이는 빨라야 26세이다. 이것도 휴학 없이, 초과학점, 계절학기꽉꽉 채워서 조기졸업이 가능한 경우에나 이런거지 대부분은 빨라야 27세 졸업이다. 요즘 군대가 아무리 줄었다 해도 학기에 딱 맞춰서 복학하기는 쉽지 않으니 군필 남자 기준으로는 29세다. 까딱 잘못해서 취준 한번 밀렸다? 바로 30대에 접어들게 된다.
그런데 또 요즘 취업이 좀 어렵나. 대학 학점 하나 높다고 프리패스 되는 시대가 아니니 다른 동기들이 휴학때리고 스펙관리를 하는 동안에도 휴학 없이 인생을 존나 하드모드로 돌려야 한다. 인턴? 졸업이 한학기 밀리는데 장기 인턴이 가능할리가 있나. 전문직시험?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피트 등등 다른 사람들 일년씩휴학때리고 공부하는 도전의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일단 나이가 중요하다. 그리고 나이 엄청 따지는 사회에서 나이 많은 하급자를 얼마나 반겨줄까? 그래서 전문직스 과들이나 교대/농협대같이 취업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곳을 못간 장수생 친구들중에 공기업 준비하는 경우가오지게 많다.
3수까지는 어느정도 입시판 손절치고 떠나도 복구가 가능하다. 내 주위 삼수생 출신들 의치한약수교 못갔다고 죽는소리까지는 안한다. 근데 4수 이상부터는 위에서 말한 불이익들이 기하급수적인 매몰비용으로 다가오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성공이냐 아니면 뒤지냐의 도박판에 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4수부터는 이제 성공이냐 아니면 뒤지냐의 도박이다 보니 +1을 하기도 매우 쉬워진다. 왜? 어차피 지금 그만두면 복구가 힘든걸 본인도 아니까. 모든 장수생들 최대의 빌런 중 하나, 입시중독이다. 소중한 1년이이제 입시 하나를 위한 슬롯머신 코인이 되어서 111 잭팟뜨기 기도메타의 제물로 쉽게 갈려나가는 것이다.
4수 이상 레벨에서 입시판을 손절친 사람들중에 +1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사람 찾기가 더 힘들 것이다. 나름 입시판 익절친 나도 수많은 유혹에 시달렸고 결국 무휴학 6수와 의대편입 준비까지 하다 썰리고서 내 학교를 내 학교라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본1에 들어서야 학교에 정을 붙이고 나름 학교 활동도 활발하게 하기시작한거니 참 입시중독이란게 무서운 병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 성공가능성이다. 3수나 4수 이상부터는 슬슬 머리가 뻑뻑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는것이다. 수능이 점점 아이큐테스트, 퍼즐맞추기 타임어택이 되는 메타에서 최악의 조건이다. 나도 3수까지는나름 직관으로 문제 잘푸는 타입이었는데 4수 이상부터는 점점 손을 많이 쓰게 되었다. 경험치는 쌓이는데직관이 팽팽 돌아가는게 안되다 보니 그것에 적응하는게 힘들었다. 비유하자면 신체능력 떨어진 운동선수가과거 경험치로 은퇴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랄까? 이 현상은 나만 겪은게 아니라 주위 장수생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현상이다보니 이런저런 이유를 고민해봤는데, 결론은 이것이었다. 자연스러운 뇌의 노화와 자신감하락. 노화라고 하니 단어에 조금 거부감이 들 수는 있다. 하지만 수능이 몇살을 위한 시험인가를 생각해보자. 10대 후반처럼 이런 타임어택 퍼즐맞추기가 쉽게 될까?
또한 이것 아니면 없다는 배수의 진은 한신이니까 성공했던 것이다. 한신 어설프게 따라하다가 강물먹고 죽은 장수가 한둘인가? 배수의 진이 다 통했으면 일본은 '무적 황군'의 버프를 먹고 태평양을 지배했겠지. 이것아니면 없다는 부담감은 대부분의 경우 실력을 더 죽이게 된다. 그리고 장수생은 이 부담감에 가장 취약한 계층 중 하나다.
그래서 주변에서 재수한다? 말리지는 않는다. 삼수? 뭐 잘 생각해 보라고는 하는데 억지로 말리지는 않는다. 사수? 여기서부터는 진짜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건 해보기 전에는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잘 보이지않으니까.
그리고 그래도 해보겠다? 지금 학교 걸어두라고 한다. 지금 학교가 마음에 안든다고? 인생에 바닥이 있다면지하실도 있음을 상기해보자. 위에서 말했듯이 장수생은 부담감에 굉장히 취약하다. 그리고 수능은 하루 단판 싸움이다 보니 실력 이외의 변수가 개입할 여지가 엄청나게 많다. 일년 더 투자하고 지금 마음에 안드는곳이 그리워지는 결과물을 받아들 가능성도 크다는 것은 알고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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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줄요약
4수 이상은 정말 잘 생각해 봐야 한다
할거면 학교 걸어두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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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할때 못치면 인생망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마지막쯤에는 못치면 죽을까?라는 생각도 했죠 이런 마음가짐이 기숙학원에서 열심히했다라 자부할만한 노력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이런 작두타는 심정이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거 같네요.
잘 버텨내신것 축하드립니다. 그 배수의 진이 참 양날의 검인것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재수해서 나름의 좋은 성과 받아들고 대학 갔다가
어느정도 현실에서 와닿는 게 있어 몇년이 지나 한의대를 목표로 무휴학으로 준비합니다.
글쓴이분의 글들 다 읽어보았고, 마음을 울리는 내용들이 많아 팔로우했습나다. 기회가 된다면 쪽지 가능하신지 여쭤봅니다.
감사합니다. 쪽지는 언제든 가능해요!
1.이과 수능입시에 기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반수는 보통 150일 남는시점인데 이시간에 기적같은일은 거의못일어나나요?
2.학교를 걸어두고서라도 그학교가 마음에 들지않아서 학과공부나 인간관계를 대충할것같은데 이럴 경우라도 대학을 가야할까요?
3수해서 합격한 학교 걸어두고 4수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입학하는 학교가 1학년 휴학이 안돼서 등록만 해놓고 1학기 2학기 모두 학사경고 받을 생각 하고있습니다(제적은 학사경고 3번부터이고 실패하면 1년 늦게 졸업할거 각오하고있어요..)
ㄹㅇ
남자는 4수이상은 군수생각도 나쁘진 않은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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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는 줄어드니까
수능만 몰두하다보면 사고가 매몰되더라고여.. 차라리 대학을 가서 경험을 해보고 사람도 많이 만나보면서 대학에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생각해요. 그래도 더 좋은 대학을 진학해야겠다는 생각이든다면 수능도 있고 편입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선택지가 더 다양한 곳을 가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글 잘 읽고갑니다 _ 미필 6수생 20학번
안녕하세요 레이븐님 입시관련글 거의 읽었는데요 혹시 궁금한점하나 쪽지드려도 될까요??
네 편하실때 쪽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