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 자작 시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69142187
바다
어두컴컴한 자취방
컴퓨터 전원을 꾸욱 누르니
모니터로 푸른 하늘이 열린다
적막과 외로움과
우울증을 걷어내는
푸른 빛이 열린다
모니터 속으로 시원하게 헤엄쳐 들어간다
오늘은 어떤 사람의 서커스를 볼까
오늘은 어느 책을 읽어볼까
오늘은 누구와 대화를 할까
6평짜리 좁고 어두컴컴한 방
푸른 빛으로 가득 채워진다
무덥고 비좁고 외로운 방 안은 심심하다
푸른 인터넷에서 헤엄치니 상쾌하다
어릴 때 재미있던 흙놀이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헤엄쳐 다닌다
컴퓨터를 킬때면
내 작은 여섯 평 짜리 방은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녹초가 된 몸으로
파아란 하늘 시원한 수영을 하고 나면
정말 마음이 상쾌해진다
여러분 혹시 최근 20대 젊은 남녀 대학생들이 우울증이나 정신질환, 성폭행 후유증, 취업 실패 등으로 큰 고통을 겪고 쓰레기장 같은 자취방에서 살다가, 뉴스에 나오거나 특수 청소를 하는 업체를 불러서 쓰레기를 치우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 또한 대학교에 처음 입학하고 난 후 1년 동안은, 제 21년 인생의 역작이 될 <수국비>를 집필하느라 어두컴컴한 방 안에 틀어박히다시피 살면서 컴퓨터 앞에서만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아래 사진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았지만 비좁고 어질러진 방 안에서 돼지 우리처럼 해두고 지내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https://www.woowarhanclean.com/review_clean/?idx=17948221&bmode=view
요새는 여름이라 해가 많이 길어져서 그렇지, 학기 초 봄이나 겨울이 되면 해가 엄청 짧아져서 5시 정도만 되어서도 어둑어둑해지고, 방 안에 불을 키지 않으면 적막하고 공허했습니다. 그 와중에 컴퓨터로 타이핑을 하는 작업을 하고 게임도 하고 유튜브도 보는데, 어차피 컴퓨터 화면만 잘 보이면 되니까 정말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귀신처럼 얼굴에만 모니터 불빛이 비쳐서 다른 사람이 보면 놀랐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외출을 금지당했고, 배달음식만 시켜먹으니 점점 일회용품 포장용기 쓰레기는 넘쳐나고, 운동을 하지 않으니 근육이 분해되고 무기력증이 심하게 오더군요. 재수를 할 때 이미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불면증을 겪었기에 강한 효과를 가진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였었는데, 정말 건강하지 못했던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불면증이 길어지면 우울증이 되는데, 마침 코로나로 인해서 외출이나 운동 등이 원천 봉쇄가 되니까 몸과 마음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더군요.
가끔씩 컴퓨터를 키지 않고 조용히 가만히 침대에 누워만 있었는데, 정말 적막하고 공허했습니다. 커튼도 쳤으니 대낮이어도 아주 약한 빛만 비칠 뿐이었고, 음침하고 음습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컴퓨터가 없으면, 굳이 할 것도 없고 돌아다닐 공간 여유도 없는 6평짜리 자취방은 감옥과 비슷합니다. 저는 태생이 집순이어서, 집에 있는게 정말 편한데 이제 독립을 해서 자취를 하니까 너무나 좁은 공간에 갇혀 살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방 안을 항상 컴퓨터 모니터가 밝게 비춰주었습니다. 컴퓨터가 보통 푸른 색을 많이 비추잖아요(블루라이트?). 우리가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하는데, 정말 컴퓨터와 모니터, 마우스와 키보드(혹은 추가로 마이크와 헤드셋)만 있으면 어디든지 헤엄쳐갈 수 있는 광활한 바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6평 짜리 자취방에서 갇히면 누구와 통화도 못하고, 소통도 하지 못하지만 컴퓨터를 통해서 이렇게 제가 생각하는 글을 쓸 수도 있고, 이메일로 교수님들께 질문도 할 수 있고, 친구들이랑 연락을 해서 단체로 게임도 할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을치고,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 수 있었습니다.
