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13편 - 인적자원과 교육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25121266
지난 시간에는 공군 파일럿들에게 얼마나 교육이라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다른 사례를 들어 교육이라는 것이 군대에게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설명해보겠습니다.
보통 우리는 표면적이고 수치로 드러나는 것을 쉽게 따집니다. 병력의 양이 얼마나, 군비가 얼마냐, 전투기가 몇대냐, 수송 능력이 몇 톤이냐 등 객관적인 지표로 드러나는 것은 비교가 쉽습니다.
그런데 한 조직의 숙련도와 경력, 각 개별 군인의 지식과 경험 수준은 측정하고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임의로 성적이나 지표를 정하고 최대한 객관화를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갈길이 멉니다. 마치 수험생들의 실력과 사고력 수준을 한번의 모의고사 성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처럼.
표면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해당 요소를 등한시하기 쉽지만 몇몇 사례만 보아도 이 훈련도나 교육 수준이 얼마나 심각하게 작용했는지는 충분히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일본 제국의 기습적인 선제공격으로 태평양 전쟁의 시작을 알린 진주만 공습. 미 해군 주력 전함 대부분이 여기서 박살나면서 미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집니다)
진주만에 주둔 중인 미 해군에 심대한 타격을 시작으로 일본 제국은 태평양을 두고 미국과 총력전을 벌입니다. 해당 사건이 워낙 충격이고 역사적인 분기점이기에(참전을 꺼리던 미국을 연합국에 반강제로 참여시키면서 2차 세계대전의 양상이 급격히 기울게 됨) 유명합니다만 미국에게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군이 큰 피해를 입었으니 당연히 최고책임자나 수뇌부, 장교들이 그 책임을 물어 마땅합니다. 자신들이 곧 해임이나 좌천당할 것이라는 생각에, 아군 주력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절망감과 트라우마가 겹쳐 미 해군 장교단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신임 사령관을 맡게된 체스터 니미츠 제독은 인사관리에 정평이 난 인물이었고 사람에 대한 평가가 정확했습니다. 그가 보았을때 진주만 공습의 책임을 물어 장교단을 해체해버리면, 이만한 인력과 엘리트들을 당장 보충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당시 미 해군은 군사적으로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 복무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군사 전문가 양성을 시작하더라도 최소 몇년동안 미 해군은 공백기간이 필연적이었기에, 높은 교육 수준을 받은 인적자원을 함부로 포기할 수 없었고 니미츠 제독은 미 해군 장교단 전체의 유임과 명예 회복을 취임식에서 약속합니다.
실제로 역사는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결과적으로 보여주며, 1년도 안되어 미 해군이 미드웨이에서 대대적인 반격으로 일본 해군의 주력 항공모함들을 몰살시키는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미드웨이 미 해군의 공습을 받고 침몰하는 일본 항모전단의 삽화. 해당 전투로 일본은주력 항공모함 뿐만 아니라 가장 뛰어난 숙련도를 가진 항공 정비사와 항공모함 승조원, 파일럿을 다수 잃으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진주만에서는 천운으로 미국 항공모함 전대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다. 운 좋게 원래 항구에 입항하기로 된 날을 악천후 등에 의해 지키지 못하여 항공모함까지 학살당하는 비극은 없었습니다. 이에 일본 해군은 미 해군의 주력 전함이 부재한 상황에서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기 위해 미 항공모함을 유인하고 전멸시킬 작전을 세웁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한 미 해군은 미드웨이 전투에서 일본 항모의 움직임을 몰래 지켜보다가 항공력을 쏟아부엇고, 집요한 공격으로 일본 항모는 운명의 5분 동안 3척의 주력 항공모함을 잃습니다.(마지막 한대 남은 항공모함은 미 해군에게 반격을 시도하다가 최후를 맞이함)
일본제국이 오랫동안 공들여 키워온 주력 항공모함 전단을 잃었다는 부분은 단순한 물질적 상실을 뛰어넘습니다. 일본 항공모함이 유폭이 나 굉침하면서 당시 작업 중이던 항공정비병을 화마가 덮쳤고 수백명이 순식간에 전사합니다.
산업적으로 뒤떨어지던 일본은 기계와 정비에 능숙한 민간인이 드물었고 따로 국가가 투자하여 조종사 시험에 탈락한 사람들을 모아 정비병으로 교육시켰습니다. 일찍부터 항모 기동부대를 운용한 일본은 경험과 훈련이 충실한 항공정비병을 보유했으나 미드웨이 해전으로 전체 인원의 40%를 잃습니다.
이들은 같은 항모와 조직에 오래 근무하면서 높은 효율과 팀워크를 발휘하던 인재들이었고, 전쟁 종결까지 이들 수준만큼의 숙련공을 확보하기는 커녕 끊임없는 인적자원 소모로 일본 항공모함 전단의 기량은 계속 떨어집니다.
