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은둔자(Three Hermits)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70813886
"너는 또,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과 같이 중언부언하지 말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하여야 들으실 줄 생각하느니라.
그러므로 그들을 본받지 말라.
구하기 전에 네게 있어야 할 것을 하나님 아버지께서 아시느니라."
- 마태오 복음서 6, 7-8
한 주교가 '어느 외딴 섬에 세 명의 신실한 은둔자들이 구원을 찾아 기도하며 수행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들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주교를 태워준 어부는 '세 은둔자는 그냥 이상하고 무식한 노인네들'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주교는 한 번 그들을 만나보기로 하였다.
섬에서 세 은둔자들을 만난 주교는 은둔자들에게 지금 어떤 수행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은둔자들은 자기들이 기도·수행 방법을 몰라서 계속 이 기도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당신은 셋이요, 저희도 셋이요,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이들의 신앙심은 확실하지만, 무식해서 신앙생활의 진전이 없다.'고 생각한 주교는,
그 날 늦게까지 머물면서 이들에게 삼위일체와 여러 교리들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들에게 주기도문을 가르치고 이것을 외우도록 하였다.
셋 다 머리가 별로 좋지 않아 주기도문을 외우는 데에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이윽고 돌아갈 시간이 되어, 주교는 은둔자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그를 데리러 온 배에 탔다.
그런데 배가 섬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면 위의 무언가가 배를 향해 오고 있었다.
그것은 물 위를 마치 땅인 것처럼 밟고 달려오는 세 명의 은둔자였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경악한 주교에게, 은둔자들이 말했다:
"주교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외우고 또 외웠는데 잠깐 멈추니까,
그새 주교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문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제발 다시 기도문을 가르쳐주세요."
주교는 성호를 긋고 은둔자들에게 예를 표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돌아가서 그대들이 하셨던 원래의 기도를 계속하십시오.
제겐 여러분과 같은 하느님의 사람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습니다.
부디 저희 죄인들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
러시아 볼가 강 유역의 민담을 바탕으로 레프 톨스토이가 1886년 발표한 단편.
성경 구절은 톨스토이가 직접 인용한 인용문(epitaph)으로 소설의 일부.
cf. 소설 영문판 전문 링크 : http://www.online-literature.com/tolstoy/2896/
이런 거 자꾸 올리는 거 보면 확실히 틀딱 맞는 듯...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1. 일단 무조건 병원에 가본다 현존하는 정신질환의 대부분은 일단 병원에 가서...
-
“회양부사 갑“ ”달에 홀린 삐에로“ ”맑음 흐림 비 눈 00 01 10 11”...
-
재작년인가 본거같은데
-
과거가 그립구나 4
유튜브키면 영국남자가 불닭볶음면 친구들한테 멕이는 영상뜨고 꿀맛감자칩 하나에...
-
난 못생겼어 8
고백받은 횟수 1이여서 다행이다 현실은 0인데..번호따인횟수도 0이고
-
ㅇㅇ..
-
고대 상위학과 난리났네 17
설대 펑 낙수 효과를 제대로 받겠네요 어디까지 뚫릴런지 하이고
-
비상 11
갈비찜 글 레시피 올리고 다니다가 배고파짐
-
스샷을 깜짝놀라서 못찍었는데의대생 태그랑 90년대상태그랑 ㅈㄴ많이 체크돼있었음 글쓸때
-
대학좀 가자 씨발
-
전자는 화장 없이도 웬만한 여자보다 예쁘고 후자는 상위 80프로라고 했을때 누구 만남?
-
단, 지사대 선택시 카리나 차은우와 결혼가능 후자 선택시 평생솔로 머선택함
-
1. 칼럼 [칼럼] 나만의 Time-check 공부법 -...
-
후식으로 마시는 요거트까지 달달합니다 아주
-
이미 공공재임
-
똥 먹고싶다 9
똥 마렵다
-
사리 3개 추가해서
-
전자는 본좌를 품을 예정
-
간다 3
잘 자요
-
귀엽지
-
은테에 동참해주세요 ! !
-
갑자기 개땡기네
-
의문의 피해자 1 11
(?)
-
보통 B대학 추합 전화 오기 전까지 최초합격자 등록은 안하는건가요? 재수하고...
-
나리 탈릅함? 2
왜 안보임
-
저때는 고등학교 다니면서 스트레스받았는데 아직 수능칠줄은 몰랐네ㅋㅋ
-
님들 조심하셈 3
저러고 비로그인 상태로 어느 한명 신상 파헤칠 수도
-
씁쓸하네 17
보내도 내가 보내고 싶었는데....
-
제2외 ㅇㅈ 3
누가 제2외 ㅇㅈ하길래 올려보고 싶었엉
-
정신병 환자 장례식) 10
예상 댓글) 굿다이노
-
이글을 봤다면 코코낸내하는거에요,, 생각해보니 난 지금자면안됨 난 단어장 1데이만...
-
잘 가라 병신아 ㅋㅋㅋ
-
끝말잇기 시작) 성관계 12
ㄱㄱ
-
?
-
재수 때가 많이 힘들었어서 삼수 생각도 없었는데, 요 며칠 사이에 반수라도...
-
15 0
15
-
주문했는데 매번 독서에서 시간 쫓겨서 눈으로 지문문제매칭하다가 망하는것같아요
-
반수 성공 6
외대 사과대에서 중앙대나 한양대 화공으로 옮길 것 같은데 성공한거죠? 현우진 서울대...
-
2 4
ㅇ
-
2 1
ㅇ
-
눈치게임 1 12
겹치는사람 둘이 사귀는거임
-
광질하고 남은돌로 집짓고 침대설치햇더니 번식하는듯 근데 얘네 왜 밖에서번식하냐??
-
21111 5
언매 미적 사문 세지 이렇게 맞으면 어디감 백분위 91 96 98 98
-
기계공학과 0
ㄱ
-
지코바 0
먹고싶다
-
ㅇ
무교긴한데 삼위일체때문에 특히 거부감이 매우 심함
나는 사실 가톨릭=천주교인데 이 이야기를 통해 전도하려거나 종교를 지지하는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님.
솔직히 나도 교리 잘 모르고 성당 안 나간지 꽤 돼서(냉담) 천주교인이라고 자칭하기도 뭐하다;;
옛날에 내가 디시 수갤·빡갤에 올린 글 정리하다가 발견하고 마침 오늘 크리스마스라서 올려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