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월 생윤, 윤사 총평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57057491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사회탐구 영역 생활과 윤리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사회탐구 영역 윤리와 사상
#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생활과 윤리]
이론 윤리 부분이 꽤 강세를 띠게 된 것 같습니다. 2번, 3번 문항에 각각 동양, 서양 윤리 사상이 연달아 나왔는데요, 2번 문항은 평이한 수준이었지만 3번 문항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칸트의 보편주의 정식이라는 것이 흔히 오해하듯이 특정 행위를 보편화하는 사고 실험을 해 보았을 때 예견되는 해악을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애초에 이건 의무론을 벗어난 것이죠), 특정 준칙을 모두가 따르는 보편 법칙으로 상정해 보았을 때 발생하는 내적 모순을 생각하라는 것이라는 점은 윤사에서도 아직 제대로 다루지 않은 고차원적 영역입니다. 하지만 칸트가 제시한 보편주의 정식의 개념, 그리고 거짓말을 예로 삼아 그 보편주의 정식을 적용해 본 지문을 숙지하고 있었다면 정답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걸 몰라도 소거법에 의해 정답이 찾아지는 수준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다음에 이 소재가 다시 등장하면 꽤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12번 시민 불복종 문항에서 ㄴ은 언어 논리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오답이어야 할 텐데요, 선택지에 'ㄱ, ㄷ'이 없었기 때문에 정답 찾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엄밀히 오답이 되는 이유는, 종교의 자유를 부정하는 법이 모두 시민 불복종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그중 종교의 자유를 부정하는 정도가 현저하고 다른 합법적 정상화 수단이 통하지 않는 법이 시민 불복종 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지의 서술어가 '된다.'가 아니라 '될 수 있다.'였어야 논리적으로 정답입니다.
19번 자연과 윤리 문항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범주 집합 사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반례를 찾을 수 있는지를 지난 수능에 이어 묻고 있습니다. 지난 수능에서는 칸트가 도덕적 지위의 요건으로 '이성적 존재자일 것'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출발해 '쾌고 감수 능력이 없는 이성적 존재자가 있을 수 있는가'를 떠올려야 했고,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싱어가 도덕적 지위의 요건으로 '쾌고를 감수할 수 있는 존재일 것'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출발해 '쾌고 감수 능력이 없는 동물이 있을 수 있는가'를 떠올려야 했습니다. '인간 중심주의', '동물 중심주의'라는 거친 집합적 사고만 하면 되었던 수년 전 기출문제에 비하면, 지난 수능을 기점으로 요하는 사고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각 사상가의 사상 체계 안에서 도덕적 고려 대상의 요건을 본질적으로 알고서 선지에 적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가 체감하기에는 지난 수능보다 난도가 약간 아래입니다. 지난 수능처럼 분배 정의 문항도 어렵게 나왔다면 지난 수능 정도의 전체 난이도가 됐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사회 계약론처럼 윤사와 영역이 겹치는 문항들은 윤사 기출문제들에서 보이던 표현이나 소재들을 차용하고 있는 경우가 적잖이 있어서, 윤사를 같이 공부하거나 윤사 기출문제 중 현 교육과정 생윤과 겹치는 부분들을 같이 풀어 본다면 좋은 대비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리와 사상]
매력적인 오답 선지 구성이 지난 1~2년 간 열심히 이루어졌는데, 이번에도 오답 선지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두는 데 힘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대체로 '이러저러한 점에서',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이러저러하기에' 따위의 문장 구조를 통해 실현하고 있는데요, 앞뒤 연결을 충분히 의심하면서 읽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맞는 말로 생각해 낚시를 당하기 쉽습니다. 2번, 5번 문항이 이번 시험에서 대표적입니다. 17번 문항은 그 역을 찔러서, 맞을 것 같지 않은 말을 정답으로 만들어 매력 없는(?) 정답 선지를 설치해 두어 현재 통계상 정답률 30%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지들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면 개념을 충분히 숙지하고, 선지를 읽을 때 뇌를 각성한 채로 요소요소의 모든 연결을 개념을 바탕으로 충분히 따져 가면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수능에 이어 예화/범주화를 요구하는 선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2번 문항 ㄷ의 '명예욕'을 보고서 그것이 에피쿠로스의 비자연적 욕구 개념의 한 예였던 것을 떠올려야 합니다. 요즘은 그런 한탄이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예전에 윤사 문제에서 지엽적이라고 학생들이 외면했던 소재들은 대체로 이런 것들입니다. 결코 지엽적인 게 아니죠. 오히려 국소적 사례를 보고 큰 그림을 보게 만드는 문제입니다.
