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원서영역을 위한 몇 가지 조언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65277725
대체로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입시 처음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정리된 글로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아 정리해 봤습니다.
컨설팅 구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 스스로 이 정도는 염두에 두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견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1. 지금 뜨는 메가 컷 / 낙지 칸수는 (대체로) 후하다.
빠른 시일 내에 수시면접 일정이 있어 면접에 갈지 말지의 여부를 참고하셔야 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메가 등급컷 등을 보시는 게 맞습니다. (그야 그것 말고 참고할 자료가 없으니)
다만, 현재 메가에서 잡히는 커트라인이 수능 등급 이후 소폭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염두해 두셔야 합니다. 당연히 표본이 적은 과목일수록 더욱 신경 쓰셔야 합니다.
22수능 수학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 같은데, 그 때도 미적 1컷 수능 직후에 82~83 잡히길래 모두가 그런 줄 알았는데 성적표 나와 보니까 88이더라고요.
무조건 등급컷을 올려서 보라는 말은 아닙니다.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2. 어차피 정시만 지원할 거라면, 지금부터 열 올릴 필요 없다.
정시 지원에서는 시중에 배포/판매되는 여러 분석 툴들도 참고해볼 만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유의미하게 활용하는 것이 낙지 등의 모의지원 표본입니다.
당연히 표본이 충분히 모이려면 아직 한 달 남짓 기다려야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나오는 "어느 대학 어느 과 지원하는 게 좋겠다" 라는 분석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일단 몸을 충분히 추스르며 편한 시간을 보내시되, '어느 과'에 가야 본인이 가장 만족할 수 있을지/본인에게 가장 잘 맞을지를 고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단 어느 분야의 과를 지원할지 대략적으로 정해 놓으면, 나중에 정시에 지원할 때 고민할 내용이 많이 줄어듭니다.
어차피 반수/재수할 거라 학교 네임밸류만 볼 거면 크게 상관없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그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는 한 어느 정도 자기가 그럭저럭 괜찮게 다닐 만한 과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과를 고르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적어도 '이 분야는 내가 도저히 못 하겠다'라도 탐색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이미 이 주제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이 있으신 분들의 입장에서는 흘려 들으셔도 됩니다.
3. 원서를 기댓값의 관점에서 접근할지, 안정성의 관점에서 접근할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원서를 가장 끔찍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저는 아래의 두 케이스가 가장 끔찍하게 느껴집니다.
(1) 재수를 충분히 각오하고 있고, 올해의 성적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원서 세 장 모두 거의 확실히 붙을 곳에 지원하는 경우
(2) 올해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하는 상황인 n수생이 원서 세 장을 모두 붙을 가능성이 낮은 곳에 지원하는 경우
결국 원서를 잘 썼냐/못 썼냐는 결과론의 성격이 강합니다. 원서영역에서는 100%도 0%도 없기 때문에, 확률적인 요소를 고려에 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댓값/안정성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댓값의 관점에서 원서를 쓴다는 것은, "확률적인 평균값이 가장 높은 원서 조합을 선택한다" 라는 의미입니다. 확통을 배우신 분들은 쉽게 이해하실 것 같은데, '표준편차/분산이 높더라도(다소 위험하더라도) 평균이 가장 높은 분포를 선택한다' 라는 뜻입니다.
안정성의 관점에서 원서를 쓴다는 것은, "표준편차가 작은 원서 조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라는 의미입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운이 좋지 않더라도 거의 반드시 대학에 합격하도록 원서를 쓴다" 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가/나/다 군에 원서를 쓰는 상황에서, 세 군 모두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을 선택한다고 합시다. 편의를 위해 각 군에 합격할 확률을 50%로 잡겠습니다. 세 군데 중 아무 데나 가도 상관없다고 하면, 세 군데 모두 떨어질 확률은 1/8, 12.5%입니다. 내가 만족하는 대학에 합격할 확률은 87.5%가 되겠네요.
그런데 여기서, '나' 군의 원서를 "그렇게 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으로 바꾼다고 합시다. 편의상 합격 확률을 90%로 잡겠습니다.
(참고로 낙지에서 7칸, 6칸 이렇게 뜨는 걸 70%, 60%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7칸은 거의 100%에 근접하고, 6칸은 어쨌든 60%보다는 꽤 높은 확률입니다. 아마 모의지원할 때 몇 칸이면 이 대학 기준으로 몇 %다~ 이렇게 알려줄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알기 쉽게 %를 써서 모의지원 결과를 알려 주는 서비스도 꽤 있습니다. 모 인강강사님의 서비스도 그런 것으로 압니다.)
