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s [473988] · MS 2013 · 쪽지

2014-05-21 0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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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희엽 국어] 시적 화자의 유형(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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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한 권태가 얼마나 무서운 독인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새로운 숲길에 들어서며

느껴지는 숨 가쁜 설렘이

두려움도 배고픔도 잊게 만든다.

 

 

 

 

시 속에서 말하는 사람을 시적 화자라고 한다. 시적 화자는 시인이 자신의 생각이나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창조한 허구적 인물로 무조건 시인과 완전히 똑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적 화자는 시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시적 화자가 시 속에서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는지 또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시인과 동일한 시적 화자

 

자신의 내면세계를 밖으로 표현하는 시의 장르적 특성상 서정시에서 시인을 시적 화자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윤동주, <참회록>

 

 

2. 시인과 동일하지 않은 시적 화자

 

시적 효과를 위해 시적 화자와 시인을 분리하기도 한다. 화자가 시인의 나이나 성별은 물론 살고 있는 시대까지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지리산이 제 살 속에 낸 길에

섬진강을 안고 흐르듯

나는 도련님 속에 흐르는 강입니다.

 

섬진강이 깊어진 제 가슴에

지리산을 담아 거울처럼 비춰 주듯

도련님은 내 안에 서 있는 산입니다.

 

-복효근, <춘향의 노래>

 

 

3. 표면에 드러나는 시적 화자

 

작품 속에 또는 우리등의 1인칭 대명사가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이다.

 

어느 날 당신과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정희성,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4.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시적 화자

 

작품 속에 1인칭 화자인 우리가 작품 표면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경우이다.

 

북한산(北漢山)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중략>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김종길, <고고(孤高)>

 

 

 

 

5. 관찰자 시점의 화자

관찰자 시점의 시적 화자는 다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화자가 소설의 1인칭 관찰자처럼 작품 속에서 다른 인물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방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치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백석, <여승>

 

 

화자가 뒤로 숨은 채 대상에 대한 치밀한 묘사로만 시상을 전개하는 방식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박목월, <윤사월>

 

 

선지의 속살

 

시적 화자를 시의 표면에 직접 내세워 시인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2006년도 6월 모평)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화자가 대상을 관찰하고 있다. (2006년도 수능)

DE는 표면에 드러난 화자가 대상을 관찰하여 묘사한다. (2010년도 6월 모평)

1. 1인칭 화자인 우리가 등장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2. 대상을 관찰하는 경우라도 화자가 작품 표면에 드러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3. 화자가 대상을 관찰한 다음 묘사했느냐, 아니면 단순히 서술했느냐의 차이도 분명히 구별해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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