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총 정말 운 좋게 성공...했지만 후기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67696343
오늘 정말 천운이 따라줘서 개강총회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20살 때 새터에 이어 회식자리에서 갑분싸 만들고 과에서 사실상 쫓겨난 지 5년만이네요. 서울대에서는 처음이고요.
사실 오늘도 지난번 개파하고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고, 역시나 20~30분은 앞에 서 있었습니다. 어쩌면 지난번처럼 서 있다가 갔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운이 좋았던건지 아니면 오르비나 에타에 있던 글을 읽은건지 몰라도 제가 밖에 서 있었다는 걸 몇몇 학생들이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난 번에는 학생들만 참여하는 자리여서 더더욱 힘들었을텐데 오늘은 교수님도 오시는 걸로 알아서 실낱같은 희망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몇몇 학생분들(23학번이라고 하셨습니다.)이 서 있는 걸 보더니 저를 안으로 같이 들여보내줬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저는 학생들하고 앉는 대신 교수님 앞에 앉았습니다. 아직 학생들 얼굴을 몰랐기 때문에 불편하게 하기 싫어서였습니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이미 시끌벅적한 분위기 때문에 온 몸이 떨리고 숨이 가빠졌습니다. 교수님은 눈치 못 채셨던 건지 말 안 하신건진 몰라도... 일단 또 예전처럼 사고치기 전에 미리 가지고 다니는 약을 2알(정량은 1알이고 원래 하루 1번입니만... 사실상 3알)이나 때려박고 마침내 5년만에 자리에 임했습니다.
일단 입으로 뭔가 집어넣긴 하는데 솔직히 이게 제대로 먹는건진 몰랐습니다. 예전과 같은 사태 방지를 위해 일단 술은 조금이라도 마시지 않으려고 했고, 그냥 조용히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더 들어오고,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되어 갔습니다. 약효가 들었는지 떨림은 좀 줄어들었는데 문제는 나머지는 적응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나마 제일 활발하게 놀던 또래 고학번 테이블과는 제일 멀리 떨어져 앉아서 침착하게 끝까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성격상 사실 어울리는 게 힘든 것도 있고, 들어가기도 엄청 어려운데 막상 들어오면 불편해도 거꾸로 나가는 거 말하는 게 무서워서 이번엔 나가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1시간 정도만 먹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뭔가 분위기상 나가면 나중에 더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것 같고, 계속 먹자니 이미 먹은 지 1시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이미 쳇기가 돌았습니다.
일단 현장에서는 내성적인 것을 숨길 수는 없지만 최대한 피해는 안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사이에 점점 머리는 아파오고, 여러 소리들에 압도당해서 눌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얼마 먹지 못하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퀭하게 이야기를 들었고, 몇 번 화장실 가서 다 토해내고 오면 좀 낫다가 또 반복되고...를 반복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교수님 앞이라서 편하겠거니 생각했고, 제가 왔을 때만해도 그 자리가 제일 한가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양 옆으로 앉은 사람이 과대에 과 회장...이런 식이다보니 솔직히 더 위축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옆에 회장한테 말 걸어보고 싶었는데 회장이라(?) 계속 마실 수밖에 없어서 말 걸기는 좀 그랬습니다. 여담으로 건너편 옆에 앉았던 분이 저랑 동갑이었는데, 온 사람 중 가장 고학번 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나마 조금 이 분 덕분에 마음 속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같기도
그렇게 초반에 잠깐 먹고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강한 압박에 눌려있는 상태로 그냥 수동적으로 있고, 가끔 말 걸면 반응해주는 정도로 무려 3시간 가까이를 앉아있다가 왔습니다. 다행히 1차 끝나고 교수님들이 가시는지라 저도 교수님 쪽으로 슬그머니 합류해서 2차는 빠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입구역 화장실에서 한번 더 헛구역질한 후 그렇게 늦은 시간 집에 돌아왔네요. 내일 모레 시험인데...
일단 오늘 회식으로 느낀 것은 분위기 자체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소음으로만 따지면 5년 전이 더 심했던 것 같기도... 5년 전엔 일부러 그 분위기에 끼어서 놀아보려다(+새터 때 일 만회...) 선배 동기들 있는 자리에서 좀 안 좋은 일이 있었고 해서 (당시만 하더라도 상상 이상의 급격한 억텐이었습니다.) 그 자리 자체가 죽을 맛이었습니다.
지금은 나이도 먹고 경험도 있다보니까 견디기는 어려웠지만 죽을 맛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엔 일부러 약도 안 먹었는데 오늘은 약도 평소보다 과용해서 컨트롤이 가능했던 것도 있고...
오늘 같이 있었던 모든 분들은 정말 즐거워보였습니다. 저도 정신이 다 빠져버린 와중 오랜만에 예전 생각도 나고 그랬네요. 일단 오늘 내린 결론은 한동안은 단체 회식이나 모임은 어려울 것 같다는 것입니다. 약 먹어서 이 정도인 걸 보면 아직은 저에게는 이런 분위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다만 운 좋게 학생들이 저를 발견해줘서 대학생활 중 한 번 가봤다는 거에 만족합니다. 오늘은 딱히 상처받는 일도 없었고, 그렇다고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 일도 없이 회식이 지나간 거에 감사하게 생각하기에 그냥 추억으로 남기고 넘어가렵니다.
지금은 작년 2학기 때 잠깐 만나던 애들처럼 1:1이나 많으면 2:2 정도의 인원과 함께하는 것이 저에겐 더 편하고, 분위기 상으로도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언젠가 괜찮아지면 다른 곳에서 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도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과에서 최대 찐+아싸였는데 저에게는 대학 생활 중 할 수 있는 불가능과도 같았던 일을 해보게 되었네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행복...
