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변가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4684763
지금도 나를 꼬마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보다 더 꼬꼬마일 시절 초등학교 6학년때 나는 어떻게하면 논리적으로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진실만을 말하자는 것이었다. 꾸미지말고 알맹이에만 집중해서 가감없이 솔직하게 말하다보면 내 주장이 진실을 가리키고 있는 이상 절대 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만약 내 주장이 틀릴 경우 그냥 인정하고 바꾸면 되는거니까 그것도 손해가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 꼬마는 곧 그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우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나에겐 뭐가 진실인지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 신념에 확신이 있더라도 현란하게 꾸며 거짓을 포장하는데 능숙한 어른들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언뜻 듣다보면 그럴싸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뭔가 아닌거 같은데 왠지 반박할 수는 없는 그런거 말이다. 내 능력이 부족한 탓인가? 그들이 너무 뛰어난 탓인가 .. 전자라면 그거 참 큰 문제지만 후자면 더욱 더 큰 문제가 된다.
진실만을 외치면 된다니. 진실이 존재하긴 하는건지도 의문이지만 진실을 제대로 아는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어서 차라리 상대방 논리의 허점을 잡아 비아냥대는게 훨씬 쉬운 것이다. 나는 그런식으로 당장의 말싸움에서 이기고 싶은게 아니다. 그렇지만 이젠 그럴싸한 논리로 아닌걸 옳(아 보이)게 만들어내는 역겨운 달변가들 앞에서 나는 차라리 '야이 똥꾸멍아' 라고 외치는게 최선이 되었다.
그런고로 나는 논리를 믿지 않는다. 아니 논리적인 것 처럼 보이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 꼬인 논리 속에 무언가 허점이 분명 존재할테지만 나는 그걸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더 자라 많은걸 알게되면 논리를 훌륭한 도구로 사용하여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오랜만입니다 0
네
-
커뮤에서 말싸움하면 가끔 논리적비판이아니라 그냥 멍청하네 저능아네 하는놈들이 잇음...
-
몸으로 때워야지 3
-
한두달컷 가능?
-
좋아요 눌러주세요
-
"과탐 만점, 사탐보다 0.6점 더 높아...무분별'사탐런' 독" 9
0.6점 높아 유리한 과탐 하라고 하시네요
-
이해하면 재밌음
-
독서 그냥 문학처럼 이해 안 하고 빠르게 읽으면 안 됨? 8
방법론을 알면 알 수록 더 퇴보하는 느낌임... 막 이것저것 표시하면서 이해 꾹꾹...
-
패스두개끊고 교재패스 두 개 정도 더 필요하다고 하기 너무 죄송하네...
-
배부름뇨 옆동네로 산책이나 나가야지
-
맞을 수도 있음 난 7평 때부터 확통런쳤음 근데 그러니까 오히려 시간단축 노력이나...
-
내신 CC 극복법 11
투투로 상쇄시키면 됨.
-
일단 콴다를 깔앗음뇨 19
건실하게 돈 벌거임뇨..
-
읽고 읽고 있는데 뭔 소린지 이해가 하나도 안 되는데 꿀팁 있나요? 꼭 이해하고...
-
ㄱㄴ?
-
6개중 최저떨 2개 가서 본거 4개(연,냥,외대,성대) 사학사학아랍어경영씀 하나라도 붙어라 제발..
-
수학 2문제 이상 차이나는 정도임??
-
이렇게 정보량 떄려박는 지문 잘푸는사람들은 어떻게 푸는거지.. 난 인물 이름정도만...
-
얼버기 3
좋은아침입니다
-
ㅎㅎ
-
나도 본명임 1
내가 "눈"씨 시조임
-
수학은 몇등급정도 받아야할까요. . . 영어,국어는 내년에 진짜 높아야...
-
아니 오히려 지능이 퇴보된다는 거임요 학교 쌤이 예전에 개편 이후 확통하면 수학적...
-
내가 씨발 진짜 2
선심써서 집에서 프린터 하는 시간 아까우니까 n제까지는 돈주고 써줄게 근데 모고는...
-
몸뚱아리 하나로 nba1티어 선수들보다 돈 더범 남자의 성욕이 죄냔말이다!!!!
-
스토리에 아무런 흥미가 안 가서 도저히 못하겠다...노잼
-
한의대 될려나 5
작년에 빵난대 넣었더니 개폭됌 ㅋㅋ 여긴 예비도 ㅈㄴ 안돌던데 점공 보면 말이...
-
롯데백화점 옴 3
-
정작 안 한 수학만 1 뜰 예정이고 국어는...