로스의 조건부 의무와 실제 의무 개념을 오랜만에 다시 출제했네요. 조건부 의무와 실제 의무의 관계, 그리고 조건부 의무의 충돌에서 실제 의무를 골라 내는 직관(prima facie)의 개념은 로스의 사상 체계에서 핵심입니다. 이 부분은 꼭 연계 교재보다 교과서를 보고 정리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연계 교재에서는 교과서에 비해 이 부분에 대해서 별로 알려 주는 게 없거든요.
11번 문항의 강연자 그림은 2021학년도 9월 모의평가 10번 문항에서 쓴 그림과 똑같아 보이는데... 사상가 얼굴을 몇 명은 알고 있으면 지문을 보고 모르겠어도 그림을 보고 강연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귀찮으면 강연자나 가상 대화 문항 풀 때 사상가 얼굴만 보고 풉니다.
사회 계약론 문항에서는 재작년 수능에 이어서 입법 소재를, 작년 수능에 이어서 주권 소재를 쓰고 있습니다. 생윤에서도 사회 계약론 문항이 출제되고 있고 거기서 윤사의 클리셰였던 소재들을 계속 가져다 쓰고 있기 때문에, 윤사에서 새로운 소재를 판 결과가 입법과 주권이라는 소재인 듯합니다. 이 소재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주권(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이라는 개념이 홉스에게는 리바이어던의 권력으로, 루소에게는 일반 의지를 지닌 인민에게로 귀속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홉스와 루소가 각각 어떤 통치 형태를 주장했는지를 기억하고 그것을 입법의 문제에 접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번 모의평가는 지난 수능에 비해서는 현저히 쉬운 편인데, 이건 이번 시험이 쉬워서가 아니라 지난 수능이 많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윤사 기출 역사 전반에 비추어 볼 때는 폭탄급은 아니고 다소 어려운 편에 속할 것 같네요. 윤사 응시생이 거의 고인물만 남아서 난이도를 충분히 어렵게 가져가지 않으면 과목 간 표준점수 편차를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난 수능에 이어 꾸준히 중상급 이상 난도를 유지할 것 같습니다.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약력]
Ethique Fatale 모의고사 생활과 윤리 (2021년)
Ethique Fatale 모의고사 윤리와 사상 (2021년)
이상 모의고사 오감도 생활과 윤리 (2022년) ['이상 모의고사' 시리즈 중 Season 1]
이상 모의고사 오감도 윤리와 사상 (2022년) ['이상 모의고사' 시리즈 중 Season 1]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저는 문학은 몰라도 비문학은 무조건 독학하면서 독해력 향상시키는게 실력 향상하는...
-
거긴 더 빡세지 않나 이미 의대 걸어놓은 애들이 바글바글 할텐데 응 망해도 의대야 하는 마인드
-
유명하지 않은 것도 괜찮으니 추천 부탁드립니다..
-
화2 주문 완 2
50점 한자리 예약이요~
-
근데 올해는 기출에 매진하면 잘볼수 있었다가 맞나요? 3
그냥 궁금하네요... 이번수능 잘보신분들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
종이가 좋은뎅
-
인생 ㅠㅠ이
-
25만 질러서 원기베리 4셋 깠는데 까만펫? 자석펫 재료 8개가 나왔음 그거 다...
-
얼버기 6
오늘도힘차고좋은아침
-
컷 내려가고 나만 점수 그대로일텐데 아쉽다
-
꿈돌이 만나러 가는 중이랍니당 허헣
-
내년에도 의대생 누워야되면 강제 +1수라서
-
강원의vs 연원의 어디가 더 낫나요?
-
6월 21211 9월 22122 수능 12221(가채점) 셋다 비슷하구만
-
키미오 사가시 하지메타요
-
님드라 이거 봐 13
-
수시납치 6
수능 성적이 백분위로 언매 97 미적 85 영어 2 생명 89 지구 100인데...
-
여 김장겸, '나무위키 투명화법' 발의…"국내법 적용받게 해야" 3
[서울=뉴시스] 한재혁 기자 =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일정 규모 이상 해외...
