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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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은 모두 별 것도 아닌 일에 집착하고 있느니라.
국어가 1등급이기에 좋아하고
수학이 5등급이기에 심술을 내고
고작 모의고사 몇십문제의 정오답에 희비가 엇갈리고야 마는 것이다.
그 문제들은 내가 앞으로 풀어야 할 몇백 몇천개의 문제에 비교하면 티끌에 불과한데,
그러나 나는 또 내가 500일 남짓한 시간 안에 수학 성적을 올릴 수 있는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퍽 어려웠다. 올릴 수 있나? 그렇다면 어떻게 올려야 하나?
이때 뚜우 하고 점심을 알리는 종이 울었다. 학우들은 모두가 닭처럼 네 활개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갓 유리와 펜과 굉음과 종이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개념과 유형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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