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독서 왜 어려울까? 약간의 국어 교육학 개론을 곁들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1719031
국어 점수를 잘 받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잘 푸는 것이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잘 읽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잘 읽고 잘 푼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우리는 이 ‘잘 읽고 잘 푸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렇다면 잘 읽고 잘 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수능국어의 정수인 ‘기출’을 푸는 것입니다.
국어는 기출로 시작해서 기출로 끝나는 과목입니다.
하지만 시중의 수많은 기출문제집에도 우리는 모두 1등급이 아닙니다.
분명 기출을 풀고 해설을 잘 읽으면 성적이 오를 것 같지만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기출을 풀고 해설을 읽은 뒤 그냥 끝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냥 끝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답을 드리기에 앞서 우리가 기출 지문을 읽는 습관을 되돌아봅시다.
우리는 글을 ‘단어 → 문장 → 문단 → 글 전체’로 차근차근 확대시키며 읽어 나갑니다.
단어에서 다음 단어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문단에서 다음 문단으로 흐름에 따라 읽어가는 것입니다.
작은 단위에서 큰 단위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작동되는 이러한 모델을 ‘상향식 모델’이라고 합니다.
이는 주로 글의 이해를 목적으로 하며 어린아이나 언어 학습자들에게 효과적인 훈련 방법입니다.
반면, ‘하향식 읽기 모형’은 머리에 글 전체의 구조를 먼저 잡고, 글을 읽어나가는 방식입니다.
추리 문제를 풀 때 우리는 가끔 표를 그리거나 구조를 먼저 잡고 풀고는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렇게 배웠기 때문입니다.
많은 추리 문제를 풀어보면서 스스로 익혔든, 아니면 누군가의 해설을 보았든 말이죠.
수능 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숫자가 많은 경제 지문을 읽을 때 표로 시각화를 하게 되면 더 쉽게 이해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시를 읽기에 앞서 연을 구분하거나 <보기>를 참조하면 더 쉽게 이해가 될 때가 있겠지요.
이렇듯 주어진 지문에서 얻은 내용 뿐만 아니라 나의 경험이나 지식, 정보 등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인지적 틀 혹은 개념적 구조를 먼저 잡아두고 글을 읽으며 그 틀을 채워나가는 방법을 ‘하향식 읽기 모형’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인지적 틀 혹은 개념적 구조를 우리는 ‘스키마(Scheme)’라고 부릅니다.
자 그러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국어 기출을 풀고 해설을 보고 나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로 이 ‘하향식 읽기 모형’을 활용하기 위한 구조 혹은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바로 1등급과 1등급 아닌 학생이 갈리게 되는 것입니다.
평가원은 지난 수십 년간 일관되게 ‘지문 서술 방식’과 ‘선지 구성 방식’을 사용해 왔습니다.
1등급의 학생들은 이 방식들을 구조 혹은 틀로 만들어 머리 속에 넣어두고 글을 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문을 읽은 후 문제를 풀 때 그때그때 꺼내서 판단하거나 확인이 필요한 부분으로 돌아갑니다.
이러한 방식은 문제를 푸는 시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글을 여러 번 읽으면서 오는 혼란을 줄여줍니다.
하지만 1등급이 아닌 학생들은 이러한 틀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문을 그저 읽은 후 문제로 가서 마구잡이로 왔다 갔다하며 시간을 낭비합니다.
결국 이러한 독해 방식의 차이가 성적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능 기출문제를 통해 이 패턴을 학습하고 체득하여 수능 국어 공부의 기틀을 다져야 합니다.
EBS 연계나 실전 모의고사도 중요하지만, 결국 수능 국어는 기출에서 발견되는 두 방식들을 체화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수능 국어 기출 분석은 이러한 사고와 태도를 얻어가는 과정입니다.
상향식 읽기와 하향식 읽기의 비교
과정 영역 | 상향식 읽기 | 하향식 읽기 |
글의 의미 소재 | 글에 내재 | 글에서 독자가 구성 |
단어와 이해의 관계 | 단어 인지는 이해에 필수 | 단어를 몰라도 이해 가능 |
정보 파악의 단서 | 단어, 음성-문자 단서 사용 | 의미, 문법적 단서 사용 |
읽기 진행 방향 | 해독→어휘→통사→담화 | 담화, 통사, 어휘지식→해독 |
읽기 구성 방식 | 문자를 소리로, 소리를 의미로 | 의미의 예상과 확인 |
강조하는 언어 단위 | 문자, 문자와 음성의 연결, 단어 | 문장, 문단, 글 |
읽기 학습 | 단어인지 기능을 숙달하여 학습 | 유의미한 활동을 통해 학습 |
지도의 중점 | 단어의 정확한 인지 | 글의 의미 이해 |
학생 평가의 중점 | 하위기능의 숙달 | 글에서 얻은 정보의 종류와 양 |
출처 : 노명완 외(2012), <국어교육학개론>, 심지원, 283
비문학 교재의 서론파트를 뜯어왔습니다...