재미로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저에게 목 기운은 아예 없고, 수 기운은 매우 약하니까 수 기운을 보충하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금 기운이 강한데, 이는 칼이나 날카로운 도끼 등을 의미한답니다. 우리 보면 칼 갈때 숫돌에다가 물을 흘려보내면서 칼을 갈잖아요? 금속은 수분에 노출되면 녹이 슬긴 하지만, 칼을 날카롭게 갈 때는 물이 필요한 법입니다. 물은 지혜와 휴식 등을 의미한다고 하더군요.
약간 웃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보고 유학을 적극 추천한답니다. 특히 되도록 바다를 건너서, 뭐 호주나 아메리카, 미국 등에 가라고 하더군요. 큰 바다를 건너야지 그 큰 물을 다 쓸 수 있다고, 제 사주에 물이 부족하니 그 물을 보충하기 위해서 해외, 바다 밖으로 나갈 것을 권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제가 고등학생 이후 월드오브워쉽이라는 전함과 항공모함, 구축함, 순양함, 잠수함 등이 나오는 해상 전투 게임을 즐기는데, 제 사주를 보고는 제 친구가 바로 제가 왜 이런 게임들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된다고 웃더군요.
간혹 워해머 40k(이번에 신작 게임 '스페이스마린2'가 나오면서 다시 화자되고 있습니다)라는 소설, 미니어처 게임, 온라인 게임에서는 우주를 또한 마찬가지로 바다라고 합니다. 광활한 바다에서 우리는 헤엄을 치고 다닌다고. 거대한 우주선, 그러니까 함선을 타고 이 광활하고 넓은 공간을 헤쳐 나간다고요.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도 우주도 바다와 마찬가지로 참 멋지고, 그 오묘한 푸른 빛이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가끔 겨울에는 밤 하늘을 쳐다보는데, 별빛들이 너무 예쁘게 반짝거려서 하루종일 쳐다본 적도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제가 신경과학을 공부하는데, 여전히 인간이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3가지가 바로 바다(심해), 우주(암흑물질 등), 그리고 인간의 뇌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전 신경과학,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마찬가지로 바다에 빠져서 먼 항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폭풍이 치고 배가 뒤집히거나 부서질 위험도 있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고비를 잘 넘겨서 여태까지 잘 항해하고 있는 듯 합니다.
컴퓨터를 키면 적막하던 자취방이 떠들썩해지고 푸른 빛으로 가득 차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도 컴퓨터를 하는 것을 너무 좋아했고, 남들 밖에서 축구공 차고 놀 때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기도 했었습니다.
동남아, 필리핀 같은 곳의 바다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거긴 우리의 바다처럼 뿌옇고 불투명하지 않고, 정말 투명해서 바닥 끝까지 잘 보일 정도로 유리 같습니다. 영롱한 투명한 하늘색 보석이 세상에 깔린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인생을 여행이라고도 표현하는데, 크게 틀린 말은 아닌거 같습니다. 다만 전 육지를 걸어다니는 여행보다는, 넓고 광활한 이 우주와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항해해나가는 것이 참 편안한 마음도 들고 평온합니다. 물론 가끔 폭풍우가 칠 때도 있지만요.
제 본가가 부산 수영구에 있는데, 광안리 해수욕장과 정말 가깝습니다. 가보면 확실히 해운대보다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진정한 핫플은 여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짠내를 맡아보면 상쾌한 기분이 들 때가 많더군요.
고등학교때 지었던 시 몇 편 - https://orbi.kr/00019540864
상대성 이론 자작시 - https://orbi.kr/00067581281
발걸음이 무거운 사람이 되자 자작시 - https://orbi.kr/00067658419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다들 인강을 듣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거는같음 난 인강을 들을 수 없는...
-
ㅈ같은 학종 제도때문에 인간같지도 않은 교사들이 떵떵거리면서 다니는게 개좆같음ㅇㅇ...
