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55편 - 균형
게시글 주소: https://i9.orbi.kr/00059950719
정말 오랫만입니다 여러분!
그동안 제가 에어소프트건을 다루는 회사에 알바겸 일하게 되어서 정말 바빴습니다. 오랫만에 다시 재미있고 좋은 주제로 돌아왔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전쟁이 언제 일어난다고 생각하시나요? 군수복합산업체의 이해관계 때문에? 정치인의 야망 때문에? 미치광이가 핵 쏜다고 난리칠 때? 나라가 어려울 때? 물론 정말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모두 요약해서, '균형이 깨졌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6.25 전쟁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미군의 철수와 에치슨 라인 설정 때문이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소련제 최신 무기(얼마전 독일을 박살낸 당시 첨단 무기)와 국공내전 이후 북한으로 돌아온 사회주의 계열의 무장 독립운동 세력이 북한군을 빠르게 정예화하기 시작합니다
https://www.newscj.com/article/202005140772559
625 전쟁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당시 이승만 정부는 입만 열면 북진 무력 통일을 부르짖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남한군은 숫자도 부족하고 또한 미군이 철수하면서 상당한 양의 무기를 파기하거나 그냥 가져갔기에 무장 정도가 매우 빈약했습니다. 게다가 남한이 계속해서 북한과 마찰을 빚으면서 무력 통일을 운운하자, 안그래도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가 뒷정리로 곤란하고 군축을 하는 와중에 어이가 없었죠.
대표적인 예시가 남한에게 산이 많다는 이유로 전차 단 1대도 주지 않고 떠났다는 점입니다. 이미 태평양 전쟁의 정글에서 전차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용해먹은 미군의 핑계는 그냥 주기 싫다는 의미였습니다. 남한의 항공세력은 거의 전무하였고, 미군이 가져왔던 폭격기나 대형 항공기도 전부 철저히 망가뜨리고 떠납니다. 해군도 상황이 비슷해서 태평양 전쟁 이후로 고철 덩어리가 된 함선들을 그냥 공여해줘도 괜찮을텐데, 전투함을 단 한 척도 넘겨주지 않았습니다(물론 전쟁 터지니까 그땐 그냥 다 줬습니다 ^^)
미군의 지원은 커녕 미군이 전부 철수해서 홀로 남겨진 남한 vs 소련의 지원을 빠방하게 받아서 당시 동아시아 최강의 전차 세력을 구축한 북한. 딱 봐도 뭔가 사단이 일어나게 보이지 않습니까?? 실제로 김일성은 대세가 북한에게 기울었다고 생각하고,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남한을 완전히 점령할 계획으로 기습적이고 불법적인 남침을 시작합니다.
만약 남한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으며 미군의 풍부한 무기와 물자를 받아서 튼튼했다면, 감히 전쟁을 일으킬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일성의 생각에 균형은 이미 깨졌고, 전쟁은 자신에게 우세하게 돌아가리라 생각하였으며, 국군의 사기는 매우 낮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근데 사실 그건 니 생각이었고, 국군은 열악한 전세 속에서도 용기를 가지고 격렬히 저항하여 결국 미군을 포함한 유엔군이 상륙할 시간을 벌었습니다.
그렇게 균형이 깨지고 북한군은 사실상 인천상륙작전 이후 압록강까지 밀리면서 사실상 붕괴하였습니다.
https://www.pinterest.co.kr/pin/765049055444944912/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전쟁은 실제 국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한 균형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정치 지도자나 독재자의 생각에 따른 균형이라는 것입니다. 이승만은 대체 무슨 의도로 북진을 공개적으로 외쳐댔는지 의문이지만, 뭐 그 사람은 남한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겠죠. 반대로 김일성은 나름 북한의 전력을 잘 알고 균형이 깨졌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그런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였고, 미군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균형이 깨집니다.
만약 두 국가의 국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균형을 객관적으로 잴 수 있다면, 아마 전쟁에서 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쟁은 변수가 너무나도 많고, 특히 지도자나 지도부의 편견은 균형에 대해서 오판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자주 경고했던 편견이죠.
이번에 발생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는 개전 이전까지 세계 2위 군사강국으로 평가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한국보다도 못한 경제 상황 때문에 보급부터 무기, 물자 준비가 매우 부족했고 김일성처럼 순식간에 우크라이나를 단기전으로 끝낼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도 우크라 전쟁 당시 우크라이나가 굉장히 빠르게 무너질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생각과는 달리 러시아군은 그저 덩치만 큰 계란같은 군대였으며, 부패하고 비합리적이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국가가 침략을 당한 것도 아니고 침공을 하는 건데 동원령을 내려서 국민을 강제 징병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전쟁사에서 어이가 없는 일인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서방으로부터 받은 물자와 우크라이나 군의 용기, 젤렌스키 대통령의 카리스마, 그리고 미군이 실시간으로 찍어주는 러시아 정찰 정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초기 수세적인 상황에서 공세로 전환하여 조국의 영토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마치 625 전쟁과도 비슷하네요.
