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탯 [326234] · MS 2010 · 쪽지

2015-05-25 21:34:06
조회수 9,941

[오르비 독재팀] 의대에 들어가기. 그리고 들어간 다음!?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6052028

안녕하세요. 오르비 독학재수학원 멘토 임탯입니다.


칼럼을 이 전에도 자주 썼어야 했는데 학교 실습 일정때문에 쓰지를 못하고....

오르비 게시판에 직접 올리는 컬럼으로써는 이게 처음이 되겠네요. 간결하게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자주 들었던 질문 위주로 아주 간략하게 몇가지만 써보았습니다.



1. 의대에 가려면 생물, 화학 공부해야 하나요?

요즘은 이런 질문 하시는 분들을 거의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입시를 대부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수능을 준비하면서 의대를 들어가기를 바라시는 분은 굳이 생물, 화학을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단순하게 백분위와 표준점수 등 "점수"가 좋은 과목을 고르시면 됩니다. 심지어 제가 입시를 치를 때 서울대 특기자 면접에서 "의과대학" 면접을 볼 때 자동 지정과목은 화학이나 생물이 아닌 "수학"이었습니다.

2. 그렇다면... 만약 물리, 지구과학 선택 학생이 의대에 합격했다면 겨울방학동안 화학, 생물을 공부해야 할까요?

제 생각엔 반반? 의대에 합격하면 대부분은 "의예과" 라는 학과명으로 대학생을 시작하게 됩니다. 의예과는 의학과로 진학하기 이전에 다른 교양이나 필수 과목들을 공부하는 "예비 의학과"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이때 의대 본과생활에 필요한 일반화학, 일반생물학, 유기화학, 분자생물학 등을 공부하게 됩니다. (몇몇 학교는 미리 해부학도 합니다.) 즉 고등학교때 화학이나 생물을 배우지 않고서도 대학에서 화학과 생물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화학과 생물을 고등학교때 덜 열심히 했기 때문에 대학교 와서 수업을 듣는 데에 약간의 애로사항이 발생할 순 있습니다. 어려운 용어와 내용, 꽤 있는 암기량 등.... 따라서 대학에 와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미리 고등학교때, 혹은 수능이 끝나고 대학 입학 전에 미리 공부를 해두시면 조금은 수월합니다.... 만.....

더 큰 문제는 "예과생" 이라는 것입니다.


3. 예과생때는 뭘하나요? 노는건가요?

제 경험대로, 그리고 주변의 경험대로 말씀드리면.... "미친듯이 놀아재껴도 막상 본과에 들어가고 나면 그때 더 놀껄 하고 후회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노는것을 방해하는 어떤 역경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무조건 놀아야 하는 시기가 됩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화학과 생물 역시 공부를 대충대충 하고 학점을 던지고 성적표엔 F라는 점근선에 다가가는 놀라운 시기가 된다는 것이죠. 화학과 생물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른 모든 과목도 놀면서 대충대충 하다보니 성적이 잘 나올 턱이 없습니다. 하지만 좋습니다. 예과생은 미친듯이 놀면서 여유를 만끽하며 대학생의 로망을 꽃피울 수 있는 시기니까요.

하지만 이 시기에도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장학금을 타면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대단하고 멋있는 친구들이라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했던 친구들 대부분이 본과 올라오자 마자 "장학금이고 뭐고 무조건 놀걸!!!!" 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

* 하지만 예과생이라도 화학과 생물을 조금 공부해두는 것이 (B- 학점이 나올정도만?) 유기화학과 분자생물학을 수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기화학과 분자 생물학 역시 약간만 공부해두면 (이건 C-도 좋음) 본과 1학년때 수강하는 기초의학 과목들(생리학, 세포대사 등 등)에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근데 왜 A가 아니라 C냐?

4. 본과생(특히 1학년)이 대체 얼마나 힘든가요?

미친듯이 공부밖에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힘듭니다. 예과생때 유기화학과 분자생물학에 C-를 받은 학생 조차도 본과 1학년에 입성하고 나면 공부를 합니다. 미리 A+를 받은 학생들 보다 조금은 시간이 더 걸리긴 하지만 그 사람들도 꾸역꾸역 각종 생리학과 세포대사 등을 이해(혹은 땡암기) 하고 넘어갑니다. (그러니까 미리 매우는 과목들은 예과때는 마음 놓고 던지셔도...)

