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육의 미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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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언어 영역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수많은 수험생 여러분이 오르비라는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능 공부 이후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현재 공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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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의, 현재 권력을 가진 자들이 학력고사 세대이기 때문일까. 그 당시에는 '도전 골든벨식' 지식을 가진 이가 똑똑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고, 우리 교육은 이에 전혀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당시엔 꽤 충격적이었나보다. 초등학교 고학년일 당시 교장 선생님이 수업을 참관했나, 이유는 기억이 안 나지만, 갑자기 앞으로 나오시더니 우리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시며 '자신만의 공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 예로 본인이 역사 공부를 할 때 쓰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임진왜란이 언제 발발했는지 외우는 방법으로 그 당시 조선 군대의 무기 수준이 처참했다고 하며 '고물 장난'이었다는 스토리를 만들어 가나다순으로 숫자를 대치하면 ‘ㄱ:1 ㅁ:5 ㅈ:9 ㄴ:2’가 되어 쉽게 1592라는 년도를 외울 수 있다고 하셨다. 그 당시에는 굉장히 참신하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그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예시이다.
학력고사 시절에는 '임진왜란이 언제 발발했지?', '1592년이요!', '너 굉장히 똑똑한 아이구나, 영특해!'라는 소리를 듣는 수준의 공부를 했다. 오늘날 중요한 것은 임진왜란이 1592년에 발발한 것이 아니라 임진왜란의 전후 맥락을 살피고 왜 전쟁이 발발했는지, 당시 일본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 나아가 세계 전반적 흐름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으로 역사를 파악한 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참고 자료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사회적 담론으로 이끌어내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 정보는 누구나 얻을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통찰하여 활용할지가 중요하다. 인터넷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더는 임진왜란이 언제 발발했는지 알아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개인적 차원에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세계사와 한국사를 병렬하여 전반적 흐름을 인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임진왜란이 1592년에 발발했다는 것을 안다고 똑똑한 것은 아니게 됐다는 말이다. 초등학생도 인터넷을 통해 5초면 알 수 있는 명시적 지식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또 변하고 있다. 대 AI의 시대이다. AI를 활용하지 못하는 자는 금방 도태될 것이다. 이제는 그들에게 어떤 명령을 내릴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프롬프트를 명확하고 영민하게 짤 수 있는 수준의 작문 능력만 갖추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얻게 된 정보를 읽고, 사고하는 수준의 독해력이 요구된다(물론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라고 했다. 자연어 처리 기술(NLP)이 발달함에 따라 언어 능력을 길러 자신의 세계를 거대하게 확장한 자들에게 무한한 기회가 열렸다.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자들이 각 영역의 전반을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프롬프트를 짜는 것 역시 인간의 언어를 기반으로 함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는 컴퓨터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코딩에 목맬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자연어로 명령하고, 자연어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값싼 임금을 받는 고급 노동력에게 명확하고 효율적인 명령을 내리고,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노력의 총량을 줄여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의 사용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제공받을 수 있다. 이를 소화할 수만 있으면 된다. 그러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무언가를 창발하고 이를 세상에 내놓을 용기가 있는 자들에게 축복과 같은 시대가 열릴 것이다. 손쉽게 자신이 개척하는 길에 필요한 정보와 영감을 얻고, 타인에게 아웃소싱해야 하는 업무를 값싼 가격에 떠넘기고 에너지를 보다 생산적인 일에 쏟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를 위해서 AI에게 제대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수준의 작문 능력, 그리고 제공받은 정보를 소화할 수 있게 해주는 독해력이 필요한데, 더욱 고차원적인 능력이 필요한 것은 역시 독해력이다. AI가 아무리 논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해도, 결국 그것을 흡수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그 과정에서 결국, '글'을 매개로 텍스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모국어를 사용한 독해력을 의미한다. 이제 텍스트로서의 외국어는 완벽하게 모국어로 번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표면적 차원에서 문자를 읽는 '해독' 수준의 독해를 넘어서야 한다. 글의 본질을 통찰한 후에 독해해야 한다. 단어의 본질과 전제를 바탕으로 한 사고, 문장 간의 유기적 연결성 파악, 소재 간의 관계성 이해와 그 과정에서 얻는 정보를 쌓아가는 능력, 글의 구조 파악 등을 종합한 고차원적 독해력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은 앞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될까? 현재 AI가 각 언어를 거의 완벽하게 번역해 준다. 이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고 머지않은 미래에 '평균적인' 사람들이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사라질 것임을 암시한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문화적 배경을 살피고 외국어로 사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색다른 사고 ex) 영어의 직관성, 라틴어 어근 기반의 본질적 사고
‘인간’으로서의 매력(한국어 화자끼리도 각자 구사하는 어휘나 말투 등이 다르다)
언어 지능, 언어능력의 향상
상류층의 고급 취미
외국어 교육은 '말'의 영역에서만 그 중요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말의 영역은 즉각성을 갖기 때문이다. AI가 실시간으로 완벽하게 번역해 주는 음성보다 본인의 머리에서 사고 과정을 거쳐 나온 유일무이한 그 사람만의 어휘나 말투, 뉘앙스, 억양 등이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심지어 외국인이기에 묻어나오는 accent나, 특정 단어가 기억나지 않아 머뭇거리는 모습이라던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저지를 수 있는 사소한 실수들도 지금보다 더욱 귀여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정제된 AI의 음성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음성일 테니 말이다.
말의 영역만큼 즉각성이 중요하지는 않은 '글'의 영역에서, 외국어 능력의 중요성은 작금의 지위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영어로 된 글? 한국어로 번역하면 된다. 영어로 글을 써야 한다? 한국어로 쓰고 번역하면 된다. 그리고 사실 Listening과 Speaking이 되면 Reading 능력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output-base인 Writing은 다른 문제지만, 이 역시 말로써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의 한해서 의미가 있는 것이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외국어로 작문하는 능력은 중요도를 잃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모국어로 '깊게' 사고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모국어로 사고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깊이 사고하고,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사회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건강한 토론의 기회가 더욱 필요하다. 언어의 장벽이 허물어질 미래에는, 자신의 의견을 일목요연하게 말과 글로써 '산출'하는 능력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대비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글쓰기, 논술 수업과 토론 및 발표 수업에 대한 전반적인 기회가 공교육에서 풍부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하루빨리 이러한 논의가 공론화되어 교육과 시험의 형식이 개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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