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누군가에게는 찬란한..누군가에게는 서글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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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을 학생만큼 초조하게 기다렸다. 서강대 발표일이었다.
6개월 남짓 1주일에 한번 과외하던 학생이었는데, 참 나를 많이 따라서
하루에 두세번 통화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학생의 자소서도 한글자 한글자를 정성스레 봐 주었고,
수능 전 날에는 마인드컨트롤도 함께 했다.
오후 5시에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9시부터 사이트를 들락거리던 나는
2시에 입학처 팝업창이 뜬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했다.
"OO야, 빨리 전화해봐"
"아, 떴어요? 얼른 해볼께요"
정시에서 국어에서 불의의 타격을 입고 sky정도를 기대했는데 그에 크게 못미치는 그 학생에게
수시마저 서강대가 마지막으로 남은 상황이었다.
그 학생에게 5분뒤에 전화가 걸려왔다. 합격했으면 바로 전화했을텐데 5분이나 걸리는 것을
두고 볼 때 불합격했을 것이라는 예감이 밀려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지만..
"선생님, 저 떨어졌어요.."
"그래...OO야 너무 낙심하지 마라"
"선생님, 저 재수하려구요."
"그래 OO야, 선생님이 1월에 개원하는 학원으로 와라. 내가 수능때까지 돈 안받고 가르치마"
학생이 수능에서도, 수시에서도 좌절한 것이 나의 잘못인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정말 마음이 아파서 무어라도 보상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니에요 선생님, 저 서울에 가보려구요. 부산에 집에 있으면 기분 때문에 별로 공부를
못할것같아요. 서울 친척집에서 지내면서 단과들으며 자습식으로 해보려구요."
"그래....그 방법도 좋겠다. 역시 OO는 옳은 말만 해. 그렇게 해라. 그리고 선생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라. 내가 OO자리는 처음부터 비워놓고 있을께."
그리고 나서 힘겨운 마음으로 학생의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처음 상담을 했을 때 꼭 선생님만 믿겠다던 학생의 아버지께 정말 송구한 마음이었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이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선생님이 최선 다해 주신 것 압니다. 저희 애가 그런 건데 어쩔 수 없지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한동안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지도하던 고3 학생의 재수....학생이 의지하고 그렇게 따랐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온통 내잘못 같았다.
12월 9일...누군가에게는 찬란한...또 누군가에게는 서글픈...
내가 지도했던 학생만큼 아팠던 모든 고3, 재수, N수생들...
힘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잘 견뎌내서 더 큰 미래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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