-
지금 연미의 건국의 이런 곳 텅텅 빔 ㅋㅋㅋ 지금은 다들 행복회로를 돌리는 시기라는 것..
-
음 수능 끝나고 논술 준비하면서 할 거 없어서 2511 지구과학 오답률 보면서...
-
오르비 유저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귀찮..
-
댓글보면 가슴이 답답해짐 PC방에서 외국인이랑 싸우는 기분
-
요즘 장카설유민 으로 불린대요 개인적으로 장원영이 제일 여돌중 압도적인거같음.. 걍...
-
말을 하면 된다
-
좋은 아침? 10
-
둘 다 합격하면 어디가세요?
-
아는애가 투움바파스타 먹고싶다고 노래를 불러대는데 그렇게맛있음? 양이 많은편인가요...
-
서울권도 그럼?
-
국어가 망해서 ㅜ 108 132 3 64 62 면 세종대 낮공 가능한가요 ㅜㅜ
-
넷다 존예..
-
문디컬 도전 생각중인데 원래 동아시아사는 일단 할 생각이였고 배경지식 어느정도 있는...
-
입결 ㄴㄴ 그냥 미래나 병원 전망 등등 으로좋은 순위요.. 경한이 1등일거고.....
-
과외알바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매뉴얼&팁입니다. 미리 하나 장만해두세요~~...
-
입결은 반영비따라 매해 바껴서... 그냥 병원이나 선후배 전통같은거만 보면요 당연히...
-
서 연 카 성 고 울 다음...
-
입대 지금 바로.
-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기도하고 과도 역시 공대로 가는게 맞지않나...
-
쌍지 했는데 ㄹㅈㄷ 점수나왔음 … 생윤 사문중에 하나 해야하나
-
컷이 졸라게 높던데
-
회귀시켜줘 2
제방
-
글 리젠 뭐야 1
뒤졋네
-
“수능 경북 수석은 현역 의대생” 술렁...의대생 수능침공 현실화? 9
경북 지역에서 의대생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 수석을...
-
샤를 직접 보니 가슴이 벅차올라요.. 교수님이 들어오면 뭐하고 싶어요? 이러셨는데...
-
지금 통계학과, 경제/경영, 전기전자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
수리논술 5
이거어케푸는지 아시는분 ㅎㅎ.. 좀 끄적여본건데 일단 제가풀어본것도 올려바요.....
-
수리논술 질문 0
인하대랑 건대 어디가 더 붙기 힘들죠??! 인하대 최저xx 건대 최저 2ㅎ5
-
군대를 많이 늦게 간 편이라 21년도 군번이고 23년도에 전역했습니다. 보직은...
-
지도덕후여서 우리나라 지자체 200여 개 세계 나라 200여 개 위치랑 이름 다...
근데 진짜 팩트인게 윤리가 올해 6모가 쉬웠던것도 맞긴한데 작년 수능이 역대급으로 어려웠어서 상대적으로 엄청 쉬워보이는거일뿐이지 개나소나 풀어도 2~3등급 이정도는 아님 ㅋㅋ
맞습니다 ㅎㅎ 두 과목 모두 기출문제 전체를 두고 봤을 때도 중상급 난도는 되죠
윤사 모의고사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ㅠ 워낙 컨텐츠가 없는 과목인데 잘풀게요 !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윤사 문제에서 노자 vs 장자를 구분하는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요.?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노장 비교 문제는 옛날부터 간간이 있어 왔는데, 한 3년 전쯤부터 꽤 자주 보이는 듯합니다
기출 교재를 푼적은 없고 개념강의와 그 책안에 있는 문제로 이번 생윤 12분? 쯤 걸리고 다 맞았는데 이 시점에서는 뭘 해야할까요.?
고난도 기출문제들 위주로 보시면 작년 수능처럼 어렵게 나왔을 때 대처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출문제는 전체를 다 보지 않더라도 주요 문제들은 꼭 볼 필요가 있습니다. EBSi '단추' 기능 등을 이용해서 학생들이 많이 틀린 문제들을 보고, 학생들이 왜 틀렸을지, 어떤 사고 과정을 밟아서 지문과 선지를 판단하는 것이 정확한 것일지를 스스로 정리하다 보면, 어지간한 수능에는 다 대응이 되실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