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단편] 11월 12일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6745905
11월 12일
어제는 독서실에서 공부 중이었다.
누군가 내 등을 두드렸는데, 내 친한 친구였다.
이 친구를 따라 독서실 바깥으로 나가보니 친한 친구들 몇명이서 케이크를 준비했다.
나는 감동해서 울었다.
친구들은 울지 말라며 케이크의 크림을 얼굴에 묻히기도 했다.
새삼 인생을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다.
남들 공부할 때 같이 공부하고, 남들 놀 때도 공부를 했는데도 불안하다.
그렇게 공부했는데 그것 밖에 안 나올까봐 불안하다.
시간을 돌려서 어제 다 못 본 부분을 더 보고 싶다.
물론 아는 내용일테지만 그래도 보고 싶다.
부모님과 친척은 이렇게 말한다.
"너가 수능을 잘 보든 못 보든 우리는 신경 안 쓰니까 부담 없이 보거라."
그렇게 말하니 부담이 안 될리가 없지.
같은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평소에 안 먹던 아침밥을 먹자니 속이 이상하다.
원래는 아침밥 같은 것 안 먹고 살았는데...
어머니가 들려주신 점심 도시락이 무겁다.
아버지는 차로 시험장까지 나를 태워다 주신다.
가는 내내 아무 말이 없으시다.
나에게 부담을 주는 말을 할까봐 일부러 침묵하고 계신거다.
그래서 이런 침묵도 부담스럽다. 나 때문에 침묵하시는 것이니...
시험장에 도착한다.
지방 신문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다.
우리 고등학교의 후배들도 응원하러 와 주었다.
면면들이 낯이 익긴 했으나, 말을 나눠본 적은 없는 아이들이다.
저 애들은 응원이 끝나면 순대국을 먹을지, 콩나물국밥을 먹을지만 생각하겠지.
나도 그런 생각만 해보고 싶다.
시험장. OO고등학교. 맞다.
계단을 오른다.
3층 쯤 올랐을 때였다.
몇 층이더라?
다시 수험표를 꺼내본다.
4층이다. 4층.
내가 있는 곳은 3층이니까 한 층 더 올라가면 되겠다.
고사장을 찾아간다.
수험번호가 책상에 붙어있다.
나의 번호와 일치한다.
옆 자리의 아이는 국어 기출문제집을 꺼내 다시 보고 있다.
나도 그러려고 국어 기출문제집을 꺼낸다.
사실 문제가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난 불안하지 않다는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려는 것 같다.
점심으로 뭘 싸셨을까?
궁금하다. 물어볼 걸 그랬다.
계속 초조하게 시계만 본다.
입술을 뜯는다.
엄마는 내가 입술 뜯는 것을 싫어했다.
시계는 볼 때마다 30초만 지나있다.
곧 감독관이 둘 들어온다.
그들이 뭐라 하는지는 아무래도 들리지가 않는다.
정신을 차리니 국어시험지가 내 앞에 놓여있다.
겉 표지를 넘긴다.
-----
자살! 타령만 하니까 ㄹㅇ 딥-다크해져서 수능 문학도 한번 써봤습니다. 너무 오글거려서 못 보겠네요. 어휴. 6일 남았습니다.
다들 힘내라고 하면 부담스럽겠지?? 힘내세요 ㅎㅎ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평가원, 질 좋은 교육청 선별하고 문제마다 논평같은거 써서 편집해서 공개해봄 제목은...
-
이거 후회되는 7
전기쥐면 개chu...
-
고등학교 선생님 보고왔는데 나때는 부모님 뭐하시는지부터 재산도 물어봤는데 ...
-
자국 이성 혐오? 까진 아닌데 뭐 할 게 없음 대화주제도 항상 뻔하고 밥먹고 분위기...
-
고2 쌩노베 0
마이스터고 다니고 있는 고2입니당. 전학 시기를 놓쳐서 그냥 여기서 수능 준비를...
-
나: (나가서 놀고는 싶지만.. 그럼 교통비가 신나게 깨지는걸...) 참 이걸...
-
남보현이 울학교 나왔었네? 진심 수치다
-
스터디 메이트.
-
본인은 오르비식 노베 아닌 ㄹㅇ 4등급 이하 노베임 제가 수학 공부하면서 느낀...
-
볼거 다 봤으니
-
교수님들의 mbti 중 j가 많을까요 p가 많을까요? 3
궁금이 유링게슝하게 도졌습니다.
-
목소리 와이리 큰데
-
오지말거라 그대여,,
-
1.고등학교 3년동안 성실히 공부해서 서울대 합격 VS 2.고등학교 3년동안 놀다가...
-
메인글 곧 0
우진희 인스타에 박제당할듯 ㅋㅋ orbi credit -999999
-
연애상담 해주시면 13
덕코 1000을 드려요 현실에서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가 없다 차마 그냥 혼자...
-
T1팬이지만 11
솔직히 T1 너무 못했음 ㅅㅂ왜이러냐 ㄹㅇ로
-
뭐지
-
흐헤헤
-
GG 0
사우디컵때까지 많이 반성하자
-
UP
-
T1은 성장해야한다
-
진짜 왜 한거임?????
-
그 프사 1
좀 별로네요
-
음.. 고2때 정보시간에 파이썬을 좀 배웠는데 수행이랑 시험 합쳐서 총82점,...
-
에휴 0
에휴
-
허허
-
페이즈 ㄹㅇ 1
말이 안되노
-
호기심?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스트레스 해소?
-
어느정도 차이나나요..?
-
졌네 1
ㅈㅈ
-
김01에서 6모 생1생2본 거 입력했더니 지원불가라길래... 설대랑 고대만 안 되는...
-
동시에 그리워하고 있다... 그래서 더 ㅈ같다 공부해야 되는데 대가리가 똥으로만 차서
-
일반좌석 고속버스가 오히려 자리 더 넓어요 왜냐하면, ㅋㅋ
-
슈발 오르비 가입한 실친새끼가 제 뻘글 뿌리고다녀서 23
없애고싶은데 오르비에선 못없애죠? 현생에서 없애는게 낫죠?
-
옷에서 나는 향수 냄새 22
전남친한테 다시는 보지 말자고 말하고 나온 다음 날 아침에 체육복을 세탁하려고...
-
그사람도 제 글을 못보나요?
-
얼마 잡고 푸셨나요?? 하루 4시간은 투자한다면 얼마나 걸릴까여
-
이상황에 3
미드 cs 밀려서 이렇게 되면 걍 패배 확정인데 ㅅㅂ
-
장력 6~8단 사이 1일 1회 8개월이면 허벅지 두배 ㄱㄴ?
-
01095134509 봉사 겸 수업에 더 완벽한 실력을 갖기 위해 영어 질의응답...
-
눈치...
-
2024년 11월16일 오전8시까지 계정정지 부탁드립니다 글댓글 싹다 못쓰게...
-
어우 ㄷㄷㄷㄷ 4
와 ㅁㅊ
-
345권은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줍고 17권은 선물받음 외에는 마블코믹스, 백과사전, 주술회전 정도
-
남친이나,남편이 있는. 여기까지..
-
프리미엄 버스는 칸막이 커튼이 있어서... 3천원 더 내고 사생활을 보호받으면 좋은 거 아닐까요?
#노잼 추가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