-
한남♡한녀 힘내라! 출산율 1은 찍어야지
-
하플버 드가자
-
본인만의 꿀팁을 공유해주세요 ㅎㅎ
-
연세대는 사이버대랑 이중학적이 된다는 소문이 있던데 6
방통대/사이버대랑 이중학적이 되는지 확인해줄 착한 연대옯붕이 계신가요 2000덕 드립니다
-
축제 재밌겠다 2
친구들끼리 모여서 연예인도 보고 웃고 떠들고 인스타 보니까 다들 폰에 후레시 키고서...
-
제곧내 더프 사서 집에서만 푸느라 현장에서 처음봄
-
정시 지역인재 궁금한 게 있는데 1. 수시 들어가는 학교는 서울대밖에 없나요?...
-
역대 일반행정/재경직 수석 출신 대학 (미상 5명 제외, 일부 통합 수석 기록만...
-
오빠 너무 더워 1
기사오빠 버스에 애어컨좀...
-
지옥행 고속도로입니다. 오류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ㄷ선지 P2024와 P2025의...
-
수학 3등급이 목표인데 선택과목 뭐가 더 나을까요? 2
수학 3등급이 목표입니다 제가 목표하는 대학이 기하, 미적분에 가산점을 줘서 둘...
-
[울의X연치, TEAM 수리남] 수리논술의 승산 가능성?_1 1
안녕하세요, TEAM 수리남입니다. 저희는 입시 수학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
으ㅏ아!!!!!
-
빡모 시즌1 3
작년 우수문항 수록이죠? 설명이 왜 없지..?
-
8 0
888 8 8 888 8 8 888
-
수학 4점들을 2
2,3점문제마냥 쉽게 풀 실력이되고싶다
-
러셀에서 현역이 더프 보는 거 어떻게 막으려 할까요? 3
전에 교육청에서 조사하고 이래서 현역 안 받는 거 같은데 현역이랑 재수생이랑 어떻게 구분할까요??
-
제발 수학 3만 뜨게 해주십쇼
-
시간 어디서 어떻게 줄여야하나요.. 매번 한 지문씩 못 푸는데 줄이는 방법도 좀...
-
4규 문제 다 풀고 모든 문제 해설 다 보면서 놓친건 노트에다가 적고 다시...
-
이딴게 남아있는게 유머네 진짜 적폐들 청산 좀 하자
-
[인문논술] 궁금증을 가져야 독해를 잘한다 (설명을 요구하는 현상을 설명해 내기) 5
우리 주변에는 설명을 요구하는 현상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오늘 제게도 그랬습니다....
-
과제 모고도 좀 지엽적이고 현돌을 하고와서 그런가 다 현돌에잇는건데… 그냥 드랍하고...
-
수학황들 필독 1
미적 뉴런 들어가기전에 수분감으로 기출좀 풀려고하는데 경험상 옛날기출은 특이한걸...
-
미련이사라짐 ㅋㅋㅋ 탈릅하거나 산화되도 그러려니 할듯 아직은 아니지만 즐거울듯 이 재명도...
-
라이트쎈부터 풀어야할까요 개때잡5회독 2개월걸려서 들었는데 진짜 시간만 허비한건가...
-
문학은 괜찮은데 비문학 정보량 많은 지문이 잘 안 읽혀요..
-
성대 축제는 재밌어 보이는데, 우리학교는 왜....
-
양을 좀더 늘려봐야겠어요 순공 12시간 찍고싶다
-
사범대 쓸건데 최저없는거 맞나요?
-
맞팔하실분 9
없나요
-
하면 좋겠다
-
킬캠 2회차 3
만점맞음 히히
-
그럼 대학 가면, 이 힘든 친구 사귀기라는 것을 더 안 할 수 있으니까. 오티에서도...
-
몸상태땜에 일찍 쉼
-
2트나 길게봐도 3트쯤에서 끝내야 했던걸 너무 길게 하는 느낌..
-
손이 간지럽다 아무래도 6모때 개작살날듯
-
대학 질문 12
화작 미적 영어 사문 지구 백분위 89 98 2 99 99 면 어디가능?
-
참을수없는 간질간질한 기침을 계속하는데 엄마가 이번 약까지 먹고도 안 멈추면 거기...
-
강민철 선생님이랑 같은 축구선수 좋아함
-
수특은 독서 문학 다 풀었긴했는데 6평전에 문학 2장르정도밖에 못 보고 갈 것...
-
확통 뉴런 들을필요는 없죠? 그대로 한완수로 쭉 나갈까 기본 개념은 다 끝냈는데...
-
나두 부대민영업체에서 메가커피쪽쪽빨고 군캉스하고싶다 1
나는 부서 사무실에 있는 카누랑 BX에서 파는 캔커피만먹는 군캉스인데
-
과고 준비해볼 듯. 과고 안 간다고 하면 수학 하까지 선행하고 수1 수2를 1학년...
-
영어공부를 벅벅 1
지금 시험보면 3뜰듯 ㄹㅇ
-
8 2
8 8 8 8 8 8 8
-
얼마 전에 졸업 사진을 찍었는데 그 날 낮잠을 엄청 잤어요 ㅠㅠ 근데 그날부터 밤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쉬울수 있지만 자기 자신이 두려워 하는 것에 도전 하신거부터 감히 제 입으로 성공이라고 말해드리고싶어요. 한걸음 더 성장하신걸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