그러면, 세 군데 모두 떨어질 확률은 2.5%로 줄어들지만 내가 만족하는 대학에 합격할 확률은 75%로 줄어들겠네요. (가/다군 모두 떨어질 확률이 25%이므로) 이 선택이 '안정성을 챙긴 결과'입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나'군의 원서를 "가면 총장님 발 마사지도 해드릴 수 있는 대학" 으로 바꾼다고 합시다. 이번에는 합격 확률이 25%라고 해 볼게요.
그러면, 세 군데 모두 떨어질 확률은 18.75%로 늘어나지만, 미친 듯이 가고 싶은 대학에 붙을 수 있는 확률 25%를 챙길 수가 있습니다. 이 선택이 '기댓값을 챙긴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시나요? 비교적 간단한 예시이지만, 본인이 어느 쪽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미리 정해 두면 원서를 쓰는 시점에 고민할 양이 줄어든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원서 영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까지 하셔야 할 일은, 본인의 스탠스를 어떻게 가져갈지 정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이번 수능의 결과에 만족하는지 / 수능을 추가적으로 응시할 생각이 있는지 / 응시한다면 가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 부모님의 의견은 어떠한지 / 성적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봐야겠지요. 그것이 확실하게 정해지면, 입시에서 어떤 전략을 사용할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의 사례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제가 봤던 재작년 수능 결과에 그럭저럭 만족했었고, 수능을 추가적으로 응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역이었기에 혹시 돌발상황이 발생하여 모든 원서에 떨어지더라도 부모님이 재수를 지원해 주시기로 한 상황이었습니다. 성적이 오를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지 않았고, 과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로 이미 정해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위의 정보를 종합하여, 저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원서 작성을 계획했습니다. 차후 과외 등에 사용하려면, 의대와 치대 합격증이 있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였고 높은 의대를 구태여 스나이핑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에 모든 군의 원서를 확률 60% 이상으로 썼습니다.
그 당시 삼룡의 라인이 5~6칸, 인하의가 4칸 뜨길래 안전하게 붙는 게 좋겠다 싶어서 다군에 순천향의 썼습니다. (칸수로는 5칸 상위권이긴 했는데, 추합이 무척 많이 돌아서 거의 안정이긴 했습니다.)
가군에는 의대를 하나 더 쓸까 하다가 연치가 5칸 추합권 나오길래 더 매력적으로 보여서 연치를 썼습니다. (차후 최초합했는데, 추합까지 합친 합격확률은 60%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나군에는 당연히 설컴을 썼습니다. 7~6칸 진동하던 상황이었는데, 합격 확률이 90% 이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군에서 거의 확실한 합격이 보장되어 있었으므로 가군을 조금 더 올려 써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저는 그냥 의/치대를 모두 써 보고 싶었기에 위와 같이 선택했습니다.
위의 예시처럼, 본인의 상황과 욕망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게 기댓값/안정성이 적절한 비율이 되도록 전략을 수립하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더 보충할 내용이 있다면, 원서영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더 올려 보겠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돈 받고 정시 컨설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 영역에서 전문가라 자부할 만한 경력도 없습니다만 재작년 원서 작성 기간에 고민하며 얻은 교훈들을 공유드리고 싶어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년도에 제 동생이 수능을 보았기도 하고, 과외 학생들 중에서도 올해 수능을 본 학생들이 몇 있어 올해 입시에는 더욱 마음이 가더라고요. 모두 파이팅하시고 원하시는 결과 얻기를 기원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Zola 생윤] ebs 수완 자료 시리즈(최종)+10교 환경윤리 바나나 확인 8
안녕하세요. Zola임당. 전달 사항은 2가지입니다. 전달사항 1. ebs 수완...
-
안녕하세요 오르비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응식T입니다. (오늘은 선배...
-
[https://youtu.be/7AmAJSO2ULE?si=JaEC0pRqBAcZtg...
-
안녕하세요 오르비 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응식T입니다. 9평 독서...
-
34번은 오류가 아닙니다. 109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34번의 정답 포인트는 사실 이전에 많이 기출되었던...
-
[9월 문학 대비 실전 Tip1]미니 모의고사 무료 제공 6
안녕하세요 오르비 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응식T입니다. 오늘은 9월...
-
모 정부기관에서 논리학 강의를 의뢰 받아 준비한 내용 일부입니다. 수험생이 봐도...
-
여러분의 공부와 건강은 안녕하신가요? 여러분 이제 9월 모의고사 얼마 남지...
-
[Zola 생윤] 기출을 고문까지 해야 하나요?! 10
Zola임당 기출 문제 다들 풀고 계시죠? 고문까지 하고 계신가요? 이게 뭔...
