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神 [496274] · MS 2014 (수정됨) · 쪽지

2016-09-04 04:12:13
조회수 17,662

9평 관련해서 수험생들을 위해서 씁니다. 수험생들 일독 권합니다.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9073093

오르비 오래했지만(06년도부터 눈팅함) 


최근에는 과외시장 말고는 활동 안하는 듣보니까 자기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08수능 1등급(등급제), 09수능 100점, 10수능 100점 맞고

서강대 국어국문과에 진학한 후 현재 7년째 수험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수능까지 함께한 제자들만 벌써 60명을 넘었고

지금은 은퇴하신 과거 1타 인강쌤(가비쌤 아님) 밑에서 연구원도 했고 

개인교재도 집필했습니다. 

어중이떠중이나 수험생이 아니라 제 이름 석자 걸고 수능국어 사교육판에서 밥벌이하는 사람이라는거죠.

'웬 듣보냐' 소리 나올까봐 소심하게 적어봤습니다.


자기소개는 이쯤에서 줄이도록 하고,

일단 논란의 중심인 9평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게시판 보니 다들 '2017년 국어, 어렵다'고 말하고 있네요

어려운 축인건 사실입니다. 6월 90, 9월 90.

근데 지금과 같은 난이도로 나와도 수능때는 92정도일 겁니다.

뭐 역대급 헬 이정도는 아니라는 얘깁니다. 

근거로 아래에 역대 6/9/수능 등급컷 첨부합니다. 

개인 자료이지만 퍼갈분은 퍼가셔도 좋습니다.

(빨간색은 불, 파란색은 물. 2016년 수능은 빠짐)

2005학년도 6월84
2005학년도 9월87
2005학년도 수능94
2006학년도 6월88
2006학년도 9월92
2006학년도 수능98
2007학년도 6월87
2007학년도 9월96
2007학년도 수능95
2008학년도 6월84
2008학년도 9월91
2008학년도 수능90
2009학년도 6월86
2009학년도 9월86
2009학년도 수능92
2010학년도 6월82
2010학년도 9월84
2010학년도 수능94
2011학년도 6월93
2011학년도 9월94
2011학년도 수능90
2012학년도 6월98
2012학년도 9월98
2012학년도 수능94
2013학년도 6월94
2013학년도 9월98[1]
2013학년도 수능98
2014학년도 6월 B96
2014학년도 9월 B96
2014학년도 수능 B96
2015학년도 6월 B94
2015학년도 9월 B100
2015학년도 수능 B91[2]
2016학년도 6월 B100
2016학년도 9월 B97
2016학년도 수능 B
2014학년도 6월 A96
2014학년도 9월 A95
2014학년도 수능 A96
2015학년도 6월 A97
2015학년도 9월 A100
2015학년도 수능 A97
2016학년도 6월 A98
2016학년도 9월 A100



이번 6,9평의 경우 

실제로 평가원이 유형을 많이 '흔들어놓아서(이부분에 대해서는 밑에서 설명하겠습니다.)' 그렇지

수능국어의 기본적인 대원칙은 변함이 없습니다.

지문이 잡스럽고 난해하면 문제는 핵심원리를 묻고 쉽습니다.

지문이 쉬우면 문제 푸는데 손이 많이 갑니다.



이번에 잡스러운 지문들 많았습니다.

솔직히 '평가원 문제 잘냈다'라는 생각 안듭니다.

오히려 지문의 퀄리티 자체는 지금까지의 수능 지문보다 많이 못합니다.

원래 글이라는건 하나의 유기체고, 그에 따른 구성이 있습니다.

'잘쓴 글'이라는 것은, 

첫째,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고

둘째, 글의 흐름이 산만하지 않아야하며

셋째, 논증이 철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수능 비문학 지문들은 예외없이 '잘쓴 글'들입니다.

화려한 미문은 아니지만, 글의 기본을 아주 충실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콘크리트 지문? 

난이도와 상관없이 글이 솔직히 많이 산만합니다. 

대표적으로 문단 내에서 문장의 맥락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원래 평가원이랑 수능이랑 퀄리티 차이 납니다.

아무튼 수능에선 이렇게 '못쓴' 지문 안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아, 수험생들 99.99%에게는 '잘쓴 글'과 '못쓴 글'을 판단할 능력이 없으니 자기합리화는 금물입니다.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공부지, '평가원 탓' 같은 자기합리화가 아닙니다.



다른 비문학 지문들은 별다를 것 없었습니다.

'비문학 신유형'이라는 말, 거짓말입니다.

다 과거에 나왔던 것들이고, 연계된 것들입니다.

여기서 연계라 함은 EBS보다는 기출연계입니다.

대표적으로 법인격 지문은, 과거 나왔던 '채권'지문의 형제지문입니다.

채권과 주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채권지문에 주식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제게 배웠던 친구들은 채권지문 배울때 제가 주식이랑 주식회사얘기 다 했다는거 알겁니다.