제가 느끼기에 본과 1학년의 강도는 대충 고3의 힘듬의 4~7배 쯤 되는 것 같습니다. 고3때는 수능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을 두고 공부를 할 수 있지만, 본과 1학년의 경우 매 주에 닥치는 시험이 그때그때 고비로 다가옵니다. 까딱하다 F가 나와버리면 손 쓸 새도 없이 유급을 하는 경우가 발생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매 시험자체가 초 긴장이며, 난이도도 너무 높습니다. 오죽하면 객관식인데도 70점 받고 "우왕! 잘봤다!" 하는 사태가....

해부학을 시작한다면, 더 큰 문제가 시작됩니다. 온 종일 수업과 실습이 끝나면 오후 늦은 시간에 방에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좀 쉬.....기는 무슨 오늘 배운 것들을 복습하고 시간이 남으면(... 남긴 하나?) 내일 배울 것들을 예습해야 합니다. 예습해 가면 다음날 실습이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하루종일 수업과 실습에 시달려 체력은 바닥인데 저기서 엄습해오는 시험의 공포란.... 으으...

실제로 제가 본과 1학년때 치른 시험의 개수를 (자잘한것 까지) 합치면 약 54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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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질문들이 수도 없이 나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쪽지 말고 댓글로 달아주신다면 시간이 남을 때 답글을 달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들을 모아 다음번 칼럼에 반영하겠습니다.

수학 공부나 독학하기 등에 관한 칼럼도 써볼까 고민해 보았지만 의대생으로써, 예비 의대생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호기심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칼럼을 쓰는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의대 생활에 관한 칼럼은 1. 예과편, 2. 본1,2편, 3. 본3,4편 등으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재학원에 관한 질문은 쪽지로 받겠습니다~

6월 평가원이 머지 않았네요. 다들 조금 더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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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어의모형 · 529020 · 15/05/25 21:37 · MS 2014

    그렇게 힘들다는 본과1에 연애하고 할거다하는 인간들은 도대체 뭔가요...

  • 임탯 · 326234 · 15/05/25 21:39 · MS 2010

    보통 이렇게 얘기 합니다... 본1때는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생활에 대한 2개의 슬롯이 있다. 슬롯 1에는 공부, 슬롯 2에는 동아리 혹은 연애를 집어 넣곤 하지."

    근데 가끔 그 슬롯이 3개인 사람이 있고... 슬롯 1에 공부가 아닌 다른것 집어넣는 사람들이 있네욬ㅋㅋㅋ

  • 윤견 · 529522 · 15/05/25 22:44 · MS 2014

    ㅋㅋㅋㅋㅋ 공부말고 딴거 집어넣으면 칼유급하나요?

  • 임탯 · 326234 · 15/05/26 00:01 · MS 2010

    유급하거나 아슬아슬하게 올라오거나 하는 것 같네요

  • 보어의모형 · 529020 · 15/05/26 01:32 · MS 2014

    ㄷㄷ

  • 미래의수의사 · 484941 · 15/05/25 22:14 · MS 2013

    ㄷㄷㄷ
    의사가 괜히 "의느님"이 아니네요;;
    저렇게 공부를 많이 하다니;;

  • 임탯 · 326234 · 15/05/26 00:02 · MS 2010

    힘들어도 보람은 있죠... 아직은...

  • Royce · 439910 · 15/05/25 23:19 · MS 2013

    의대가 빡세긴 하네요

  • 임탯 · 326234 · 15/05/26 00:03 · MS 2010

    네... 그래서 멘티들에겐 의대보단 공대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 IMMorT@L · 566776 · 15/05/26 00:52

    의대 6년만 학교 다니면 레지던트 안해도 의사면허증 따서 개원할수있나요?
    저는 의료관련기업에 들어가고 싶어서요

  • 임탯 · 326234 · 15/05/26 07:29 · MS 2010

    의대 6년 후 국가고시를 보고 합격하면 공식적으로 "의사 자격증"이 나옵니다. 레지던트를 하는 이유는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지 굳이 개원하는 데에 레지던트 수련이 필수는 아닙니다.