러시아의 푸틴은 이런 상황을 대비한 플랜 B조차 마련하지 않았었으며, 러시아 군대가 얼마나 내부적으로 부패했고 심각한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냥 자기네 군대가 대충 우크라이나보다 쎄보이니까 전쟁을 터뜨렸고, 뒷수습을 못해서 동원령도 내리고 미사일로 우크라 민간 지역을 공격하고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식의 작전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저 또한 우크라가 저렇게 잘 싸울 줄은 몰랐습니다. 항상 현실은 상상을 초월하며, 우리 인간은 편견 속에 갇혀서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려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https://snuac.snu.ac.kr/?p=35676
워낙 개전 초기 러시아의 준비 태세나 병력의 양이 많았으니, 균형은 깨졌다고 판단하고 상대적으로 약체인 우크라이나를 빠르게 점령하여 서방의 지원 전에 판을 끝장 내려던 푸틴의 생각은 완벽하게 빗나갔습니다. 오히려 러시아 영토까지 우크라이나 군이 쳐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이죠.
저는 상상력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지만, 절대로 현실을 상상대로 움직일꺼라고 예상하지 않습니다. 위의 두 사례처럼 현실은 상상과 다르고, 인간은 편견과 착각 속에서 오판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한번 현실에서 해 보는 것입니다. 물론 전쟁이 아니라, 뭔가 대회라던지 수학 테스트라던지요. 제가 예전에 만년 수학 5등급을 받을 때는, 그냥 직접 공부하거나 필기, 문제풀이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보기만 하고 머리로만 이해하고, 풀 수 있으리라 상상하고 넘어갔죠.
실상은 같은 문제를 받으면 전혀 풀이 방법이 기억이 안났습니다. 이처럼 상상만으로는, 생각만으로는 실력이 늘어나기 힘듭니다. 직접 해보고, 선생님이 써준 풀이를 따라 써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 다시 그 문제를 풀어보는 것입니다. 상상에 갇히지 말고, 직접 현실에 부딪혀야지 실력이 늘어납니다.
같은 맥락으로 수학에서 어려운 문제를 푸는데, 도통 어떻게 생긴 그래프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죠. 팁을 드리자면, 위와 비슷하게 직접 한번 부딪혀 보는 것입니다. 숫자를 일일이 집어넣으면서 대충 y값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면 단서를 찾을 수 있고, 그 함수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직접 필기를 하거나 문제를 풀어보지도 않고, 선생님의 풀이를 보고 이해하고 고개만 끄덕인다고 절대로 현실의 모의고사에서 풀리지 않습니다. 모두 상상과 착각에 의한 것입니다. 그렇게 상상만으로 현실의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되었다면, 앞서 언급한 두 독재자들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던 바를 이뤘을 것입니다.
즉 전쟁사에서 균형이 중요한 것처럼, 공부를 할 때도 정확한 판단과 근거, 현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전쟁은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테스트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모의 군사훈련이나 탐색전 형태의 국지전까지는 가능하겠지만), 공부는 얼마든지 시험이나 모의고사 등으로 테스트가 가능합니다.
이 세상의 도가 뭔가 특별하고 굉장히 신선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꽁꽁 숨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전 삼수를 하면서 깨달은 바를 책으로도 집필했습니다. 재수를 하던 삼수를 하던 아니면 원효대사처럼 해골에 빗물을 받아먹는 일이던 간에 현실에서는 우리가 좀 더 지혜를 짜내고, 생각하고 고민하여 얻을 수 있는 교훈과 깨달음이 존재합니다.
만약 필자가 깨달은 공부의 도를 빠르게 보고 싶다면, 제가 쓴 <수국비>를 한번 참조해보세요~
https://orbi.kr/00036413598 -번외편 미국의 이순신, 니미츠 제독
https://orbi.kr/00036517472 - 3.1절 특집 스티븐슨 저격사건
https://orbi.kr/00036830474 - 34편 리더의 자격, 권력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36956874 - 35편 마지노선과 요새
https://orbi.kr/00037322594 - 36편 훈련할 때의 땀 한 방울은, 실전에서의 피 한 방울이다
https://orbi.kr/00037697676 - 번외편 작은 고추가 맵다
https://orbi.kr/00038019705 - 번외편 한국 국가정보원
https://orbi.kr/00038076895 - 37편 항공모함 관제 요원
https://orbi.kr/00038999160 - 38편 실전과 체험
https://orbi.kr/00039220464 - 39편 최대의 적은 자신 속에 있다
https://orbi.kr/00039859557 - 40편 현상과 본질
https://orbi.kr/00040096327 - 41편 한국형
https://orbi.kr/00041747278 - 42편 우주군?
https://orbi.kr/00042603510 - 43편 미국의 힘
https://orbi.kr/00043056545 - 44편 공학
https://orbi.kr/00054605447 - 45편 한복의 주인이 한반도가 된다
https://orbi.kr/00055542126 - 46편 통일
https://orbi.kr/00056188275 - 47편 여성 인권의 역사
https://orbi.kr/00056394883 - 48편 병기 안정성
https://orbi.kr/00057461810 - 49편 제식 총기와 변화(1)
https://orbi.kr/00057467772 - 50편 제식 총기와 변화(2)
https://orbi.kr/00057528396 - 51편 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간다
https://orbi.kr/00058038552 - 52편 묵시록의 4기사
https://orbi.kr/00058218418 - 번외편 히틀러는 과학적이었을까?