마치 야구팀에서 1군과 2군 선수들이 나뉘어져 1군의 빈구멍을 메꾸어주는 예비군 성격의 2군이 있듯이, 일본군도 항모 전단이 더 있었으나 미드웨이에서 전멸한 항모 전단만큼의 조직력과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물질적으로 귀중한 항공모함 뿐만 아니라, 최고의 실력을 가진 기술자들이 대거 전사하면서 일본 해군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미군에게 밀리기 시작합니다)
수능 시험도 과거보다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앞서 수능을 쳐본 선배나 선생님들이 계속 배출되어 연구를 거듭하며, 더 높은 교육 수준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빨리 성장시키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수능 출제진들도 오랜 출제경력을 가진 1군뿐만 아니라, 다음에 수능을 출제하게되거나 아직 경험이 부족한 교수, 교사를 2군의 예비대 성격으로 같이 섞어서 합숙하며 수능을 출제합니다. 경력이 풍부한 출제위원들이 갑작스럽게 증발한다면 수능 출제수준 또한 질적하락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유능한 인재의 지속적인 유입과 탄탄한 교육체계, 경력이 풍부한 선배의 존재는 분야를 막론하고 지속성을 좌우한다고 느낍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쪽지 확인 부탁드립니다~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효리이타이~ 0
아사오무사보리 요루오하키다시 이칸토스루 와가사가~ 와키타츠 코노 칸죠오와 시로카...
-
튀긴거 먹으니까 속이 더부룩해서 공부할때 집중 안 되네
-
수능 시계로 8시 40분 맞추고 10시까지 풀고 열품타 보니까 왜 1시간...
-
뱃지 다는거 먼가 아바타 꾸미는 것 같음 필자 초딩 때까지 여자 아바타 스티커 사서...
-
얼버기 0
좋은 아침 한국 얼린 버섯 기상 달리다 재수생 풍문으로 들었소 내가 수학황이 될 관상인가?
-
정수 K 기상 15
벌떡
-
ㅁㅌㅊ?
-
강x 9회 0
왜 더프랑 점수가 똑같음;;; 하 ㅠㅠㅠㅠㅠ
-
안녕하세요! 참 이렇게 다시 말하기 싫었지만 점점 시험이 1주일씩 다가 올때마다...
-
웹툰정주행했는데 1
여기가 어디지... 분명 10시에 시작했는데
-
장발 관둘까 0
ㅎㅎ
-
기구하다 0
기구하다
-
장학금 지급 이것때문인듯 이거 보고 온게 큰데 지급방식도 홈페이지에 명시 안해두고...
-
선풍기를 침대 머리쪽으로 쐬게 놨어..
-
집앞에 사고난듯 3
끼이익 쾅 소리남 차vs차는 아닌거같고 혼자 박은건가
-
개미친얼버기 8
-
가능함? 6모3 9모4 나왔고 6모 친 뒤로 국어 하나도 손 안댔는데 수능때도...
-
지거국 이상이면 어차피 다 자기하기 나름인것같애 물론 메디컬 빼고 ㅇㅇ
-
지구과학 질문 1
섭입대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할 때 섭입하는 판이 섭입되는 판을 잡아당기는건가요,...
-
어그로 ㅈㅅ합니다 일년 반 쓰던 샤프가 방금 요절했습니다 몇주전부터 맛탱이가...
-
....
-
수능 50일 14
문과 평균 4~5등급인데 평균 3등급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이겠죠 가천대나 경기대 꼭...
-
참아라 나 자신
-
흠
-
걍 정신만 썩은듯 분명 투입을 안한게아닌데 결과가 안나와
-
인스타 보니까 싹다 연고전이야 하긴 청춘이 최고다
-
끝말잇기가 아니고 연상되는 단어를 말하는거임 예를들면 사람 영장류 원숭이 이렇게요
-
님 말 다 맞으니까 평생 그렇게 생각하고 사셔요^^
-
쓰다가 매일 똑같은 식의 공부를 해서 굳이 안쓰고있긴한데 10일 후면 26수능 딱...
-
지듣노 0
촛불 켜면 감성 ㅈ되는데
-
그렇다고 도서관 가기는 또 귀찮아서 논문 피뎁을 벅벅 보는 걸 즐기는 나
-
특히 수학같은게 6~7월에 전성기였다가 9월쯤에 존나 쇠퇴함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
제곧내임 자습시간도 많이 확보할 수 있고 국수탐 다 잘가르치는 과외생들한테 과외만 받는게 나을까요?
-
젊어지고 싶다 5
너무 늙어버린것 같음..
-
통일교 보면 진짜 뭐지 싶음 님들은 이해가됨? 일본은 싫지만 일본여행 가는거랑 동급 아닌가
-
원래 이거 사려고 갔음 등급 상이라고 돼 있는데 책등 변색돼 있어서 열받았지만...
-
현우진이 잘생겨 보임
-
9평 끝나고부터 이렇게 살았는데
-
끝말잇기할사람 41
고?
-
잘생겼다 1
는 것은 외모를 통해서 많은 사람의 호감을 산다는 것입니다.
-
1. 모든것은 대상이다 2. 대상은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표기법 대상1=대상2+대상3...
-
펀쿨섹좌 잘생김 1
알파남인 듯
-
순천 살인마처럼 2
뒤에서 슬금슬금 다가와서 찌르는 건 어떻게 피해야함? ㅅㅂ.. 피할 수가 있긴 하나
-
전과목 다 그렇게 공부했음 다음에 하면 이해할거라는 마인든데 상당히 글러먹은듯...
-
lim (x->0) f(x)/x² = 0일 때 f''(0)=0이다? 16
단 f(x)는 미분가능한 함수 (수정하면서 추가함) 증명하거나 반례 들면 덕코 다줄게
-
잠이 안와요 6
고대의 검은 캔버스는 누구의 것이었던가 살별의 꼬리로 채워넣은 은빛 해변 달빛을...
-
원함수가 미분가능하면 도함수는 연속인가요? 원함수가 실수전체에서 미분가능하면...
-
포르쉐 카이안 하이브리드가 드림칸데 못 산다 살 돈 있어도 어떻게 모은돈인데 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