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샘] 2018 여태껏 우리가 몰랐던 비문학 이야기_1. 숲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9796562
안녕하세요, 돛대입니다..
나목(裸木)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나목이란 가지가 앙상한 나무를 의미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지에 붙어 몸을 움츠린 잎사귀를 본다. 한 해가 저무는 즈음 내게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떠나보내지 못하는 미련이 무엇일까 더듬어 보기도 한다. 항상 입시가 끝나고 나면 왠지 모를 허탈감이 찾아오고 이 빈 공간을 다시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곤 한다. 물리적인 시간을 다시 관념적인 시간으로 돌려 보겠다.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란 말이 있다. 정호승의 '봄길'이란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물리적인 공간에서는 길이 끝난 곳에 길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관념 속에선 길이 끝난 곳에 또 다른 새로운 길이 시작될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이처럼 나목의 계절은 끝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 수 있다. 우리는 결정되어 있진 않지만 내가 그리는 또 다른 내일의 해를 맞이하기 위해 건설적인 시간을 꿈꿀 수 있다.
국어 영역에서 비문학이 관건이 된 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원에선 설명회란 것이 있다. 보통 설명회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학원에 대한 홍보 활동이다. 물론 학생을 동반하고 참석한 학부모도 간혹 만날 수 있다. 보통 설명회가 끝난 직후 개별적인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도 있다. 여기서 종종 듣게 되는 얘기가 있다. "내가 이번 수능 문제를 한번 풀어 봤는데, 화작까진 별거 아니더라구요. 비문학을 읽어 보는데……" 뒤에 생략된 말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결론은 그래서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더러 나는 비문학에선 잘 틀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오히려 문학이나 화작문에서 실수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비문학에 강하다라는 것을 은연중에 자랑하는 말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문학이나 화작문을 올리는 것보다 비문학 점수를 올리는 게 더 어렵기 때문이다. 비문학은 언제나 그랬듯이 국어 영역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다.
우리는 수능 국어에서 비문학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둘 수 있어야 한다. 비문학이 변수인 이상 좋은 점수를 얻는 방법은 비문학이 쉽게 나오길 바라는 길밖에 없다. 수능이란 중요한 시험에서 요행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비문학이 쉽게 정복될 것 같지도 않다. 우리는 누구나 비문학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먼저 자신의 배경 지식에 대한 불신이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독해력이 강한 학생이 비문학을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어떤 학생이 독해력이 센 학생일까?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인가? 얘는 책은 많이 읽었는데 영 국어 성적이 나오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부모들도 있다. 문학책을 아무리 많이 읽은 학생이라도 과학 제재를 쉽게 이해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고민도 앞선 고민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문어의 속출이다. 생소한 어휘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때 차분히 수습하기가 쉽지 않다. 평소에 배운 게 나오고 내가 잘 아는 어휘들로 이루어진 지문을 만난다면 참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우린 이 미련에서 탈피(脫皮)해야 한다.
그렇다고 수학과 영어를 제쳐 두고 국어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시간을 할애(割愛)해서 공을 많이 들였는데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한자성어 중에 '등고자비(登高自卑)'란 말이 있다. 먼 곳을 감에는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해야 하고, 높은 곳에 오름에는 반드시 낮은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말이다. 고민은 우릴 우왕좌왕하게 만든다. 이미 알던 답도 의심하게 만들어서 심지어 잘못된 답을 선택하게도 만든다. 우리 주변에는 곳곳에 꽃과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다. 흔히 '아, 얘가 산수유나무이구나!'에서 우리의 인식은 작동하기 시작한다. 한번 더 쳐다보게 되고 '붉은 산수유 열매'를 발견한 것을 뿌듯해 하기도 한다. 관찰과 관심이 이 나무와 우리의 연(緣)을 끈끈하게 이어주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김춘수 '꽃'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란 구절은 학습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황무지 앞에 서 있다. 내가 이름을 아는 나무도 없다. 물론 아직 내 눈 앞에 나타날 나무가 우뚝 서 있지도 않다. 하지만 미래를 꿈꿀 수는 있다. 풍성한 나무들을 만나게 될 것이며 우리는 그 나무의 정체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나무의 숲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로서의 평온과 안정, 위로를 받고자 한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하고 명백하다. 글로만 이루어진 딱딱한 도시 같은 비문학에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이 숲이 이번에는 어떤 나무들로 형성되었는지 새로운 접근 방법을 통해 그 정체를 낱낱이 밝히게 될 것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올해 6모는 89 91 3 88? 91이었고 수능은 79 87 3 87 96입니다...