-
경찰대 추합 5
보통 40번대까지 돌던데 올해 의대증원이슈가 클까요?? 몇번으로 예측하시나요 경찰대...
-
경쟁률 9:1 0
막판에 경쟁률 낮았다가 최종경쟁률이 9:1로 확 올랐는데 허수들 많이 들어왔을...
-
인강자체가 안맞나봐... 현우진이 그나마 맞긴하지만 그래도 별로임 시발점도 나혼자...
-
생기부 바탕으로 나오나요…??
-
시키자마자 오픈시간 1시간 뒤로 밀리는거 뭔데 억까 그만해 제발
-
사고나면 과학적인 원인분석 재발방지에 힘쏟기보다 추모공원 지어서 억울한 넋들을...
-
저기에 내 이름 있었을지도 김승리 하나도 빠짐없이 풀커리탔는데
-
서울대생 뱃지랑 의대생 뱃지랑 그리고 치대생 뱃지가 너무 탐나요!! 그리고...
-
기억에서 지식과 기술을 바로 꺼내서 사용하는 능력하고 또 뭐가 있었져
-
12223 7
13112 11111
-
모두 하지 말라 했을 듯 그냥 하고 싶으면 밀고 나가는 게 맞음 성적 올릴 자신만 있다면...
-
똥국수 4
내가만든단어인데 어감 존나좋지않냐 혀닿는 느낌이 찰짐 너무좋음 똥국수 똥국수
-
으흐흐흐
-
오노추 2
-
ㅇㅇ?
-
여기서 구천만정도
-
충남대 화공교육 4
이거 원래 거의 다 1차는 붙여주나요 ?? 54245 인데
-
사람이 어떻게 외모만으로 모쏠일수가 있나요...다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거지 외모가...
-
난 3~4바퀴 중대 중앙대 다군 추합
-
어그로,태그 죄송합니다 본인은 지금 영어 3~4등급이고 예비 고3임(내신은...
-
투표 ㄱㄱ 3
-
졸려요 3
-
기계랑 화학이고 둘 다 추합권이에요. 에리카가 광운보다 1시간 정도 더 멉니다....
-
막날에 조작표본들 성적표 인증 처리해준거 이거때문에 진짜 곳곳에서 빵났던데
-
이런불량식품맛이왜케좋을까
-
점공 개망했네 0
상향이긴 했는데 이정도일줄은 몰랐네 ㅋㅋㅋ
-
ㅈㄱㄴ
-
지근빨리 문의 ㄱㄱ
-
어제 코노갔다가 4
몇살이냐 물어보길래 22살 04라 하니까 신분증 보여달래
-
대체왜? 표본보려면 인증하고 들어오라고
-
과준실 0
과외준비하기싫다는 뜻
-
내가 볼경기만
-
알가싫 0
ㅠㅡㅠ
-
2025더프 솔리트 7,8,9,10 2025 더프 10월 사탐 전체(해설지 포함)...
-
둘 다 한달 75인데 다 이 가격 주고 다니는거 맞나요?
-
위경련 하....
-
1월 10일까지 예측 무료공개라 되어 있길래..
-
알바비 0
두개 한달하면 101만원 버는데 적네...
-
텐서플로우하는데에 지장없나요
-
과탐 원과목 1
탐구선택 바꿀지 고민중인데 현역때 물1이었는데 물1 쭉 밀고 가는게 나을까요.....
-
얼마나 행복할까 힘든 시기만 지나면 돈 잘 벌고 명예 있고 사람들이 우러러 보고 정년 없고 개부럽다
-
이새끼 왜이래이거
-
교차러들로 가득가득차서 절때로 못뚫을거 같았었는데 그 사람들 다 어디간거임
-
대성은 강의다운받은거 수강기간 제한있던데 한일주일정도
-
따뜻뭉클글썽훌쩍
-
김동욱 선생님이 더 나을거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2등급 아래로는 양부족, 태도문제일...
-
그걸 열등감이라고 싸잡아 말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특히 뉴스 댓글 열등감에서 나오는건...
-
생각도 못했네 왜지.. 고경제 고중문 고자전 이 셋중에서 고민함..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