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어 고정 1등급의 문학 공략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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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 너가 뭔데 칼럼을 쓰냐?
수능 끝나고 할 것이 없어서 써 보는 칼럼입니다. 수능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저도 정시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오르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그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칼럼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언매)평가원/교육청 고정 1등급에 (사관,경찰대 등)전국 단위 시험에서 문학은 한 번도 틀려본 적이 없으니, 3등급 이하 수험생들은 이 칼럼에서 얻어갈 인싸이트가 분명히 있으실 겁니다.
제 이전 (짭)칼럼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칼럼 또한 상위권 수험생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앞으로 소개드릴 제 문학 공략법은 ¹특정 인강 강사분이 가르치시는 방법론이 아니며, ²스스로 기출 분석을 통해 충분히 가지실 수 있는 인싸이트입니다. 2등급 이상의 수험생은 칼럼을 읽으면서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만 드실 거라, 굳이 시간 써서 이 글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겁니다.
이 칼럼을 쓰면서 염두에 두는 예상 독자는 '3등급 이하 일반고 수험생'입니다. 미리 말하고 시작하자면, 국어는 기출 분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마더텅을 머리에 넣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기출 분석에 임해주세요. 여러분이 1년간의 국어공부 내내 할 것은 사설 양치기/EBS가 아닌 기출 분석입니다. 문학은 기출 외의 것이 필요하지 않은 영역입니다. 적어도 문학만은 기출 분석에서 시작해서 기출 분석으로 끝내주세요. 본 글에는 현대 운문 풀이법만 다뤄 보겠습니다.
현대 운문 풀이법(1)
개인적으로, 현대 운문은 문학 중에서 가장 부담이 적은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인물 관계나 정보량 폭탄/고전의 경우 해석 자체의 어려움이 있으나, 일단 현대 운문은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로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는 장르이기 때문에, 소설보다 부담이 덜합니다. (개인별 편차가 있을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글에서는 현대 운문을 우선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다른 갈래들은 이 칼럼이 반응이 좋다면... 돌아와 다뤄보겠습니다.
현대시를 풀며 주목해야 할 두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쓰이는 용어는 아니고, 그냥 제가 만든 단어이니 편하게 읽어주세요. 이 칼럼에서는 첫 번째 키워드만 설명하겠습니다.
1. 화자화(話者化)
화자화(話者化)는 모든 판단 기준을 '나'가 아닌 '화자'에 일치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문학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은, 문학은 일정한 기준이 없는 주관적인 언어인데 어떻게 선지를 판단하고 문제를 풀겠냐며 불평합니다. 하지만 문학에는 '화자'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습니다. 과연 전국 단위의 시험에서 주관적이거나 애매한 것이 시험에 출제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문학에는 어쩌면 독서보다 더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존재합니다. 기출에서 이 기준을 찾고 따르며 수능장에서 마주한 낯선 작품에도 적용할 능력을 기르는 것이 문학 공부의 시작과 끝입니다.
이런 기준에 따르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¹내부 독해, ²외부 정보(ex. 윤동주–자아 성찰과 반성, EBS연계), ³내부 정보(ex. <보기>, 정오가 확실히 판단된 선지)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¹내부 독해'이며, 여러분이 1년 내내 학습하고 훈련해야 할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내부 독해'는 두 가지의 원칙만 잡아주시면 됩니다. 자세한 내용과 다른 원칙들은 이 칼럼이 성공한다면 다음 칼럼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화자가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떠올리고 있는가?
: 화자가 처한/머무는 상황/환경 파악.
시를 마주하면 가장 먼저, 화자가 어느 장소에서 무엇을 보며/떠올리며 말하는지 잡아주세요. 눈 내리는 광야에서 하늘이 열리고 땅이 요동치는 광경을 떠올리고 있네, 우물가에서 우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네, 봄이 가버린 곳에서 모란의 개화를 떠올리고 있네, 등이 이와 같습니다. 화자가 어느 곳에서 무엇을 보고/떠올리는지 가장 먼저 잡아주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선지 판단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2. 화자가 무엇을 보며/무엇을 하며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 감정/태도/표상 파악
태도는 긍정/부정으로 나뉩니다. 감정을 찾지 어렵다면 대략적인 태도만이라도 잡아주세요. 여기서 말하는 긍정=/밝은 분위기입니다. 긍정은 그 대상을 지향하고 있다(like)고 표현할 수 있으며, 부정은 그 반대입니다. 예시를 위해 제가 좋아하는 김영랑 시인의 작품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교과서와 기출 등에서 이미 한 번은 접해보셨을 작품입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뼏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예를 들어, 김영량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전체적으로 슬픈 분위기를 띄지만, 태도 판단은 '긍정'으로 해야 합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모란에 대한 긍정'이요. 긍정–그 대상을 좋아함, 사랑함, 지향함으로 이해해 주세요. 부정–그 대상을 미워함, 멀어지고 싶어함, 비판함으로 이해해 주세요.