-
[노미] 수험생의 운동 35
운동할 시간이 어딨어? 그 시간에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해야지! 라고만...
-
저번 칼럼에 많은 학생들이 할게 많은 데 힘들어하면서 꾸역꾸역 해내는 걸 보고 이번...
-
이 시기가 되면 이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이 질문은 “저랑 비슷한 수준의 수험생이...
-
20수능 비문학 교재 무료 배포 및 7월 비문학 해설 10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기출분석 교재인 타임머신 교재 중 한 지문, 학생들이...
-
죄송합니다. 7
안녕하세요 오르비 클래스에서 수능국어를 가르치고있는 윤응식T입니다. 전달드릴 소식이...
-
안녕하세요 오르비 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응식T입니다. 6월...
-
안녕하세요 오르비 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는 윤응식T입니다. 어느 정도 수능...
-
[노미] 계산실수 안하는 법 151
여러분, 수능이 148일 남았습니다. 수능이 어떻게 나올 지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
안녕하세요 오르비 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응식T입니다. 너무...
-
뭐일까요? (어그로 죄송합니다..) 평가원이 6평에서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
-
망했다! ㅠㅠ 지금부터 기초하면 늦은걸까요? 울지마! 흔히들 "지금부터 기초하면...
-
0 https://www.youtube.com/watch?v=YhcAz7qnSh4...
-
안녕하세요 오르비 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응식T입니다! 다들 6월...
-
안녕하세요 오르비 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응식T입니다. 6평 보느라...
-
▲pdf 받구 도움이 되었다면 좋아요가 좋아요! >_<b 6모 수학 풀컬러 손해설...
-
6모13번 도형이걸로끝 18
▲pdf 다운>_<b 6모 event1 : (독학) 도형의 필연성 / 전자책 pdf...
-
안녕하세요~ ALL바른 수학 고병훈선생입니다 오늘이 바로 아기다리고기다리던...
-
심찬우 선생님 해설강의 오픈 프리패스 50% 할인 10
두둥 시험 보고 오신 여러분 모두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한 여러분들을 위해...
-
[6월]순공시간늘리기 14
벌써 6월이라니 이제부터라도 하루 15시간 공부 가즈아! 라고 생각했지만,...
-
6, 9월 평가원 시험지 분석 가이드입니다
-
안녕하세요 오르비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응식T입니다. 오늘은...
-
안녕하세요 오르비 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응식T입니다. 여러분 다들...
-
- 내가 벌써 고3이 되었는데, 아직도 내가 고3이 된 게 실감이 잘 안납니다....
-
안녕하세요 오르비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응식T입니다. Y-문학편도...
-
왜 문학에서는 항상 선지 2개 혹은 3개가 헷갈릴까요? 안 그러신 분들도 있겠지만,...
-
5월의 잡설 21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매년 겪는 5월의 입시지만 올해는 유독 가파르게 다가온 것...
-
우리는 위와 같은 질문을 합니다. 공부의 황금비율을 알고 싶고, 그 황금비율대로...
-
저는 수학과 논리학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지문독해나 문제풀이시 수학이나 논리학...
-
안녕하세요 오르비 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응식T입니다. 6월 평가원...
-
안녕하세요~ ALL바른 수학 고병훈쌤입니다. 6월 평가원이 다가오는 오륙이...
-
안녕하세요 오르비 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있는 윤응식T입니다. (이전...
-
[PC] 1. 상단 나의 강의실을 클릭 2. 프리패스에서 강의 추가하고 싶은...
-
'조건문' 심화 - 기출문제의 흐름 |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낫다 9
안녕하세요. 독해와 논리를 가르치는 이해황입니다. "□이면 △" 꼴의 조건문을...
-
'``'` 4
1.1 수학에서 킬러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쉽게 [받아들이는]...
-
안녕하세요:) 과학기술이 어렵다고? [3탄]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번 글을 읽다...
-
`'`' 3
안녕하세요. 김강민 강사입니다. 1. 본인의 글 읽는 방식이나 실력은 변하지 않은...
-
오늘은 수능 국어에서의 '이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홍보 하나만 하고... 칼럼...
-
속도보다 정확도에 먼저 집중해도 괜찮을까? ‘처음엔 속도보다 정확도에 집중하는...
-
''' 16
``` 1. 개인적으로는 평가원 기출 [분석]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말임에 틀림...
-
[자료]과학-기술 비기출, 정확하게 풀면! 상품을! 6
안녕하세요 오르비 클래스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응식T입니다. 저는 요새...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