가볍게 읽어보셨으면해요
국어교육학 개론의 일부에서 착안한 내용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맞팔 고
-
마닳 공부법 0
마닳을 비문학만 풀려는데 하루에 몇 지문 푸는게 적당하나요? 국어 쌩노베입니다.
-
교재 원고 쓰느라 죽을 맛이다
-
좋아 좋아 13
맥주효모 먹으니깐 머리카락 다시 건강해진거같네
-
그러면 얼굴도 모르는 일개 오르비언따위가 네 님은 안됩니다. 라고 하면 진짜로...
-
지문 자체도 난해한데 문제조차 난해한 느낌
-
ㄹㅈㄷ공하싫 2
사탐필기나한다
-
다한증 개꿀템 14
미술용 장갑 ㄹㅇ goat
-
팀이 맞는진 모르겠는데...
-
08년생 이제 고2 학생입니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공부를 하지 않았고 내신은 평균...
-
안녕히 주무세요 2
-
xyo님이 알랴주신 팁임 은근 좋은듯 계산 줄이기
-
지금 생지 고르는것도 이게 맞나싶네요 수특판매량보니까 7
생지도 인구수 엄청빠져나가서 등급컷 더 오를거같은데 그냥 과탐 2개하는사람들...
-
경기과고의 이 내가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미쳐버린 기하 이론충인데 첨 들어보네
-
Solve the Quiz by yourself, difficulty is point 2.3 4
The conscious individual settles down to fix...
-
보통 풀리나요? 아니면 B단계까지만?
-
흠 세글자 기깔난거없나 창의력고갈로 바이오케미피직스 이딴거나 할 각임
-
거기는 상위권 전용이죠? 혹시 수학 기본 몇은 받아야 갈수있나욥
-
여고졸업 남르비 0
집 가고 싶다
-
유일하게 자신 있는게 과탐뿐인데
-
시발
-
바다속의 모래까지 녹일 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
왤까? 아마도 내생각엔 치킨집이 많아지면 하나의 치킨집에 오는 주문수가 줄어듬...
-
시대인재 서바부터 다닐까요 아니면 그전부터 다닐까요?? 서바 전부터 다닌다면 충분히...
-
보통 8문제 중에 수열의 극한 , 미분법, 적분법에서 각각 몇 문제씩 나오는...
-
부모란 뭘까요 1
공부때문에 싸우다가 또 챙겨주고… 아니 이럴거면 걍 처음부터 뭐라고를하ㅈ
-
소중한 주말, 5
개가튼 학교에서 모다는 공부, 주말에 해야함
-
현정훈 0
현정훈 시즌2 언제 시작하나요? 그리고 시즌1이랑 난이도 차이 많이 나나요?
-
저 사실 0
초르비임 초능력자 오르비언
-
현우진 드릴 이었음 답지가 없거든 현현현현
-
기출, 스킬? 강의 다 듣는게 맞나요? 골라 듣는게 맞다면 각각 뭐뭐 들어야 하는지...
-
저 사실 5
중딩 여르비
-
삼육약 4
찾아보니 삼육약 인프라가 안좋고 종교, 술 문제도 있어서 다른 약대보다 꺼리는...
-
꼭 해야 하나요... 낮2~높3등급 인데 기출 각잡고 본적은 없어서 기출 끝내고...
-
밤잠 안 자고 외화 벌어오는데…"서학개미 탓에 머리 아파" 1
서학개미를 바라보는 정부의 심경은 복잡하다. 밤잠 안 자고 해외주식을 사들인...
-
담합해서 가격 내리면 안됨?
-
나 여르비인데 3
맞팔하자 ㅎㅎ
-
롤하실분 5
칼바람 아레나 솔랭 다 좋아용
-
고백하기
-
지구과학 기출 n회독 할만한 가치가 있나요? 고2때부터 기출 풀어서 지금까지 한...
-
한남공대생 입장에선 너무 어려움
-
기타 배우기 운동하기 연애하기
-
개때잡을 다하고 기출을 하는게 나을까요 아님 개때잡을 좀 하다가 기출도 같이 하는게 나을까요?
-
아무도 안 믿겠지
-
수능형 시험(학평, 모평, 사관학교, 경찰대, 수능)에 나오는 극한 문제에 대한...
이거그냥이원준인데
근데 결국 이게 교육학적으로 독서를 다루는 방법임...
물론 이견은 많지만...
그 매번 국어강사들은 지가 해보고 이래서 좋더라~ 라는식으로 가르치는게 문제라는 의견이 있어서 써봄요
제가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르지만 흥미롭네용
저도 뭐 저게 맞다곤 생각안하는데 고명한 학자들이 이론화해뒀다하니 그런것들 이거저거 섞어서 재해석해봤어요
독해를 위한 뇌구조를 미리 구축한 상태로
수험생이 되는 분들이 바로
어릴 때 책 많이 읽은 부류…
글에서 설명하는 그런 독해의 틀을
숨쉬듯 자연스럽게 익힌거죠
맞습니다.....
하향식 읽기 잘하고 시퍼ㅇ ㅛ ㅠㅠ
그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