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자 주 벗 [1041598]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3-01-29 2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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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수능이야기 5 - 다시 수능으로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61704859


* 옯밍아웃 오히려 좋습니다 (같이 밥 한끼 하시죠)

1편 : https://orbi.kr/00061655753

2편 : https://orbi.kr/00061661688

3편 : https://orbi.kr/00061689782

4편 : https://orbi.kr/00061690844

에필로그 : https://orbi.kr/00061748329



[ 삶을 되돌아보다 ]


2021년 12월 말과 1월 초

아마도 우리 가족이 보낸 최악의 시간일 것이다.


차마 부모님께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모두 이야기 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점점 마음 속 응어리가 풀려갔다.


"그래 다시 시작해보자. 늦었지만 더 열심히 달리면서 살자"


매일 한강에 가서 생각을 했다.

나에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졌다.

내가 부정했던 나의 모습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또,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삼촌에게 좋은 선생님을 소개받았다.

오랫동안 교편을 잡아오셨고 수많은 학생들을 상담했던 선생님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진심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나눴다.

참 많은 위로와 조언을 받았다.

(참 좋으신 은사님...)


두 번째로 정신과에 갔다.

동네 정신과에서는 별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다.

찾아보니 중대병원에 과몰입 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게임관련 치료로 유명하시다고 하는 ㅎ교수님을 찾아갔다.

첫 만남에서 나의 이야기와 다시 수능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 들으시더니 나에게 쎄게 말하셨다.

아마도 내가 이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지어낸 변명이라 생각하신 것일까?


두 번째 만남은 검사를 한 뒤에 만났다.

검사 결과를 보시더니 정확하게 나를 파악하셨다.


"이 친구는 하고싶은 것을 하라고 했을 때, 진짜 하고싶은 것을 한다. 그런데 그 어떤 일도 대충하는 것이 아닌 최선을 다해서 한다. (중략). 이 친구는 자신을 이끌어 줄 수 있는 멘토/선배/시스템이 필요하다. 그 멘토나 선배가 일을 던져주면 그것을 120% 150%를 해낼 것이다. 그래서 정해진 길을 따라가면 되는 의대도 괜찮을 것 같다."


짧은 두번의 상담이었지만 강렬한 인상과 깨달음을 얻었다.




[ 그리고 다시 시작 : 23수능 ]


- 2월 -

5년만에 수능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 5년간 사실상 나는 공부란 것을 하지 않았던 만큼 초심자처럼 공부를 시작했다.

18년 이후의 기출문제를 다시 풀면서 바뀐 교육과정에 적응하였다.


학평/평가원/수능 문제를 매일 1세트씩 풀었다.

22수능을 처음 보았을 땐 처참했었다.



- 3월 ~ 5월 - 

오르비를 칼럼들을 거의 모두 정독한 것 같다.

과거와 달라진 문제 구성, 교육과정 등 메타인지에 힘썼다.


참 많은 풀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의 다른 풀이를 익히고 시험해봤다.

그 풀이들로 풀면서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고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풀이를 메인 풀이로 정했다.


방황의 시기에 게임기획 관련 공부를 하면서 통계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었는데,

이를 공부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기출을 풀면서 점수를 모두 기록했다.


그리고 재수학원을 알아봤다.

22수능 성적은 없었고, 연대로 비빌 수 있던 학원조차 없었다.

그래서 6평만을 바라보며 준비했다.



- 6월 ~ 7월 -

6평 모의고사를 최선을 다해 보았다.



그 결과 국어80 수학100 물50 화50을 받았다.

나름 아쉬운 결과였지만, 학원에 들어가기에는 충분한 성적이었다.

자습을 100% 할 수 있는 독재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 8월 ~ 9월 -

독재학원에 들어가자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아침 6시 30분 기상

아침 8시부터 오후 10까지 인강없이 자습

하원 후 집에 와서는 모든 문제풀이 시간과 결과를 기록했다. (https://orbi.kr/00059293363)


9평까지 n제와 수특/수완을 미친듯이 풀었다.



9평도 탐구를 제외하곤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 10월 ~ 11월 -

하루에 1~2실모를 했다. (https://orbi.kr/00058502077)

사실은 이때 이미 체력을 다 소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몸이 아픈 것보다 실패하는 정말 싫었다. 절박했다.


그러던 어느날, 문제를 풀다가 5초 정도 정신을 잃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대로 하원해서 병원을 가서 수액을 맞았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어도 '나는 멈추면 안된다'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다음날 하루를 휴대폰/노트북을 꺼두고 아무것도 안하고 쉬었다.

한강 벤치에 앉아서 멍때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정말 평온한 하루였었다.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하고 그 다음부터 다시 달렸다.



- 수능 -

평소 학원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수능장에 들어갔다.


국어시간,

언매를 풀고나니 25정도가 지나있었다. 

예상시간보다 훨씬 오래걸렸고 매우 당황지만 빠르게 문학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독서 1지문 정도를 날림으로 빠르게 읽으면서 풀었다.


쉬는시간,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눈을 감고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렸다.


수학시간,

87분 정도 걸렸지만, 9평에 비하면 안정적으로 풀었다.

검토까지 마치고도 시간이 남아서 그나마 다행으로 여겼다.


영어시간,

처음으로 시간이 거의 안남았다. 정말 어려웠다.


쉬는시간

처음으로 수능장을 나가고 싶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도저히 안심이 되지 않았다.


한국사시간

다 풀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하지....누구보다 최선을 다한 1년인데....


OMR교체시간

참....하늘에서 친할머니가 도와주신 것인가

진짜 뜬금없게 머리속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떠올랐다.

"그래, 진인사대천명이다. 마지막까지 해보자."


물리시간

정신없이 문제를 풀었다....


화학시간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 

100회가 넘는 그 어떤 모의고사에서도 보지 못한 난이도였다.

하지만, 끝까지 진인사대천명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2문제를 찍게되었다.


집에 가면서 엄마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울었다.

수능을 망쳤다는 슬픔에서 나온 울음이라기보다

그동안 저질러온 일들에 대한 죄책감과 최선을 다한 1년에 대한 울음이었다.



결과가 나왔다.

국어가 2등급이지만 최선을 다했으므로 나는 기쁘게 성적표를 받았다.


논술은 경희의 예비 22번이었지만 한명도 빠지지 않았다.

뭐 어쩌겠어. 최선을 다했으니 기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정시는 전남의/경희한/단국의를 넣었다.

안정은 하나 써야하고, 어차피 의대를 지를 수 밖에 없는 성적이었으니....

전남의와 단국의는 예비를, 경희한은 최초합격을 했다








수고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rare-아프리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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