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자 주 벗 [1041598]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3-01-29 00: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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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수능이야기 3 - 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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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옯밍아웃 오히려 좋습니다 (같이 밥 한끼 하시죠)

1편 : https://orbi.kr/00061655753

2편 : https://orbi.kr/00061661688

4편 : https://orbi.kr/00061690844

5편 : https://orbi.kr/00061704859

에필로그 : https://orbi.kr/00061748329


[ 인생의 암흑기3 : 반수 ]


재수 끝에 동국대를 입학했다.

고등학교와 재수 내내 SKY서성한이 가고 싶었다.

부모님은 동국대에서라도 잘 하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싫었다.


무엇보다 공부는 나보다 못한다고 생각했던 재수친구는 연세대에 합격했다.

너무나도 부러웠다.



- 3월 -

개강날 미적분 수업을 들으러 갔다.

100명 가량 들어가는 큰 교실에 50명되는 인원이 춥게 수업을 들었다.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설렘이 하나도 없었다.



- 4월~6월 -

부모님께 학교를 간다하고 학교대신 PC방으로 출근했다.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재밌다고 하길래 처음으로 오버워치를 해봤다.

생각보다 재밌고 학교는 마음이 아예 떠나서 계속 PC방으로 출근했다.


이때부터 반수를 하고싶었다. 그래서 중앙도서관에서 기출을 풀었다.

그리고 반수준비를 하는 겸사겸사 학원에서 조교일도 하였다.



- 7월 -

부모님게 반수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고 학원을 알아보던 와중 학사경고장이 집으로 왔다. 

부모님께서는 당연히 학교를 다닌 것으로 알았지만....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나는 사실대로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고3 때에도 게임 때문에, 학사경고도 게임 때문에.


부모님은 나를 못 믿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동국대에 뜻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이야기 끝에 반수를 하기로 합의를 하고 동국대를 자퇴했다.





- 8월 -

다시 한 번 노량진 대성에 들어갔다.

짐을 고대 마크가 있는 쇼핑백에 싸서 들어갔다.

반 중간에 들어간 것이라 조금 어샊했지만, 재수때 봤던 n수생 누님을 보니 안심이 됐다.


노량진 대성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성모의를 봤다.

결과 노대 4등/전체 200등대.

상반기 내내 기출공부를 시험지 형태로 시간을 재고봐서 감이 살아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빌보드랑 쇼핑백을 보고 고대에서 반수하는 사람인줄 알았댄다)



- 9월 -

자리가 맨 앞자리로 바뀌었고 짝으로 사투리가 구수한 동생이 걸렸다.

그 동생과 금방 친해졌고 쉬는 시간에 수학 질문을 받아주었다.


국어를 제외한 수업을 들을 이유가 없던 나는 최악의 자리에 걸렸다.

실제로 수학시간에 국어공부를 하다가 "니가 그렇게 해서 될 것 같아?" 소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본인이 준 프린트는 어딨냐고 물었다.

다 풀고 버렸다고 말하자 그 강사는 화를 냈다.

그러면서 내 수업에 집중하라며 프린트를 하나 더 주었다.


(그땐 생각이 어렸었다)

너무 화가나서 남은 수업시간 30분 동안 70문제 가량을 다 풀고 다시 프린트를 버렸다.

문제를 다 푼 것을 본 강사는 포기한 모양이었다.



- 10월 -

자리가 맨 뒷자리로 바뀌자 본격적으로 자습모드로 들어갔다.

상상OFF 이감OFF를 위해 국어단과를 듣고

나머지 시간에는 국:수:탐:탐 = 7.5:0.5:1:1 의 비율로 공부했다.


평소엔 학원 옆 서점에 있는 오르비 모의고사와 N제를 다 풀고

자기전에 역시 EBS문학연계를 보았다.


한편, 노대 빌보드는 항상 5등 안쪽이었다.



- 11월 -

수능 전날, 짐을 전부 싸고 집으로 왔다.

포항에 지진이 났다고 했지만 수능이 미뤄질 것 같지 않아 그냥 잤다.

그런데 다음날 일어나니 수능이 미뤄졌다고 했다.

그순간 긴장이 풀리며 몸살이 일어났다.


수능날 만을 위해 조절했던 긴장+컨디션이 무너졌기 때문에다.

살면서 처음으로 수액을 맞으며 건강을 회복하려고 했다.


다음날 몸이 괜찮자 다시 짐을 싸 학원으로 갔다.

텅 빈 교실 나는 덩그라니 혼자 앉아 공부를 했다.

칠판에 친했던 동생들 이름을 하나씩 쓰며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미쳐 못풀었던 모의고사와 작년 수능을 다시 풀어보았다.



- 수능 -

대망의 수능날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갔다.

국어 - 살면서 처음으로 시간이 남았다. 시험끝나고 너무나도 나음이 편안했다.

수학 - 쉬웠다. 다 푸니 50분 남았었고 3번 검토를 하고 잤다.

영어 - 절대평가라 부담도 없었다. 20분이 남았다.

과탐 - 물리 화학 모두 5분이나 남았다.


끝나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너무 잘본 것 같다고 했다.

기쁘고 떨리는 마음으로 가채점을 해보았다.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바로 방을 뛰쳐나와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렸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수시는 이번에도 5논술을 썼다.

연대논술을 제외한 어떤 논술도 안갔다.

물론 연대논술도 가서 남들 구경하면서 대충 풀었다.


정시로 서울대를 갈 수 없으니 가장 높은 학과인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지원을 했다.

그리고 가/다군을 과외용으로 충남의/단국의를 썼고

그 결과,




세 곳 모두 최초합격을 했으며, 연대는 4년 장학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드디어 3년간의 방황이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때, 나는 삶의 목표가 없어졌다.

rare-아프리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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