줄지문은 전형적인 과학 - 패러다임 지문입니다.


콘크리트도 문제에 있어서는 사실 기존에 나왔던 

과학/기술 지문의 유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6평에서도 그렇고 이번에도 예술+기술이 연계되었지만,

사실 기출에 나왔던 지문들을 잘라서 붙여놓은 수준입니다.
(이게 위에서 말했던 유형을 '흔들어 놓았다'는 말의 뜻입니다. 수험생에게 혼란을 주는 것 외에 별 장점이 없는 시도.)

이번에 콘크리트에 공간감이 어쩌구 나온 거, 

수능 평가원 기출 중에서 건축과 관련된 예술지문 제대로 풀어본 친구라면

아마 머릿속에 슥 그려졌을 겁니다. 문제도 쉽게 풀었을거고요.


일단 비문학얘기 정리 하겠습니다.

1. 신유형 지문 만든답시고 지문 조잡하게 만듦.

2. 그 결과 수험생 멘붕.

3. 기출분석 꼼꼼히 한 상태에서 차분히 풀었으면 무난히 고득점 할 수 있었음.




문학에 생각보다 재밌는 지점들이 많습니다.


우선 독짓는 늙은이.

원래 현대소설과 시나리오는 형제입니다.

대표적으로 역대 수능 평가원에서 

난쏘공, 장마 등이 소설-시나리오로 모두 출제되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수험생들이었다면

시나리오와 소설을 한지문에 몰아넣었어도

'오?' 하고 말았을 겁니다.


그리고 예술소설이 나왔습니다.

작년 B형 현진건의 을 공부했고

그래서 평가원에 나왔던 이문열의 를 풀어본 학생이라면

아주 쉽게 풀었을 겁니다. 

문제 유형도 별다를거 없습니다.


예술소설의 특징이 무엇인지,

시나리오의 장르적 특징(제가 수업에서 맨날 하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생략,)은 무엇인지.

평이합니다.



고전시가도 매우 평이했고,

현대시는 조금 독특했으나 쉬웠습니다.

그러나 고전소설 파트가 아주 독특하고 재밌었습니다.


이생규장전, 2001년도 수능 기출입니다. 

김현감호는 수능평가원 기출 아니지만요.



참고로 저는 아직도 이해가 안되는 일부 친구들이 있습니다.

바로 '문학'을 '비전공자' 선생님에게 배우는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전기소설 얘기. 수험생들에겐 좀 난이도 있는 지문이었지만

국문과 전공하신 선생님이면 나 (둘 다 수능기출) 가르치면서

무조건 한번쯤은 얘기했을 내용입니다.


이런식으로 "문학이론 + 문학작품" 지문이 지속적으로 출제된다면

앞으로 문학파트는 국문과 전공 안한 사람이면 가르치기 힘들 겁니다.

물론 지문이나 에 나와있는 조건을 가지고 풀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실력있는 전공자 선생님이라면

평소에 친구들 가르치면서 저정도 얘기 다 합니다.

그러나 비전공자 선생님은 저정도 얘기 못합니다.

배운 적이 없으니까요. 

배경지식보다 시험장에서의 실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래도 생각해보세요.

'어? 선생님이 평소에 얘기했던 문학이론이네?(비슷한거네?)'랑

'와씨... 이거 뭐냐... 웬 문학이론...'이랑

어느쪽이 시험장에서 더 유리할까요. 

신유형 생색낸답시고 지문 어설프게 오려붙인거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친구들이 수두루 빽빽인데 말이죠.

결국 하나라도 더 아는게 시험장에서 유리한 겁니다.

국문과 부심은 아닙니다. 비문학은 전공자라고 더 유리하진 않고요.


문학얘기 정리하겠습니다.

1. 전반적으로 평이(기출 흐름대로 나옴)

2. 기출분석 철저하게 했으면 무난하게 풀었을 것

3. 전기소설 지문은 문학이론 지식을 알고있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신호탄.(기출분석 깊게하기)



마지막 화작문입니다. 

화작은 별다를거 없었습니다. 그냥 재미를 주려고 했구나 정도?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나오던 유형에서 약간씩 비틀은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제대로 된 기출분석 하지않고, 그냥 문제풀고 해설보던 친구들은 크게 당황했을 겁니다.



이건 사족이자 제가 제자들에게 평소에 하는 얘기인데,

저는 수능 '자습서'는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기출분석 혼자서 가능한 학생은 선택받은 학생입니다.

개인적으로 체감하는 비율은 음, 4%정도?

딱 1등급 비율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한 반에 한두명 정도.

이정도 친구들은 선생 없이 혼자서 풀고 혼자서 해설보고 생각해도

충분히 오릅니다. 물론 100점은 어렵고 잘해봐야 고정 1등급 정도?