  • 미니쉐류ㅠ · 101443 · 15/05/26 14:59 · MS 2005

    태클은 아니지만 '자격증'이 아니라 윗분 말씀대로 '면허증'이 맞습니다ㅎ 의대생 혹은 의사시라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때 위 두가지는 명확히 구분하는게 맞는 것 같아서요..ㅎ

  • 임탯 · 326234 · 15/05/26 17:51 · MS 2010

    헉 맞다 실수했네요.... 자격증이 아니라 "면허증"입니다 ㅠㅠㅠ

  • kiing · 570684 · 15/05/26 11:32 · MS 2015

    글에 생동감이 있네요ㅋㅋ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임탯 · 326234 · 15/05/26 17:51 · MS 2010

    감사합니다 ㅎㅎ

  • 후덜덜@ · 532750 · 15/05/26 12:18

    잘생기셨어요!

  • 임탯 · 326234 · 15/05/26 17:51 · MS 2010

    학생 중 한명? 어머... //ㅅ//

  • 니코틴 · 505143 · 15/05/26 14:47 · MS 2014

    1관인가요 2관인가요?

  • 임탯 · 326234 · 15/05/26 17:50 · MS 2010

    사이트에는 제가 2관에 있는거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1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노예1*-7******5호 · 444023 · 15/05/26 18:13 · MS 2013

    그러니까 대략54개시험중 하나라도 f뜨면 유급 ㄷ ㄷ 이란건가요??
    그럼 53까진 다통과인데 54번째때 떨어지면 ㅠㅠ

  • 임탯 · 326234 · 15/05/27 06:31 · MS 2010

    54개 중 유급과는 아주 크게 상관 없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도 유급과 상관있는 n개의 시험 중 n-1개 잘 보고 마지막 1개가 F라면 보통은 "재시험" 이라는 추가 기회를 줍니다. 하지만 2개가 F라면 거의 얄짤 없음.. ㅠ

  • 현역으로의대가자 · 501409 · 15/05/26 19:20 · MS 2017

    잘생기셨네요 ㅋㅎㅋㅎ
    4점짜리문제때문에 1-2등급 왔다갔다하면 수학은 어떻게하는게좋을까요?ㅠㅠ

  • 임탯 · 326234 · 15/05/27 06:35 · MS 2010

    조금 어려운 문제집들을 사서 양치기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틀리는 문제들만 따로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그 문제의 "풀이과정"을 익히도록 연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진은 서태지입니다 ㅋㅋㅋ

  • 노란티셔츠 · 571844 · 15/05/27 00:22 · MS 2015

    연의에 N수생 많나요? 얼마나 되요?

  • 임탯 · 326234 · 15/05/27 06:36 · MS 2010

    저희 학번 기준으로 약 절반이 현역, 나머지 절반이 N수 or 조기졸업이었습니다.

  • 고대밥약 · 562023 · 15/05/27 00:28 · MS 2015

    ㅋㅋㅋㅋㅋ서태지잖아요ㅋㅋ 의예과 지망생인데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근데 고3 4배 이러면 진짜 어떤거지...의예과떄 논다고해도 4년동안;ㄷㄷ
    -중딩떄부터 서태지팬 현역

  • 임탯 · 326234 · 15/05/27 06:39 · MS 2010

    저는 비교적 고3을 즐겁게 한 편이라 고3때도 죽을만큼 힘들다 생각이 거의 든 적 없었는데 본1때는 자퇴 생각도 많이 하고 했어요. 많이 힘듭니다 ㅠ // 퐐로스가 요기잉네

  • 만물상자 · 423640 · 15/05/27 22:00 · MS 2012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다.... 왜 노는것을 방해하시는 것인가!! ㅜㅜㅜㅜ

  • mindmapping · 494052 · 15/05/28 14:20 · MS 2014

    동아리는 신중하게 듭시다.... 후...

  • 이넛 · 465391 · 15/05/29 05:15 · MS 2013

    혹시 법의학 쪽 진로에 대해 아시는 거 있나요 국과수 부검의 꿈꾸고 있는데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법의학교실 같은 건 어떻게 운영되는건지, 의대 내에서 인식이나 전망같은 건 어떤지 조금이라도 아시는거 있으시면 듣고싶어요~

  • 임탯 · 326234 · 15/05/29 09:20 · MS 2010

    법의학 관련 수업은 (저희학교 기준으로) 병리학 시간에 딱 2시간 하고 그쳐서 자세히는 배울 수 없고, 법의학과 전공을 레지던트때 할 수 있습니다.

    의대 내에서 인식은... 솔직하게 "관심없음" 정도의 느낌입니다. 대부분이 임상쪽에 관심이 많아서... 법의학에 대한 관심 잃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