감정은 화자가 드러내는 감정을 말합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니에요. 감정은 서술된 감정어로 파악하시면 됩니다. 위의 작품에서는 '봄을 여읜 설움', '서운케 무너졌느니', '섭섭해 우옵내다' 등이 있습니다. 감정은 그 감정의 대상이 있을 겁니다. 함께 파악해 주세요. 예를 들면 '봄이 가버린 것에 대한 서러움', '모란이 가버린 것에 대한 서러움'과 같이요. 위 시는 단순히 모란이 갔네~봄도 갔네 따위로 뭉뚱그려도 가능하지만, 시가 어려워지고 여러 대상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면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시 자체가 깊은 사색과 관념적/철학적인 내용(ex. 신동집의 오렌지나 이상의 거울)을 담고 있다면 태도 파악에 그쳐도 됩니다. 이런 경우는 나중에 따로 다뤄 보겠습니다. 주의할 것은, 감정은 반드시 서술한 감정어에 근거해서 판단해야지 내 마음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위 시는 읽으면서도 절로 슬픈 감정이 들기에 내 감정과 화자의 감정이 일치하지만, 만약 이 작품이 모란을 떠내보낸 것에 대한 '죄책감'을 담은 시였다면 어떨까요? 죄책감을 잡고 선지에 가는 것과, 그렇지 않고 단순히 어? 슬프네... 하고 선지로 가는 것에는 판단에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위의 두 원칙을 적당히 이해하셨다면, 다음 문제(2025 9월 모의고사 中 발췌)를 풀어주세요.
(나)
겨울 아침 언 길을 걸어
물가에 이르렀다
나와 물고기 사이
창이 하나 생겼다
물고기네 지붕을 튼 (a)살얼음의 창
투명한 창 아래
물고기네 방이 한눈에 훤했다
나의 생가 같았다
창으로 나를 보고
생가의 식구들이
나를 못 알아보고
사방 쪽방으로 흩어졌다
젖을 갓 뗀 어린것들은
찬 마루서 그냥저냥 그네끼리 놀고
어미들은
물속 쌓인 돌과 돌 그 틈새로
그걸 깊은 데라고
그걸 가장 깊은 속이라고 떼로 들어가
나를 못 알아보고
무슨 급한 궁리를 하느라
그 비좁은 구석방에 빼곡히 서서
마음아, 너도 아직 이 생가에 살고 있는가
시린 물속 시린 물고기의 눈을 달고
-문태준, 「살얼음 아래 같은 데 2-생가(生家)」
문제 : (a)에 대한 판단으로 옳은 것은?
1. (a)는 화자의 불안을 심화하고 있다.
2. (a)는 화자의 이상향을 형상화하고 있다.
3. (a)는 화자에게 책임감을 떠올리게 한다.
4. (a)는 글쓴이의 상황을 극복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5. (a)는 대상을 새롭게 주목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문제를 풀고, 자신이 ¹작품을 어떻게 읽었는지와 ²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선지를 어떤 방식으로 판단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스크롤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
해당 문제의 정답은 5번입니다. 위 두 가지의 원칙에 근거한 해설과 함께 이번 글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설 :
정답은 5번입니다. 화자는 '겨울 물가'에 있습니다. 차가운 겨울이기에 수면은 얼어붙어 있으며, 화자는 이것을 보고 '살얼음의 창'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수면 아래로 물고기들이 보입니다. 화자는 이 광경에서 '나의 생가 같았다'라고 말합니다. 흩어지는 물고기들을 보고 '창가로 나를 보고, 생가의 식구들이 나를 못 알아보고 사방 쪽방으로 흩어졌다'라고 말하며, 얼음 아래 물고기들을 자신의 생가 식구들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a)살얼음의 창은 대상(물고기)를 새롭게(생가와 연관지어) 주목하는 계기(시상 전개)가 되고 있습니다.
[5번 선지에서 '새롭게'가 애매했다면.]
(a)살얼음의 창을 사이에 두고, 화자는 물고기를 생가 식구들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일상적/평범한 광경(겨울 물가의 물고기)을 보며 그것을 특이하게 '생가'에 빗대어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생가生家 : 어떤 사람이 태어나고 자란 집, 보통 고향집.)
[1번 선지가 애매했다면.]
이 시에서 화자의 불안함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 뭔가 슬프거나 사색적인 분위기(마이너스)가 느껴진다고 해서, 단순하게 같은 마이너스 감정인 불안함과 연관짓지 말았어야 합니다. 감정과 태도를 제대로 잡아주세요.
[4번 선지가 애매했다면.]
이 시에서 극복해야 할/극복된 상황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화자가 처한/머무르는 상황과 환경을 제대로 잡아주세요.
마치며...
작품 독해는 철저하게 화자의 관점에서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화자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오롯 작품의 텍스트에만 근거하여 모든 선지의 판단이 이루어져야 함을 말하며, 텍스트에 근거한다는 것은 오직 작품 내부에서 서술된 내용에만 집중함을 의미합니다. 사색하지 마세요. 작품을 감명깊게 읽고 철학자가 되는 것을, 적어도 시험장에선 여러분께 절대로 요구하지 않습니다. 곰곰히, 깊게 생각하고 사색하며 철학적인 과정을 거치게 되면 절대 정답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다들, 문학에서 선지 두 개가 마지막까지 남아 자신을 괴롭혔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화자가 아닌 나의 관점으로만 선지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도 되지 않나?'하는 애매모호함은 모두 나의 관점이 자꾸만 독해 과정에서 개입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나의 관점을 철저히 배제하세요. 만약 이 과정에서 헛된 주관이 개입하게 된다면 문학 풀이는 미궁으로 빠지게 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두 가지 원칙을 잘 생각해 보시고, 작품을 독해할 때 내 마음대로 우당탕탕 읽지 말아주세요. 마치 비문학을 읽는 것처럼, 독해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따라 작품 독해/선지 판단을 해결하세요. 문학에서 작품 독해와 선지 판단은 별개가 아닙니다. 작품 독해가 곧 선지 판단이며 선지 판단은 작품 독해의 원칙을 그대로 가져와 해결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문학이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진 비문학보다 훨씬 쉽습니다. 풀이 원칙만 명확하게 세우면 어떤 시험지를 만나도 문학만은 만점 받을 수 있어요. 정말입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읽어주신 당신... 정말로 감사합니다. 온갖 억까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도전하는 세상의 모든 일반고 정시생들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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