(100점은 국어적 센스 + 꾸준한 공부로 쌓은 실력 + 많은 훈련 + 시험장에서의 자신감과 운이 총체적으로 갖추어졌을때 나오는 점수입니다. 물론 물수능은 예외고요.)

그러나 나머지 96%는 아닙니다.

그냥 시간 버리는 겁니다.

2년 연속 100점맞은 저같은 국어의신(죄송)도 

당시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공부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저는 현역때 혼자서도 1등급 받았지만요(죄송)


아무튼 화작은 그랬고,

대망의 문법입니다.

저는 문법보면서 좀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쭉 지켜오던 '배경지식 배제원칙'이 많이 무너진 느낌이었습니다.

쓰기 시절이건 화작문 시절이건 문법문제는,

수능-평가원에 기출된 아주 기초적인 문법지식만 갖고도

제시된 조건 하에서 사고만 잘 한다면 충분히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9평은 아니었습니다. '낯선' 문법지식이 필요하더군요.

제시된 조건만으로 풀 수 없는 문법문제라. 

개인적으로는 수능에서 원래대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손해보기 싫으면 문법 대비 철저히 하는게 좋습니다.


화작문 정리하겠습니다.

1. 화작은 평이에서 약간 비틀은 정도

2. 새로운 시도 보임

3. 문법은 약간 반칙. 수능에서 손해보기 싫으면 개념 철저히 공부 필요.



올해 수능 예측과 앞으로의 공부법에 대한 조언입니다.

게시판 둘러보니 올해 수능이 어려울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좀 있던데

저는 한 70% 정도의 확률로 평이~쉬운 축이라고 예상합니다.

위에 등급컷 자료 보시면 알겠지만 6,9평 수능 모두 어려운 해는 두해밖에 안됩니다.

08은 노무현 대통령 정부 마지막 수능인데다가 등급제여서 어렵게 낸거니
(등급제의 목적상 어렵게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수능까지 불기조가 유지된건 09수능 한 번 밖에 없습니다.

어렵게 준비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근데 너무 어렵게 준비하면 수험장에서 미끄러질 확률도 있습니다.

13수능이 그랬죠. 물론 올해는 그정도로 쉬울 것 같진 않지만요.



공부법 조언은,

우선 아주 깊고 치밀한 기출분석입니다.

결국 수능국어의 본질은 기출분석에 있습니다. 

EBS조차도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입니다.

좋은 선생님과 수능평가원 기출을 학습하면서 '연계'를 생각하길 바랍니다.

중점을 둬야할 곳은 97,98,02,03,04수능, 08~11 수능 및 평가원일 것 같네요.

그리고 역대 수능/평가원 지문 정리 하는게 좋습니다.

참고로 리트디트미트는 오버라고 생각합니다.

리트의 경우 대학 4년을 일정수준 이상 졸업한 학생들을 위해서 만든 '법학전문석사' 입학시험입니다.

애초에 법전을 보는 자격을 측정하는 시험인거죠.

반면 수능은 대학공부에 대한 자격을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그리고 리트는 빨라야 24살, 늦으면 30대까지 포괄하는 로스쿨 지망생들을 위한 시험이죠.

반면 수능은 19살을 위해서 내고, 평균적인 수험생을 위해서 만듭니다.

최소 5년, 최대 10년 이상의 갭이 있는 겁니다.


수능국어 사교육시장에서 불문율처럼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장수생일수록) 국어를 잘하는 경향이 있다.

맞는 얘깁니다.

모국어는 쓸수록 늡니다. 그리고 1년의 갭은 생각보다 큽니다. 

1년동안 알게모르게 읽는 텍스트의 양은 꽤 크니까요.


쉽게 말해서,

중3 친구들 특목고 준비한다고 수능국어 푼다고하면 말이나 되나요.

고2 친구들도 수능 평가원 풀리면 어려워합니다. 고1 친구들은 더하고요. 

사교육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2000년대 후반 대치동도 중3애들 수능 가르치진 않았습니다.

본인 공부가 철저하게 되어있고 불안감에 리트를 공부한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시험장에서의 자신감도 꽤 중요한 요소니까요.

그러나 그보다는 고전수능 중에서 난이도 높은 지문을 풀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97,98,02,03,04 수능 꼭 풀어보길 권장합니다.




사실 오르비 과외정보 갱신할때 정도 빼고는 잘 안들어옵니다.

근데 올해는 국어가 워낙 뜨거운 감자고

수험생들이 감을 못잡고 많이 헤메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저는 과외시장에서만 돌려도 돈 벌만큼 벌고

사교육판 짬도 꽤 있는지라 오르비 돌아가는 생리 모르는 것도 아니어서

가급적이면 게시판에 글이나 댓글 안남기려고 합니다.


결국 여기는 다른 선생님들의 '영업장'이니까요.
(그분들을 비하하거나 매도하는건 아닙니다.)

그래도 수험생들 워낙 헤메는 것 같아서

감 좀 잡으라고 글 썼습니다.


물론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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