https://orbi.kr/00058536467 - 53편 공세와 수세
https://orbi.kr/00059636600 - 스트레스는 망치질, 단조와도 같다
55편 균형
알고리즘 학습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https://blog.naver.com/nambooki72/221912423246 - 2편 유형별 학습
https://blog.naver.com/nambooki72/221912424359 - 3편 시간차 훈련
https://blog.naver.com/nambooki72/221912425030 - 4편 요약과 마무리
학습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https://orbi.kr/00027690051 - 번외편 문과와 이과
https://orbi.kr/00030479765 - 7편
https://orbi.kr/00033799441 - 8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536482 - 9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794208 - 10편
https://orbi.kr/00038933518 - 11편 마지막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https://docs.orbi.kr/docs/7327/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오늘은 또 서양측에서 뭐라고 컴플레인 넣을지 궁금 ㅌㅋㅋㅋ 아놔 ㅋㅋㅋ
-
달에 홀린 피에로 들어봤는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조성을 그냥 깡그리 무시해버리네...
-
예비고3 독서 0
독서 기출을 계속 할려고 하는데 독서를 진짜 못해서 고2 마더텅 독서 하고 고3...
-
생일인데 선물 안 주나
-
수1,수2,미적 수분감 다 했는데 다른 기출 문제집 풀 이유가 있을까요
-
성대 1/7 조발 근데 다같이 궁예투표했을땐 제일 표 수 적었음
-
아침에 스카오다가 가방에 커피 쏟아서 1차 딥빡 얘 때문에 2차 딥빡... day off 마렵네
-
얼부기 4
-
카지1노랑 무빙은 봤어요
-
일단 25수능 국수탐2 백분위 합 288 나옴 그리고 국수탐1 3합 3나옴 26수능...
-
수학교재이름으로 4
사정감 어떰? 4점을 정복하는 감각 좀 야한가
-
알바도 안 구해지고... 엉엉
-
서버 터졋남 ㅇㅅㅇ
-
ㅈㄱㄴ
-
나중에 인생을 역전 할 기회가 있을까요..
-
재수생 달린다 3
고고혓
-
전전글 영상매체 ㅇㅈㄹ한거부터 지금까지 8화 쭉 보는중
-
현우진 시발점 1
쌤이 25수능 19번 25분 안으로 못풀면 시발점 하라 하셨는데 그럼 시발점...
-
(서울대 합격 / 합격자인증)(스누라이프) 서울대 25학번 단톡방을 소개합니다. 0
안녕하세요. 서울대 커뮤니티 SNULife 오픈챗 준비팀입니다. 서울대 25학번...
-
확통 최저 5
(메디컬x)수시 자연계 학과 수학 최저는 확통으로 맞춰도 되나요?? 학교마다 다...
-
작년에 ㄱ공통미적 다 사놓고 거의다 못햇는데
-
와근데 안개머임 5
미쳣네
-
(0≤n≤5) 인 n에 대하여 의 원소의 개수는?
-
진짜 존재이유를 모르겠는데 아니면 최소한 다른부위보다 예민하게 만들지나 말던가...
-
시발점 0
고삼인데 개정시발점으로 들어야돠나요?? 개정전 시발점책만 잏ㄴ,ㄴ데 책 다시 사야하는건 아니죠??
-
일단 반수한다는 가정하에 여름방학에 본가로 돌아와서 러셀코어 다닐거 같은데 지구과학...
-
어디가서도 배울수 없는 엄청난 수능형 사고방식을 담아둔 책임? 신이 내린 엄청난...
-
군입대하고 신병휴가를 수능에 맞춰서 나가는거지 이론상 완벽할지도
-
연리 65.7%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
션티 풀커리 0
션티쌤으로 시작하면 풀커리 타는 게 좋나요?
-
얼버기 1
이정도면얼버기.
-
밤샜음 9
자야하는데
-
여캐일러 투척 9
화2 정복 8일차
-
잇올도착 5
투데이 스타트
-
캬캬캬
-
ㅋㄷ 3피스 팔아요?
-
과외때메 수학,생명은 공부할건데 화학도 해야되나 화학은 과외 수요가 없을거 같은데
-
현강 토리님들 곧 오리진 끝나고 본편가는데 필기도구 뭐뭐 쓰나요?? 알려주시면 천사 ㅠㅠㅠㅠㅠ
-
지구과학 질문 1
반수할건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아서 메가패스는 안샀는데 지구과학 독학 가능함?...
-
최초합 가능한가여…?
-
인하대 조발 0
하루라도 땡기면 안되냐
-
춥다 추워 2
-
얼버기 7
한시간 정도 잤네용
-
오야스미 2
네루!
-
ㅈㄱㄴ 현역 기공붙엇는데 반수생각중이라
-
얼마만이냐
-
돌아오기까지가~~
-
얼버기 엄벌기 4
피고내
하츠오브아이언 할때 보던 부호가 반갑네요