-
독서론 5분 화작 10분 독서 3지문 각 9분 문학 - 운문 5분, 나머지 3지문...
-
6평 9평 2등급이었고 수능 4등급 떴습니다 평소 기출 풀 때는 8분정도 지문...
-
거 우진이형.. 3
책값이 너무 비싼거 아니오!!!!!!!
-
이원준 T 수강생이라 그런 줄 근데 본명 함부로 쓰는 거 아니야... 근데 초6이면...
-
꼭 의대가 아니라도 메디컬 학과가 서강대나 시립대 같은 학교에 생길 수 있나요??...
-
ㅠㅠ 통통을 선택한죄
-
좀 뇌절이라 정말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씀을 먼저 올리고 시작하겠습니다 현재 예비...
-
역체탑 동선 ㄷㄷ
-
홍익대힉교 세종캠퍼스 자연예능 교과전형인데요 제 대학 환산 점수는 70.94이고요...
-
논술 제발 0
시험감독관이 갑자기 논술 시험지를 통째로 잃어버려서 "아이고 죄송합니다. 채점을 할...
-
고2 인증 3
태그
-
한녀의 임신공격이란;;;;
-
수학공통만 봤을땐뇨
-
김범준 수1 2
수1도 좋나요?!
-
공통에70분쓰고?
-
곱법칙이랑 합법칙,중복법칙 이해하는게 은근 첨할땐 난해하고 어려움
-
뭔 다들 생전처음들어보는 마켓에 처올려달래 진짜 씨발 고아새끼들밖에엊ㅅ나
-
이걸 진다는건.. 생각도 못했는데..
-
배고파
-
"한석원" 걍 이거들을빠엔 ebs수능개념1봄
꽤나 공감되는군ㅋㅋ
많은 걸 알게 된다고 해도 논리적인 사람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저 글을 한 문장으로 풀어쓰면 "나는 바보다"
ㅜㅠㅜ
들켯다 헷..
똥꾸멍이라 죄송.
뿌직뿌직뿌직뿌직뿌직뿌직뿌직뿌직뿌직
되게 발랄한 똥꾸멍이네...
발랄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논리에 허점이 있다고 해서 논리 모듈 자체를 거부하는 패러다임은 오류가 많아서.......
포스트 모더니즘이나, 논리를 차용한듯한 유사과학, 유사논리, 유사수학, 유사철학등에 덮여져 그것을 논리라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실제로 논리가 무엇인지 모르고 그것을 배척하는 행위와 다름없을 것 같아요.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것은 존재하지만, 그 사이에서 존재하는 가치관적 논의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리가 통용됩니다. 어디까지나 논리의 맹신을 경계해야지, 논리체계 자체의 거부는 곧 이성에 대한 거부로밖에 해석되지 않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여전히 진실만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취합하여 스스로 판단내리는 것입니다. 남을 비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잘못된 행위를 짚어주면 될 일. 똥이 더럽다고 하여 화장실을 안 가면 탈이 생깁니다.
스스로 [그럴싸한 논리로 아닌걸 옳(아 보이)게 만들어내는 역겨운 달변가] 짓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만, 그런 행태로 인해 논리 자체의 불신으로 가기에는 너무나도 극단적인 일반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단순히 말 싸움에서 논리적으로 이기는 것과 실제 진실은 다를 떄도 많지요. 허나, 그렇다고 해서 논리의 틀이 부정되거나, 논리 자체의 불신이 이를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논리 자체의 불신이 '논리적으로 말하는 달변가들 중에 역겨운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그래서 논리 자체를 불신한다' 는 것은 결국 '도덕 자체를 외치면서 도덕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많이 보았고, 그래서 나는 도덕을 불신한다.'는 것이랑 다를 것이 없다고 봅니다.
뭔가 아닌 것 같은 직관과, 실제로 아닌 진실은 개인의 영역. 이를 이성의 영역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올바른가'는 잣대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스스로 옳지 않다고 행동하여 이를 논리에 의한 필터링 없이 주장하다가는 논리에 대한 불신 그 자체를 불신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와 댓글 짱길게 달아줬다 감동... 님진짜글잘쓰네요 읽으면서 감탄함.
제가 불신하는거는 '꼬인 논리' 그리고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말' 이에여. 또한 제가 원하는건 제대로된 논리와 꼬인 논리를 구별할수있는 눈을 가지게 되는거죠 논리자체를 부정할생각은 없어여 제가글을 못쓰나봐요...ㅠㅠ
저기, 혹시 반해도 될까요
어쩌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