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샘] 2018 여태껏 우리가 몰랐던 비문학 이야기_6. 단백질과 탄수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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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지 않은 밤‘은 왠지 쓸쓸하다. 심지어 찝찝하기까지 하다. 온종일 일처리가 개운하지 못했을 때나 집을 나올 때 뭔가를 두고 온 듯한 기분이 환기되는 것이다. 힘들게 하루를 마감하는 순간 나를 지켜봐 주고 있는 눈길의 걷힘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어떨 때 보면 달은 참 권위가 없다. 만만한 게 달이다. 고대가요인 ’정읍사‘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달님이시여, 높이높이 돋으시어 / 멀리멀리 비춰 주소서.” 향가인 ’원왕생가‘에선 “달님이시여, 이제 / 서방까지 가셔서 / 무량수불 앞에 / 일러다가 사뢰소서.” 또한 ’찬기파랑가‘에선 “열어젖히니 / 나타난 달이 / 흰 구름 따라 떠가는 것 아닌가?”라고. 달도 때론 자고 싶고 쉬어야 할 텐데. 하나같이 우리의 욕구만 내세워 쉼없이 달을 불러낸다.
2015년 수능 B형에 ’슈퍼문‘이 출제되었다. 엄연히 보자면, ’타원 궤도‘에 대한 문제였다. 하지만 우린 이보다 슈퍼문으로 더 기억하고자 한다. 그래야지 더 친근해 보이기 때문일까. 어쨌든 수능 출제자도 달을 끄집어 냈다. 조금 미안한 게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달이라고 하면 식상하다 싶었던지 슈퍼문을 불러왔다. 돈가스에 대한 애정을 왕돈가스로 드러내려는 듯. 필자는 잠시 달에 대한 얘기를 이쯤에서 미루려고 한다. 다음의 지문을 보자.
<예1>
우리 몸은 단백질의 합성과 분해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단백질 합성은 아미노산을 연결하여 긴 사슬을 만드는 과정인데, 20여 가지의 아미노산이 체내 단백질 합성에 이용된다. 단백질 합성에서 아미노산들은 DNA 염기 서열에 담긴 정보에 따라 정해진 순서로 결합된다. 단백질 분해는 아미노산 간의 결합을 끊어 개별 아미노산으로 분리하는 과정이다. 체내 단백질 분해를 통해 오래되거나 손상된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을 막고, 우리 몸에 부족한 에너지 및 포도당을 보충할 수 있다. |
<예1>은 2015년 수능 A형 지문의 첫 문단에 나오는 내용이다. ’단백질 분해와 합성‘이 수능에 출제된 것이다. 이 지문은 같은 해 선보인 앞서 언급한 슈퍼문이 너무 수험생들에게 반향이 컸던 탓인지 살짝 묻힌 감이 없지 않다. 단백질을 분해하면 아미노산이 된다. 분해된 뒤의 아미노산의 운명은 체내에 남아서 역할을 좀더 하느냐 아니면 체외로 배출되느냐로 나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백질의 분해가 한 가지로 우리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와야 한다는 점이다. 뒤 이은 단백질의 합성에선 필수아미노산과 제한아미노산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예2>
탄수화물은 사람을 비롯한 동물이 생존하는 데 필수인 에너지원이다. 탄수화물은 섬유소와 비섬유소로 구분된다. 사람은 체내에서 합성한 효소를 이용하여 곡류의 녹말과 같은 비섬유소를 포도당으로 분해하고 이를 소장에서 흡수하여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 반면, 사람은 풀이나 채소의 주성분인 셀룰로스와 같은 섬유소를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효소를 합성하지 못하므로, 섬유소를 소장에서 이용하지 못한다. 소, 양, 사슴과 같은 반추 동물도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를 합성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비섬유소와 섬유소를 모두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며 살아간다. |
<예2>는 2017년 수능 지문의 첫 문단에 나오는 내용이다. 2017년 수능에는 ’탄수화물‘이 시험에 출제되었다. 정확히 보자면, ’반추위 미생물‘에 관한 내용이다. 생명체의 3대 영양소로 불리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중에 두 요소가 가까운 년도에 출제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다음 타자는 지방일 가능성이 높을까. 눈치 빠른 학생이라면 불포화지방산, 포화지방산, 탄소의 단일결합, 이중결합 등을 벌써 정리해 뒀을 수도 있다. 탄수화물은 전전년도의 단백질에 비해선 확실히 이슈화되었다. 반추위 땜에 시련을 겪은 학생이 많았으니깐.
피브로박터 숙시노젠(F), 스트렙토코쿠스 보비스(S), 락토바실러스 루미니스(L) 등 모두 해리포터에 나오는 가문들 이름 같기도 하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이럴 경우, 눈 딱 감고 F, S, L만 기억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F는 섬유소를 분해하는 미생물이라는 점이다. 이게 한 가지가 된다. S와 L은 비섬유소를 분해하는 미생물 쪽에 정리해야 한다. 물론 비섬유소를 분해하는 미생물이 한 가지가 된다. S와 L은 비섬유소에서 나온 가지들이다. 이는 <예1>의 필수아미노산과 제한아미노산과 대응될 수 있다.
2017년의 수능 ’반추위 미생물‘과 2015년의 수능 ’단백질의 분해와 합성‘은 같은 구조를 지닌 지문이다. 그리고 이런 구조를 가진 나무를 ’포수 아래 1호‘라 부른다. 세상엔 유행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 점에서 수능의 숲도 예외는 아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통해 만난 나무를 잘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2015년 수능 B형인 슈퍼문이다. 달의 공전 궤도와 지구 공전 궤도가 각각의 한 가지이다. 지구 공전 궤도에는 개기 일식과 금환 일식이 소개되어 있었다. 즉 2015년 과학 지문은 ’포수 아래 1호‘가 수험생들을 맞이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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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밤바 개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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