-
그냥 언매런 추천함? 이런경우는?
-
고2 수학 모고 4등급 노베입니다. 겨울방학부터 3모전까지 ~1월 초중반 수 상하...
-
본인특 6
맞팔구글 올려본적없음요 그래서 선팔 오면 왜???? 부터 나옴요
-
건축학과 0
건축학과 순위가 어케됨 설한홍 맞나
-
네가 내년에 쳐 봐라 이것아 올1이 누구 집 개 이름이냐
-
어그로 죄송합니다... 이번 내신까지만 해보려고 하는데요... 좀 늦게끝나서 12월...
-
23학번 과에 00년생 있는데 성격좋아서 다들 잘지냄ㅇㅇ
-
마치 친구비잖아..
-
컨설팅 의미 없을까요.예약해둔곳 취소해야하나 해서요.
-
가능성 잇음뇨?
-
제가 현역때 성적이 너무 안나와서 부모님이 가망없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어떻게...
-
맞팔구함뇨 5
넵
-
일주일 째 실제지원자랑 전체지원자 표본 수가 거의 그대론데 붙을 확률이 더 높겠죠?...
-
어느정도 믿어야돼여? 어차피 본인 재수해도 서울대갈성적x 사탐런보단 화1지1 유지가낫다는데…
-
맞팔하실분 4
활동 열심히 합니다 요새
-
ㅠㅠ
-
제 생일이네요 축하해주세요 헿
-
나만 입다물고 가만히 잇으면 나이 아무도 모름? 가만히 잇으면 아무도 나한테 말 안거나
-
앱르비인데 레어 어디 들어가서 사요?
-
내일 일가야해서 1시전엔 자야한다네요
-
그냥 인강 안듣고 독학하면서 풀어도 되나요?
-
머리카락 집나감
-
현우진 시발점 듣기 전에 한번 들어보려하는데 ㄱㅊ나용
-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ㄷㄷㄷㄷ 그새 누가 또 나간거임?
-
과외알바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매뉴얼&팁입니다. 미리 하나 장만해두세요~~...
-
ㄹㅇ이
-
심찬우쌤 생감 3
생글 먼저 개강하시고 완강난후에 생감 시작하시는건가요? 심찬우쌤 강좌의 개강일자를 찾기가 힘드네요
-
사실 노베까지는 아니고 저는 예비 고3입니다 수1,수2,미적을 내신으로 내신시험...
-
안녕하세요 Uni-K Lab입니다 직보화논으로 열심히 공부하신 여러분들을 위해 작은...
-
수학개념질문 5
-
그리려했는데 머리카락을 못그리겠음뇨 캐디가 왜이래
-
이러면.. 도망칠 수밖에 없어
-
제 전생의 유산 0
아이들, 네버랜드, 약대협, 수대협 레어 제가 만든건데 돌려받고싶네요 래어 승인받고...
-
메가는 믿지말라그러거 진학사는 결제해야되고 무료로 적당한 곳 없나요??
-
이번주 월요일부터 올리브영 오픈알바 시작했어요 하루 호텔알바만 해봤지 이런 알바...
-
객기를부려서라도2년을태워서라도몸이망가지더라도 수의대를갈거야
-
시발 올해는 눈 낮춰서라도 대학 가기로 마음 먹었는데 3떨 강제N수 해야될수도......
-
진짜인가요?
-
내신이랑 z점수 어케 되셨나요
-
추가합격 뜻 1
님들 모집인원이 100명인데 추가합격이 150번까지 이면100명 중에 최초합 된...
-
그렇게 뺏긴 내 16만 덕....
-
진짜몰라서 믈어보는거
-
ㅠ
-
과는 상관 없습니다! 문과 정시라인 어디 가능할까요?
-
대학생활 질문뇨 7
07인데 대학가면 존댓말 써야하나요? 반말 해도될까요? 아님 자기소개는 존댓말로...
-
ㄲㅂ
-
다음 만화 주제 1
오래 걸려요
-
할복
-
옷 입고있을땐 볼륨감 때문에 한 ,, 최소 C나 ~D로 보였는데, 브라+템 빨 이라...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